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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Oct 09. 2024

[食] 油泼面_요우풔몐


서민적인 면요리다. 면도, 재료도 무엇 하나 특별할 게 없어 지극히 평범하다.


그럼에도 명대(明代)부터 전해졌다 하니, 사오백 년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셈이다.  


통상 풍족한 식감의 콴몐(宽面)을 사용한다. 다소 두툼하고 넓은 폭의 면은 크게 한 젓가락을 들어 입에 넣으면 양볼에 가득 찬다. 한 가닥 한 가닥을 입에 넣어도 만족할 만한데, 면이 넓으니 그 질감이 충분히 혀에 닿아 차분하다.


삶아 찬물에 헹궈낸 쫀득한 면에, 고명 삼을 야채를 올린다. 소금과 고추, 산초와 땅콩가루 등의 조미료를 얹어선 뜨거운 기름을 살짝 부어낸다(油泼). 간장과 식초를 더해 비벼먹는다.


기름을 같이 볶지 않고, 면과 조미료 위에 부어냄이 독특하다.


같이 볶아 냄은 한데 엉킴이 전제되어, 맛이 진해지는 장점이 있다. 기름에 맛은 고르게 풀어지며 명확하다. 기름을 부어냄은 다르다. 뜨거운 기름에 닿은 고추와 산초는 아직 형태도 맛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잘 비벼도 고추와 산초는 군데군데 점처럼 남는다. 면과 조미료가 기름을 매개로 붙어 있는 형국이라 면도 조미료도 분연히 맛이 살아있어 신선하다. 선미(鲜味)라 말하는 중국적 표현을 최대한 살려냈다.


매콤하고, 새콤하고, 고소하다. 각 각이 한데 어우러지지만 때론 매콤함이, 때론 새콤함이 살짝 도드라져 맛이 튄다. 한 젓가락 한 젓가락의 맛이 조금씩 다르다. 면이 줄어 양념이 많아질 마지막에 간이 세짐은 당연하나, 그 과정상의 맛도 변이가 있어 투박하며 재미있다.  


뜨거운 기름을 뿌리듯 부어낸 면은 빛을 튕겨내 반짝인다. 노랗게 하얀 면이 보기만으로 탱글 하다. 야채도, 고추도 기름에 색이 진해지니 식욕을 동한다. 자세히 보면 눈도 즐겁다.   


산시성(陕西)의 면요리다. 기름을 살짝 부어 낸 조리법만으로 긴 시간을 살아남았다. 작은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고, 예민하고 간사한 혀는 이를 감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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