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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6. 지금은 전쟁 중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나는 점점 획일적이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양보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정말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개싸움에 가까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모든 문제에 대하여 내가 솔로몬처럼 판단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고뇌의 결과물이 아니라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말들의 모음이었다. 물론 상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영혼은 지치고 상처받았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왜 그렇게 우리는 극단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걸까?

 과거 어떤 사건에 대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을 때, 이미 여러 동조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반대되는 입장이 댓글을 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그 댓글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내 댓글 밑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린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겪을 때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뛴다’는 식의 표현을 쓰던데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일일이 해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냥 빠르게 댓글을 삭제하는 편이 나았다.

 그 후로 어떤 문제에 대해서건, 대세와 다른 입장을 갖게 되는 경우에는 절대로 반대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렇게 했을 때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지 못하고 결국 점점 더 극단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버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일반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로 자리를 잡게 된다. 다음으로 이 문제를 접하는 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치고 편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초기에는 반대되는 입장을 가졌던 나조차도, 돌고 돌아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문제를 다시 마주하면, ‘어? 이제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흔들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공간에는 늘 싸움이 가득하다. 서로를 비방하고 불신하고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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