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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킴 Jan 12. 2019

스마트폰 7.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나에게 여전히 많은 영향을 주는 절친한 친구 S와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3년 내내 같은 반을 지내며 기숙사도 항상 함께였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면 알수록, S는 정말 나랑 안 맞았다. 사회를 바라보는 기초적인 시각부터 정치에 대한 입장,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법 심지어는 좋아하는 영화 같은 개인 취향에 이르기까지 단어 그대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다.

 “도대체 10대가 저렇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너무 충격이야. 너는 나이만 10대고 사실은 마흔 살일 거야.”

 “어떻게 그렇게 지루해서 잠들 수밖에 없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거지? 진짜 너의 취향은 엉망진창이구나. 도저히 존중해줄 수 없어.”

 그러나 놀랍게도 S와의 대화는 늘 즐거웠다. 너무 다른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고 이겨 먹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논리를 짜냈고 어떻게든 설득력 있는 예시를 제시하고자 고뇌했다. S는 아주 날카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조금이라도 허튼소리를 했다간 가만히 참지 않을 것이었다. S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결국 인정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럴 때면 ‘아니, 쟤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거지?’ 하는 놀라움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생각도 못 했어’ 하는 깨달음을 동시에 느꼈다. 고통스러운 수험생 생활에서 S와의 대화는 나에게 지적인 자극이었고 행복한 도피가 되어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언젠가 나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꿈을 꿨다. 나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대화 수준,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취미의 남자라면 싸울 일도 없고 완벽한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그건 절대적인 착각이었다. 나와 비슷한 장점을 지닌 사람은 마찬가지로 나와 비슷한 단점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해줄 수도 없을 테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발전은 꼭 내가 상상하고 능력이 닿는 한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겠는가.

 다르다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비슷한 것을 쉽게 사랑하지만, 사실 나를 발전시키고 달라지게 만드는 것은 나와 다른 것들이다. 우리는 ‘다른 것’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사랑해야 한다. ‘다른 것’들이 나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내 존재를 증명한다. 또한 ‘다른 것’들이 나를 만들고, 우리를 만들고, 공동체와 사회를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한계를 갖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다른 것을 서로 사랑하는 게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이익을 줄까? 어떤 형태든 튼튼한 공동체는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가진 함정에 우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신적 지지대를 제공한다. 우리가 만일 건강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수많은 광고와 정치적 속임수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코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가족의 일원으로 가정의 일을 하는 것과 부모로서 자식을 돌보는 것,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고, 필요를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든든한 행복과 안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전쟁이 우리 공동체를 위한 길이라거나, 부동산 개발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준다는 등의 유혹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물론 공동체가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가족보다 더 느슨한 형태의 사회 공동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를 지지하고 긍정해주는 사랑의 공동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평화, 신뢰, 애정이 전체 사회에 든든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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