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대표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장시성(江西省)이 고향이다.
타이완은 본래 중국 각지를 고향으로 한 국민당 사람들이 피난처로 정착한 곳이니, 중국 전역의 음식이 한데 모여 경쟁하듯 발전했다. 인접한 푸젠성(福建省)과 함께 '闽菜(민차이, 푸젠성 음식)'로도 묶이나, 중국 각지 대표 음식이 경연을 벌이는 축소판의 모습도 크다.
싼베이지(三杯鸡)의 '三杯'는 세 컵(杯)의 재료를 말한다. 물이나 육수를 넣지 않고 미주(米酒, 쌀로 만든 술로 탁주와 유사하다)와 돼지기름(혹은 차유(茶油)를 쓴다), 간장(酱油)을 각각 한 컵씩 넣어 닭고기를 조려냈다. 미주에 고기는 연해지고 잡내는 사라진다. 향긋한 향까지 더하니 매혹적이다. 기름은 고기의 고소함을 더하고,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익은 고기는 붉은색을 띠어 식욕을 동하고, 닭고기는 결대로 풀어지며 진한 양념의 향을 풍긴다. 짭조름하며 달큰했던 닭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해진다. 먹는 내 입 안과 코에 향이 가득하니 술에 절인, 취한 닭 까닭이라 생각하며 웃는다.
남송(南宋) 말기, 원(元)에 저항해 영웅으로 칭송받는 원티엔샹(文天祥)과 얽힌 유래가 전한다. 원티엔샹이 하옥되어 곧 죽임을 당할 거란 말에, 장시성의 한 노파가 옥중 만찬을 준비했다. 잘 손질한 닭을 토막 내어 3컵의 미주를 넣어 끓여낸 요리를 들고 옥졸을 설득했다. 민족의 영웅이 세상을 뜨기 전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노파의 말에 옥졸도 감동해 함께했다. 원티엔샹은 망국의 한(恨)에도 노파의 마음이 담긴 닭요리를 깨끗이 먹었고, 사람들은 원티엔샹을 기리며 그의 기일에 산베이지(三杯鸡)를 제사상에 올렸다 전한다. 후일 3컵의 미주가 1컵의 미주, 1컵의 돼지기름, 1컵의 간장으로 모습을 바꾸어 퍼졌다 하는데, 이야기가 다소 거칠어 진위가 의심된다.
장시성에서는 산베이지를 만듦에 닭도 산황지(三黄鸡)라는 종을 쓴다. 깃털(羽毛黄)과 발(爪黄), 주둥이(喙黄)가 모두 황색을 띠어 붙은 이름이다. 산(三)황지로 산(三)베이지를 요리한다니, 너무나 딱 들어맞는 이야기에, 다시 작위적 구성은 아닐까 의심한다.
유래의 진위야 어떻든 맛은 진짜다. 진하게 조려진 닭은 향도 맛도 식감도 나무랄 데가 없다. '甜中带咸,咸中带鲜', 달콤한 듯 짭짤하고, 짭짤한 듯 선미(鲜味)가 느껴진다 하니, '단짠'의 진미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