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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Apr 15. 2018

이거, 정말 먹는 음식 맞나?
뱀밥나물과 첫 만남

소가 잘 먹는다는 잡초 중의 잡초, ‘쇠뜨기’ 어린 줄기로 요리하기

꼭 한번 해 보고 싶던 뱀밥나물, 드디어 해 봤다!


소가 잘 뜯어 먹는다는 ‘쇠뜨기.’ 그 쇠뜨기의 어린 줄기가 ‘뱀밥’이다. 왜 이름이 뱀밥이냐고? 어린 줄기 끝에 달린 홀씨주머니가 뱀 머리처럼 생겨서 그렇단다. 길쭉 솟은 뱀밥을 보면 정말 가느다란 뱀을 닮은 듯도 하다. 모습 때문인지, 이름 때문인지 그동안 뱀밥나물은 도전해 볼 용기나 잘 나지 않았다. 죄 없는 쇠뜨기한텐 미안하지만 왠지 모르게 비호감으로 다가오곤 했지. 


쇠뜨기 어린 줄기 뱀밥이 텃밭 곳곳에 불쑥불쑥 솟아 있다. 줄기 끝에 달린 홀씨주머니가 뱀 머리처럼 생겨서 이름도 ‘뱀밥’이다.


하긴, 쇠뜨기는 텃밭 주름잡는 잡초 대마왕이 아니던가! 


어설프게 호미 들이댔다가는 큰코다치지. 가로 세로로 마구 뻗은, 길고 긴 쇠뜨기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 있으니까. 무조건 삽이 나서 주어야 한다. 


삽질, 또 삽질을 해대면 그제야 간신히 뽑히는 듯하다. 하지만 삽질한 그 자리에 불쑥 튀어나오는 또 다른 쇠뜨기 뿌리. 하여튼 얄밉기로는 텃밭 잡초 가운데 쇠뜨기를 당할 자가 없나니. 밭에 널린 쇠뜨기 뽑는 데 지친 것까지 더해서 그랬을까. 온갖 풀로 반찬 만드는 재미에 푹 젖은 나도 뱀밥만큼은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언뜻 보면 송곳 윗부분처럼 보이는 쇠뜨기 순.
가로 세로로 마구 뻗은, 길고 긴 쇠뜨기 뿌리.
삽까지 나서야 하는, 얄밉기로는 텃밭 잡초 가운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쇠뜨기.


올해도 어김없이 밭 곳곳에 쇠뜨기 무리가 가득하다. 뱀밥이 불쑥불쑥 솟은 모습을 보니 이번엔 왠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 김매면서 정이라도 들었나? 얄미운 잡초 말고, 드디어 요리 재료로 보이네. 붉은빛 도는 가는 줄기가 하늘만 바라보며 좌르륵 늘어선 모습은,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도 느껴지고. 


그래, 한번 해 보자. 실패하면 어때. 다음에 안 먹으면 그만인걸.


소심하게 뱀밥 서른 개 좀 넘게 꺾고, 줄기 사이사이 치맛자락처럼 보이는 껍질 벗기고. 뱀밥 다듬기가 고구마줄거리 못지않게 잔손이 간다. 조금만 뜯었으니 그나마 다행. 


다듬기 전 쇠뜨기(바구니 오른쪽), 다듬은 뒤 쇠뜨기(바구니 왼쪽).
소심하게 뱀밥 서른 개쯤 뜯고 다듬고 씻는 동안 계속 의심이 든다. ‘이거 먹는 나물 맛나?’


물 위에 둥둥 뜬 뱀밥. 한결 말끔해졌으나 버섯처럼도 보이고, 하여튼 뭔가 묘한 모양새다.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거 먹는 나물 맞나, 자꾸만 의심이 밀려온다. 물론, 먹는 음식 백 퍼센트 맞다. 도감이랑 여러 정보들 두루 살펴 확인해 두었지. 그럼에도 독특한 모양 때문인지 이름 때문인지 자꾸만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뭔가.


나를 뱀밥나물 하고 싶게 이끈 최대 주범, 일본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를 열어 본다. 사실, 이 책 덕분에 뱀밥으로 요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지. 다시금 보니 뱀밥으로 조림 만드는 장면이 분명히 나온다. 맛있다는 품평까지 뒤따르니 다시금 믿음을 갖고 나물 만들기에 들어간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니 희끄무레하던 때깔이 불그스름하게 바뀐다. 날것보단 먹는 나물 비슷한 때깔이 나는 듯도 하네. 


뜨거운 물에 데치니 희끄무레하던 때깔이 불그스름해진다. 먹는 나물 비슷한 때깔이 나는 듯도 하다.


자, 다음으로 간장 넣고 살짝만 볶기. 처음이니까, 나물 본디 맛을 느껴보려고 들기름, 참기름 종류 일체 넣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저으며 자글자글 볶고 있는데 다시 또 의심이 인다. 이거, 정말 먹는 음식 맞을까?


폭 줄어든 뱀밥나물을 작은 접시에 담아 저녁상에 올린다. 맛보기 왠지 겁나서 옆지기한테 먼저 먹어 보라고 슬며시 등 떠밀었지. 한입 넣더니 별 말이 없다. 나도 한입 넣으니 음, 짠맛이 먼저! 뱀밥은 적은데 간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봐. 처음이라고 이런 실수를! 


어? 짠 다음에 쓴맛이 나. 강하진 않지만 쓴 뒷맛이 혀에 남는다. 고사리처럼 씹는 맛은 쫄깃하군. 하지만 뱀밥나물이 지닌 본맛을 드러낼 알맞은 표현을 못 찾겠다. 뱀밥 향도 잘 다가오지 않고. 간장 그늘에 가려서 더 그랬으려나? 


처음으로 만들고 먹어 보는 뱀밥나물. 나물 때깔도 뭔가 독특하기만 하다.


몇 젓가락 깨작깨작하고는 작은 접시에 담은 뱀밥나물, 끝내 남기고야 말았다. 나물 앞에 사족을 못 쓰는 나인데, 쩝쩝. 밥 먹고는 뱀밥나물에 대해 다시금 확인해 본다. 다들 맛있는 나물이란다. 뱀밥으로 밥을 해도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도 맛있다고.


거기다 데친 다음 물에 담가 떫은맛 우려내라는 말도 있네? 아차차, 그걸 놓쳤군! 데친 다음 바로 볶았으니 말이지. 아까 약간 쓰다고 느낀 건 어쩜 떫은맛일지도 모르겠어.


첫 도전에 조금 실망한 나머지 뱀밥나물 다신 안 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도전 정신이 싹튼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생각나는군. 의심이 좀 섞이긴 했지만 뱀밥에 한번 마음을 주고 나니 자꾸만 더 마음이 가려고 하네. 첫인상이 중요하다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면 안 되겠지? 비호감 어쩌고 했던 선입견도 얼른 내려놓아야겠고.  


붉은 빛 도는 가는 줄기가 하늘만 바라보며 좌르륵 늘어선 뱀밥 모습에서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곧 있으면 텃밭에 쑥보다 더 널리 퍼질 쇠뜨기, 나물반찬으로 다시 또 시도해 봐야겠어. 씹는 맛이 좋았으니까, 쓴맛 떫은맛만 잡으면 뭔가 특별한 나물이 탄생할 것도 같은 기대감도 슬며시 생기네?


참,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어느 도감에서 말해 주었지. 게다가 다듬느라 손도 많이 가니까, 색다른 음식 좋아하는 손님 찾아오면 다시 한 번 해 볼까. 그때는 간장 조금만 넣는 거 꼭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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