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태풍이 몰아칠 때 집 앞 가로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걱정이 앞선다. 가녀린 버드나무와 같이 고무줄 같은 얇은 나무와 우람하고 어떤 자연재해도 쓰러트리지 못할 것 같은 두 모습의 나무가 있다. 과연 어떤 나무가 태풍이 가져온 강한 바람을 이겨낼까.
밤새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며 아침 출근길을 보면, 그 우직해 보이던 나무는 흙을 한 움큼 쥐어짜며 살며시 누워 있는 반면에 얇고 헐렁이던 나무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
Photo by@paris_shin 한상권
대나무가 저렇게 높게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강한 바람에도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함에 있음은 모두가 안다. 행여라도 도무지 융통성 없는 우직함이 대나무였다면, 그 역시도 높으면 높을수록 꺾이기 마련이다. 이기주 작가는 말했다. "생명과 가까운 게 부드러움이고 죽음과 가까운 것이 딱딱함일세, 살아 있는 것들은 죄다 부드러운 법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유연함은 손연재 선수의 뼈마디 연골 같은 유연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유연함은 부드러움이 동반되는 인문학적 용어이다. 그 부드러움이란, 생각의 기준과 중심은 가지되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할 수용력 있는 말과 행동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