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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May 27. 2019

비 오는 날엔 향긋하고 시원한 돌미나리 국수를~

“점심에 국수 먹을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옆지기가 슬며시 묻는다. 비 덕분에 바깥일을 할 수 없으니 오랜만에 느긋하게 하루를 여는 날이다. 


“글쎄…. 재료가 딱히 없을 걸?”


미적지근한 내 반응에 시원하게 돌아오는 대답.


“다시 국물은 있지? 그럼 됐어!”


비 핑계로 텃밭 일 제쳐 놓고 오랜만에 책상머리 일 좀 하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부엌에서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난다. 궁금해서 나가 보니 돌미나리를 뜯어왔네. 텃밭 이곳저곳 물기 있는 곳마다 알아서 자라 주는 고마운 풀. 통통한 보랏빛 때깔이 참 곱고도 멋스럽다.


통통한 보랏빛 때깔이 참 곱고도 멋스러운 돌미나리. 은은하고 쌉쌀하고 향긋하다.


‘음, 돌미나리 국수를 하려나 보군.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안 먹어 봤네. 과연, 어떤 맛일까?’


손 빠른 산골 요리사 덕분에 궁금하던 돌미나리 국수를 금방 만날 수 있었다. 초고추장에만 찍어 먹던 돌미나리를 국수랑 같이 먹으니 뭔가 색다르다. 


은은하고 쌉쌀하고 향긋하고. 어딘가 달콤함마저 숨어 있는 돌미나리와 만난 국수. 개운하고 시원하고 아삭하니 여느 복어 해장국 부럽지 않다. 어제 옆지기랑 산골살림 어찌 꾸려갈지 이야기 나누느라 늦게까지 마신 술이 소리 소문 없이 깨는 듯하다.


돌미나리 국수. 개운하고 시원하고 아삭하니 여느 복어 해장국 부럽지 않다.
돌미나리 김치는 상큼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국수보다 미나리를 더 많이 먹은 듯한데 전에 만들어 둔 돌미나리 김치에도 또 손이 간다. 새콤달콤 향긋한 이 맛이 또 별미인지라!  


미나리가 독소를 빼준다고 하던가? 내 몸에 있는 나쁜 것들, 내 맘에 있는 좋지 않은 생각들. 돌미나리 덕분에 몸 밖으로 맘 밖으로 스르르 빠져나가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려나? 욕심일지라도 왠지 그리 되기를 바라고만 싶은, 돌미나리 국수 하나로 배 빵빵해진 비 오는 날 오후. 


비가 오면 괜스레 밥하기 싫어지는데, 이 반찬 저 반찬 차릴 일 덜어낸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돌미나리 국수, 그리고 산골 요리사님! 덕분에 해장 시원하게 했으니 저녁은 제가 차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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