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용하는 테이블용 달력에는 한 달의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렇게 집에서도 일정관리를 해가는 아내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걸 다 관리하면 피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달력을 살펴보던 중 '외할머니 생일' 그리고 '엄마 생일'이 적혀있는 날짜를 보게 되었다. 두 분의 생일이 3일밖에 차이 나지 않았네, 그동안 모르고 지내온 것 같다. 아내의 엄마, 그러니까 나에게는 장모님의 생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의 외할머니의 생일은 참 생소하다.
오래전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는 그 할머니를 만나 뵌 적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가끔 아내가 내미는 가족사진 속에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는 정도만 보았다. 얼핏 보면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아내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인간의 유전자 공식이 나름의 설득력 있게 맞추어 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너무나 닮아 보인다. 정말 닮았다.
남편의 아버지를 보면 남편을 볼 수 있고, 장모님을 보면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얼핏 지나가다 뒷모습을 볼 때, 그때만큼 닮아 보이는 적도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 우리의 본성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끈기 있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어떤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무척 궁금하고, 아직 확실치 않은 미래의 모습일지라도, 그래도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