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한(罗汉)은 '나한'이니 '아라한(阿羅漢, Arhat)'의 줄임말로, 불교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 성자의 위치에 까지 오른 자를 말한다. 열반에 들지 않고, 현세에서 백성을 살피며 대중을 구제하는 역할이라니 책임이 막중하고, 고귀하다.
수(素)는 음식에서 소찬(素餐)이라하여 야채, 채식, 과일을 위주로 한 정진(精進)음식과 재료를 말한다. 거기에 상(上)이 붙었으니 통속적 야채가 아닌 진귀한 야채요리라 해도 무방하다.
'뤄한'이 함의하는 뜻도 성(聖)스러운데, '상(上)'까지 붙으니 음식의 위치와 지위가 돋보인다. 구하기 어려운 야채들이 한데 모여있다. 재료들의 이름만으로, '성(聖)'까지는 아니어도 '상(上)'은 충분하다.
준순, 연자육, 은행, 구기자, 흰 목이버섯, 잣, 밤버섯, 발채 등의 야채를 살짝 볶아 간을 한다. 물을 넣어 삶은 후 전분을 풀어 걸쭉하게 담아냈다. 담백한 양념은 진하지 않고, 진귀한 야채들의 간을 맞추는 역할에 머문다. 이름마저 귀한 재료들은 각각이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한데 어우러져 있다. 꼬들하고, 허방 하며, 결대로 나뉘고, 오독하며, 부드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재료에 따라 다르게 입안을 채우니, 호화스럽다. 불교의 최고 성찬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육류를 금기시하는 불교에서 이만한 요리는 또 없겠구나 그대로 믿어 짐작할 뿐이다. 실상 불교는 사치(奢侈)와 상반되니, 불교와 관련이 없을 음식이다. 그럼에도 굳이 '뤄한'이라 이름을 붙임은, 불교와 연관한 '채식'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낸 요리임을 은연중 암시함이며, 그 요리에 대한 긍지를 과장하여 표현함이다. *
뤄한상수(罗汉上素)만으로 하나의 요리로 충분하나, 그 밑에 바삭하게 튀겨낸 면을 깔았다. 걸쭉한 국물이 천천히 스며들어 면을 적신다. 누룽지탕과 비슷하게 여전히 바삭한 면이 겉은 살짝 풀어져 재밌는 식감을 만든다. 맛은 고소하여 풍미를 더한다. 다양한 식감의 야채와 한데 어우러지며 충분할 한 끼의 주식으로 자리한다.
고급지고 호사스럽다.
* 뤄한자이(罗汉斋)라 하여 각양의 버섯류를 한데 볶아 먹는 사찰음식이 있다. 거기에 진귀한 재료를 더해 민간에서 발전시켰다는 유래가 있다. 유사한 음식으로 딩후상수(鼎湖上素)가 있다. 명대(明代) 광동성 딩후산(鼎湖山)의 고승이 흰 목이버섯(银耳)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민간에 퍼졌다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