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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Sep 07. 2024

마케팅

9. 커뮤니케이션(2)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전술과 방법론은 서가에 넘쳐납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만으로도 많은 팁(Tip)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부터 B2B 마케팅, 컨셉에 대한 논의까지 다양하죠.

특정 영역을 위한, 혹은 세부적인, 기술적 마케팅 기법을 떠나 조금 더 근본적인 접근법을 살펴봅니다. 영속적 브랜드의 가치를 해치지 않고, 고객과의 관계를 빌딩(Building)해가는 어쩌면 조금 느리지만 단단한 기준들입니다.

   

1.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구체화할수록 효과는 명확해집니다.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높이는 것'의 수준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길 권합니다. 구체화할수록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지고, 기대 효과와 결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측정이 가능하면 결과의 분석과 개선점을 찾기도 쉬워집니다.

점내 판매 촉진을 위한 프로모션과 신제품의 시장 가능성 확인, 타겟 확장, 신규 시장/채널 진입 등 구체적 목적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기법은 달라집니다.


오레오(OR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스킷입니다. 충분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시장 침투율(Penetration)도 높은 제품입니다. 오레오는 제품을 즐기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우유와 같이 먹는 방법은 이미 정석과 같은 이야기죠.

이커머스 채널이 그 세를 확장하자 오레오는 온라인 판매 채널의 강화를 고민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오레오를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오레오 플래그십 스토어의 팬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오레오의 커뮤니케이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단순히 디지털 광고를 늘리고 쿠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오레오의 팬을 위한 이커머스 전용팩을 만듭니다. 갖고 싶도록 특별하게, 기획 제품을 이커머스 한정판으로 제작합니다. 오레오 뮤직박스입니다.  


오레오 뮤직박스 이미지


오레오를 한입 베어 물고 남은 비스킷을 올려두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LP판처럼 오레오가 돌면서 음악이 흘러나오죠. 뮤직박스 전용팩은 중국 이커머스 1위 기업 알리바바의 티몰 플랫폼 전용으로 기획했습니다. 뮤직박스는 제품 외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정판 기획 제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소셜미디어는 관련 해시태그가 넘쳐났죠. 티몰에 한정하여 공급하는 조건이었기에 오레오는 티몰로부터 무료 광고 자원도 얻어냈습니다.(대신 뮤직박스에 티몰의 로고를 같이 노출했습니다.)

오레오는 뮤직박스 제작비만으로 광고의 노출과 소셜미디어의 확산까지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오레오 팬 가입이 기본 조건이었기에 팬을 늘리는 결과는 당연했죠.

단순히 디지털 판매 채널의 인지 강화, 매출 제고를 목적으로 했다면 기획되기 어려웠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오레오의 팬 수를 늘리는 것, 그를 위해 오레오 팬만을 위한 Exclusive 한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 오레오가 구체화한 목적과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입니다.   

 


2.

'따조'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연배가 좀 있으실 겁니다. 미국 펩시코(Pepsico) 사가 레이스, 도리토스, 치토스 제품에 프로모션용으로 넣었던 플라스틱 딱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치토스, 썬칩에 투입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아이들이 따조를 모으고 게임을 한 덕에 제품의 판매량은 엄청나게 늘어났었습니다. 비단 고릿적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022년 포켓몬빵엔 띠부씰을 넣어 대박을 쳤습니다. 모기업 SPC의 산업재해(직원 사망)에 따른 불매 운동에도 삼립의 포켓몬빵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으니 그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인팩(In-pack) 마케팅 프로모션의 전설과도 같은 사례들이지만, 브랜드를 위한 좋은 커뮤니케이션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인팩을 걷어내었을 때 진짜 실력이 나옵니다. 인팩 상품은 내용물(본질)과 무관합니다. 제품과 동떨어진 마케팅 활동은 단기적일뿐더러 브랜드에 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팩을 장기화하면 그다음 인팩, 업그레이드 아이템에 초점이 맞춰지며 제품의 품질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더 좋은 증정품을 고민할 수밖에 없으니 부자재 원가는 올라가고 손익을 해칩니다. 당장의 매출을 위해 브랜드를, 회사를 내팽개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제품/서비스의 본질을 딛고 있어야 합니다. 실체가 바탕이 되었을 때 커뮤니케이션은 힘이 세집니다.


껌은 참 무료한 제품입니다. 원재료, 제조방식도 제한적이고 식감을 위한 텍스처도 다른 F&B 제품군 대비 변화를 주기 쉽지 않습니다.

