8. 커뮤니케이션(1)
흔히 마케팅이라고 할 때 한정 짓고 상상하는 범주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의 한 영역일 뿐이지만 마케팅을 대표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영역도 광고에 한정되어 논의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오해가 많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활동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상품의 내러티브를 고객 여정의 접점 상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혁신'의 상징처럼 산업과 우리의 삶까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거대한 변화 속에 숨어있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혁신도 있습니다.
아이폰은 하얗고 단단한 작은 상자에 담겨있습니다. 그를 우리는 언박싱(Un-boxing) 하죠. 제품과 설명서, 부속품들이 차례대로 담겨있습니다. 예쁘게, 꼼꼼하게, 꽉 차있습니다. 정성스럽고 견고하고 친환경적인 인상을 받습니다. 메시지는 없지만 인상이 남습니다. 패키징도 커뮤니케이션임을, 언박싱도 브랜드의 경험임을 애플은 알려주었습니다.
새 아이폰을 처음 켜면 'Hello'라고 인사를 합니다. 설정해 놓은 값임을 알지만 친근합니다. 아이폰에 설치한 앱(App.)을 지우기 위해 길게 누르면 화면의 아이콘들이 덜덜 떨기 시작하죠. 행여 내가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누군가는 감성적이라고 하고 또 디테일하다 칭찬합니다. 이용 경험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지금은 일상화된 프레젠테이션의 형식도 애플이 모태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거대한 화면을 뒤에 두고 핵심 이미지와 키워드만으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 전략 키워드가 난무하지 않고 심플하게, 강력하게, 아름답게 프레젠테이션을 꾸몄습니다. 제품이 처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우리는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의 형식을 모방할 뿐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 역시 제품입니다. 광고 매체들과 소셜 미디어에 앞서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처음 만나고 경험하는 접점에서 어떻게 우리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기에 패키지는 첫 번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입니다. 제품명과 이미지, 컨셉과 셀링 포인트(Selling-point)들이 디자인을 입고 펼쳐집니다. 메시지의 위치과 크기는 철저히 계획적이어야 하고 디자인의 레이아웃과 컬러는 메시지를 해치지 않되 철저히 미적으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주인공인 제품을 돋보이게 해야 하고 브랜드의 철학이 드러나야 합니다.
노티드 도넛을 선물 받은 지인이 했던 말입니다. "먹기 전부터 행복해지는 것 같아~"
제품이 위치한 매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집니다. 매대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꾸밀 것인지, 진열 도구가 필요하진 않은지, 프로모터의 세일즈 토크는 어떻게 구성할지, 행사 기획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다양합니다. 점포 내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경험을 권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입니다.
디지털 매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페이지의 구성, 메시지, 프로모션의 기획과 고객 상담에까지 커뮤니케이션은 계속됩니다.
29CM는 타 온라인 쇼핑몰과 조금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스스로를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이라 말하는 만큼 각 제품의 스펙보다 '취향'에 초점을 맞춥니다. 29CM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스토리화하여 제품을 녹입니다. 콘텐츠에 제품을 얹습니다. 콘텐츠에 공감하는 비슷한 취향의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합니다. 타 쇼핑몰 대비 싸지 않습니다. 소속감과 연대감, 취향에 대한 안목이 무형의 가치로 더해져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광고를 하는 대신, 콘텐츠를 만듭니다. 디지털 매대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제품을 접하는 접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입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