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시작하다

by 한상권


최근 야구를 시작했다. 보는 게 아닌 내 발로 뛰는 걸 말한다. 내 나이와 고관절의 탄력으로 보았을 때 때늦은 시작일 수 있으나, 선동렬의 기세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에너지를 뿜으며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나는 킥복싱 선수 출신이다. 그런 나도 안정적이고 조금 더 안전한 운동, 게다가 사회활동에 기여할 만한 사회성 갖춘 운동을 찾았으니, 그게 야구였다. 개인의 기량을 하나의 저울에 올려놓고 겨루는 개인종목 출신인 나도 성인이 되어서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은 것이다.


20210823_225136.jpg 야구공


사실 내가 야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게 지난여름 초인데, 와이프의 역할이 컸다. 집사람은 야구 결과 때문에 기분이 좋기도 나쁘기도 하는 남극과 북극의 야성을 가진 진짜 야구팬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가 오늘 저녁에라도 열린다면, 저녁은 배달 서비스에 맡기기 일쑤이니 야덕의 수준은 알만하지 않을까.


많은 어른들이 말하기를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으면 좋아"라고 했다. 이 말이 최근 마음에 와닿는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선수로 야구장을 뛰어다니고, 와이프는 야구팀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다독여준다. 주말에 배꼽을 비비며 쇼파에 누워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보고 있던 지난 몇 달 보다 와이프와 사이가 너무 좋아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야구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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