본래가 지루했던 카테고리여서인지 제품 플레버를 같이 만들어보자 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시작은 좀 단순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맛보고 싶은 플레버 아이디어를 받아보자, 그리고 그를 투표에 붙여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Top 10 플레버를 한정판으로 만들어보자. 제품의 뉴스도 없었고 주력 제품도 아니니 마케팅 예산은 한정적이어서, 어쩌면 무료해서 해본 일입니다. 양산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제품은 연구소가 일일이 제작키로 했습니다.

간단한 디지털 사이트를 열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다양한 맛의 아이디어기 넘쳐났죠. 마라맛, 오이맛과 같이 얌전한 것부터 두리안맛, 고수맛, 고추냉이맛, 초두부맛, 양말맛 같이 맛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우린 직접 만들었습니다. 10가지 플레버를 제작했고 각기 포장재에 담아 별도의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10개의 작은 패키지 보틀을 묶어 선물처럼 담았고, 소비자에 전달했습니다. 기뻐했고 열광해 주었죠. 지루했던 브랜드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어 나왔으니, 자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이 성수기여서, 크리스마스여서, 특정 IP가 인기여서가 아니라 새로운 제품 뉴스, 업그레이드, 한정판, 익스텐션과 같은 동력이 필요합니다. 제품/서비스의 실체에 근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3.

경험(Experience)은 이제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입니다. 대체제가 넘치는 세상에서 메시지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긴 쉽지 않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제3의 공간'을 팝니다.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체험을 이야기합니다. 블루 보틀(Blue Bottle)은 '최고의 커피'를 말합니다. 고객은 바리스타의 설명을 듣고, 커피를 고르고, 최고의 커피를 위한 온도의 물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보고 즐깁니다. 스타벅스와는 또 다른 경험입니다.


직접 체험이 어렵다면 제품 사용의 결과를, 효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 됩니다.  


숏폼 플랫폼으로 시작한 틱톡(Tik Tok)의 궁극적 지향점은 커머스 플랫폼으로 보입니다. 정교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노출하는 기술은 커머스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틱톡 내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들, 그중에 매출을 견인하는 콘텐츠는 1)인플루언서의 2)실 사용기, 3)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본 공식처럼 가집니다. 브랜드력이 약한 제품일수록 기능에 대한 직접적 소구는 적나라합니다.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습니다.


디지털로의 환경 변화는 제품의 테스팅(Testing)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상품 샘플을 만들고 타겟에 전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디지털의 환경에선 적은 비용으로 훨씬 빠르게 가능합니다. 책상에 앉아 골몰하는 기획보다, 실 타겟들의 경험을, 반응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체험 키트를 만들고, 테스트할 지역을, 채널을 선택하고, 우선 팔아보는 겁니다. 피드백을 수집하고 개선하고 지역을 채널을 확장합니다. 경험은 소비자의 믿음을 삽니다.



4.


마켓컬리는 직매입 방식과 콜드 체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샛별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했습니다. 직매입은 공급망 사업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었고, 콜드 체인은 신선 제품의 품질을 보장했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샛별배송은 신선한 식자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했습니다.

마켓컬리는 처음부터 전국 단위의 인지도나 매출 증대를 목표로 삼지 않았습니다. 얄밉게도 강남의 3-40대 워킹맘을 고민했죠.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고, 깐깐하고, 바쁜, 욕심 많고 세련된 타겟층입니다. 충분한 양의 고객층은 아니지만 마케팅의 지향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고객 선정입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스스로를 '고객의 VOC를 읽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고객의 피드백으로 상품을, 서비스를, 바꾸고 개선합니다. 대표가 앞장서니 마켓컬리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선제품이 신선하지 않다면 고객센터에 이야기해 새로 받을 수 있습니다.

CRM은 고객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최전선입니다. CRM의 민첩한 대응과 해결책을 담보한 피드백은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고 고객이 다시 찾게 합니다.




우리의 금융사나 통신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늘 아쉽습니다. 수억, 수십억의 모델만 바뀔 뿐 십 년 전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메시지를 발신합니다. 타 산업군 대비 보수적이라거나 애초에 새로운 상품, 기술의 주기가 긴 비즈니스라는 이야기는 변명처럼 들립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금융상품의 다양성, 통신 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되고, 우리의 삶에 그 어떤 제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자 브랜드입니다. ‘당신을 위한 금융’, '고객 행복', ‘할인 로밍 서비스’와 같은 카피를 십 년째 보고 있습니다. 돈을 너무 쉽게 쓰고 있습니다.


좋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매출적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비용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가능한 구체화하고, 제품/서비스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어서 고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 그런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발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 이 네 가지가 브랜드를 해치지 않는, 단단한 매출 성과를 만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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