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汤) 보다 걸쭉한 진한 국물의 요리를 껑(羹)이라 한다. 녹말로 농도를 조정하며 고기, 계란, 물고기, 야채, 과일에 까지 재료는 다양하다.
소개한 '芹香黄鱼羹(22번 메뉴)'과 같이 황위(黄鱼)의 살을 발라 끓여낸 위껑(鱼羹)이다. 단 천피(陈皮)를 더했다. 그럼으로 음식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천피는 그만큼 특별하다.
귤나무의 열매껍질을 말려, 약용화한 것을 천피라 한다. 성질이 따뜻하여 소화를 돕고, 해수, 가래를 없애주며, 항균작용을 돕는다 한다. 오래될수록 약효도 증가하는데 3년 이하의 것은 보통 궈피(果皮), 간피(柑皮)라 하고, 3년 이상의 것만을 천피(陈皮)라 따로 칭한다. 20년이 지난 것은 특히 귀하게 여겨 거래한다. 색과 향이 진하고 약효 또한 뛰어나 그 값은 정가(定價)가 없다.
광동성(广东省) 신회(新会)의 천피가 특히 유명하다. 예부터 광천피(广陈皮), 신회천피(新会陈皮)라 하여 '皮比肉贵', 껍질이 고기보다 비싸다 했다. 보통의 천피가 다소 씁쓸하고 매운맛이 나는 것에 비해 신회의 것은 본연의 귤향과 약향이 진한데, 오래될수록 달큰한 향까지 돌아 남송시대부터 광동성 주요 산물(广货) 중 하나로 교역했다.
귀한 약재 천피를 넣어 끓여낸 위껑이니, 보양식이다. 일견 목이버섯처럼 보이는 검붉은 재료는 오독하게 씹히나 질기지 않다. 약향은 국물에 풀어져 강하지 않으나, 내재한 귤의 맛과 향이 묵직하게 올라온다. 쉬이 풀어지는 황위의 살과 대비되는 식감이고, 다소 진득한 국물의 무게를 덜어주는 향이다. 그 맛도 단일하지 않아, 새콤하며, 쓰고, 단 맛도 미묘하게 섞여 어우러졌다. 약재라 하기엔 무겁지 않고, 가볍게 흩어지지 않는 맛에 음식은 귀해졌다.
일상적이지도 전통적이지도 않다. 보편적일 위껑이 천피 덕에 진귀해진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