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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게임 1. 이 동네 오락실은 내가 접수한다


 지금은 코인노래방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문화가 된 작은 노래방 부스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메인이 되겠다는 큰 야망 없이 오락실 한 귀퉁이로도 충분한 것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촌이나 친구들과 오락실에 놀러 가면, 대체로 그 노래방 부스가 가장 인기폭발이었다. 나는 그게 퍽 쓸쓸했다. 내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건 1945나 철권, 킹오브파이터, 버블버블, 하다못해 총으로 좀비를 쏴 죽이는 오락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라는 사실이 게임을 향한 내 열정을 꺾어놓을 순 없었다. 혼자서도 당당하게 동전탑을 쌓아놓고 앉아서 게임을 즐기곤 했다.

 그렇게 누가 봐도 게임을 좋아하는 게 분명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가능한 모든 순간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초등학생 때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만났을 때, 이런 건 정신 사납고 머리 아파서 할 수 없다고 한 번에 단정 내렸고, 우리 집 컴퓨터에 기사님이 “이거 좋은 거”라며 설치해준 스타크래프트를 내 손으로 삭제하기도 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등장에도 모바일 게임은 시시하다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너의 스타일’이라고 장담하며 친구가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자고 했을 때, “난 원래 게임 같은 거에 흥미 없다.”라고 곧 들킬 빤한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 모든 부정은 거짓말이었다. 발버둥 쳐도 나 자신을 언제까지고 속일 순 없었다. 나는 ‘할 수 없다’던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서 초등학교 시절 학교까지 조퇴하고 친구들과 PC방을 들락거렸다. 텔레비전에서 즐겨 보던 게임 결승전이 광안리에서 열릴 때면 앞자리에서 보겠다고 며칠 애를 쓰고 플랜카드도 제작했다. 모바일 게임은 남들보다 한 박자 늦게 시작해서 남들을 추월하는 재미가 이 세상 즐거움이 아니었다. 유행하는 게임만이 아니라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찾아내 친구들에게 “이거 같이 하자”며 권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딱 같이 게임을 해보자는 친구의 말에 “아, 정말 재미없으면 바로 나갈 거야.” 라고 도도하게 PC방에 앉았던 나는 그 자리에서 5시간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귀여운 캐릭터, 스피디한 게임 진행, 손끝으로 전해지는 액션쾌감, 흥미진진한 운영! 그 이후 어떻게 됐느냐고? 지금까지도 인생을 저당 잡힌 사람처럼 그 게임에 매달려 있다.

 이쯤 되자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게임을 부정하던 건 내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고 빠져들지 알기 때문에 미리 방어벽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게임을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게 중독되고 현실로 돌아오는 게 얼마나 힘들지 미리 예감하고 그토록 거부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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