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와 아이스크림

by 한상권


가을비가 내리면 여름의 끝을 알리는 건가, 아니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건가. 습도 높은 찝찝함과 한낱 더위를 몰아내는 이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여름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글쎄, 코로나 때문인가 추억이라고 할 것도 별로 없는 빈 머릿속이 아이스크림 한 수저를 바닥에 떨어트린 거만큼이나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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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면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꼬옥 잡고 낙엽을 밟는 행복의 시간을 떠올린다. 사각사각 부서지는 내 발걸음에 사랑이 함께한다면 가을은 행복의 다른 말이 될 것만 같다.


사실 가을에 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오면 농사를 짓는 분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벼가 익어가는 시기에는 가장 위쪽 열매가 무거워지면서 조그만 자극에도 옆으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작은 바람에도 옆으로 누워버린 벼를 볼 수 있는데, 보통 대부분의 경우는 가을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다르게 보면, 식량이 익어가는 추수의 계절이라는 건데, 추수가 끝나면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겨우내 먹을 곡식의 양을 이때 알게 되는 거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에 근심 없는 비바람이 되어주길 부탁하고 싶다.


올해만큼은 자연이 추수를 기다리는 농가에 피멍 든 아픔을 내려놓지 않으면 좋겠다. 무더운 여름을 씻어가는 가을비의 고마움이 추수를 기다리는 농사꾼의 마음에도 별다른 탈 없이 시원함으로만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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