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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May 07. 2020

2002년 월드컵 때문에 축구를 시작해 버렸다

환경에 지배된 사람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언이 적혀있습니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명언이죠.


너 자신을 알라


혹시 당신은 자신을 알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당신도 착각한 것입니다. 일단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자신이 잘 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한 번 돌이켜보십쇼.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계십니까. 질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왜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왜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친구를 왜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대부분 좋으니까 좋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저 좋으니까 좋은 이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좋아하게 되는 포인트는 분명이 존재합니다. 단지 그 포인트를 인지하지 못하니까 그냥 좋다라고 느끼는 겁니다. 좋아하는 노래와 관련된 기분 좋은 사건 또는 배경이 있었기에 좋아하는 겁니다. 음식도 친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의 뇌는 이유없이 반응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에서 받은 자극으로 인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인간의 성격이 태아에서 부터 현재까지 받아온 자극으로 인해 형성된다고 하고,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감정이란게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고 말합니다. 예를들어 장유유서의 문화가 베어있는 우리나라에서 어른보다 먼저 숟가락을 드는 모습을 보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개의치 않은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당신 현재의 모습은 당신이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저는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생겼습니다. 만약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축구붐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축구선수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적, 시대적 배경에서 휩쓸렸던 것이죠. 실제로 그 시기에 축구를 시작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환경에 휩쓸려 축구를 시작했던만큼 금새 관두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저와 함께 축구를 시작했던 친구들 중 절반이 1년도채 되지 않아서 관뒀습니다.


저는 월드컵 전부터 동네에서 축구로 유명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축구를 정말 좋아했던 저에게 월드컵은 열정의 기폭제 역할이 되어줬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의 열기가 식어갈 때 쯤에도 저의 열정은 여전히 활활 타올랐습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만둔 친구들이 잘못된것은 아닙니다. 학생 때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적성에 맞는 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 흰 도화지로 시작되어 발달과정에서 스케치가 그려지고 물감을 칠하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 도화지는 리셋되지 않습니다. 가장 깨끗할 때 받은 자극이 인생의 뼈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전후로 '나'의 성격과 성향이 짙어지게 됩니다. '나'는 내가 자라온 환경의 자극으로 인해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각해야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릅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전문직 또는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유튜버, 연예인, 스포츠스타, 인터넷방송BJ를 목표로 삼습니다. 물론 자신의 적성에 맞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세상에서 주는 자극 때문에 형성된 목표가 아닐지 돌이켜봐야합니다. 제 친구들이 월드컵의 열기에 영향을 받아서 축구선수를 시작했듯이 말이죠.




나를 알기 위해서는 살아온 과거의 환경과 배경 그리고 인물들을 살펴봐야합니다. 80년대 생의 20살과 00년대 생의 20살의 사고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각 개인이 자라온 환경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중산층에서, 누군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날 수 있습니다. 태어난 국가와 도시도 다르고 친구, 스승, 지인들 또한 다릅니다.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한 지붕아래에서 자라더라도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다른지, 왜 나는 지금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바로 당신의 정체성을 만든 이유인데도 말이죠. 아폴론 신전의 명언 처럼 '너 자신을 알라'를 따라야 세상에 휩쓸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도출해냅니다. 그리고 그 무엇을 어떻게 해낼지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종합하면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변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긴 시간 동안 세상의 환경에 노출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세상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자체만으로 변화의 방아쇠를 당긴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당신의 세상을 원하는대로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죠. 이 방법은 우리가 많은 매체와 자기 계발서, 유튜브 영상에서 본 성공의 태도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바로 '나'로부터 방법을 찾고 정체성을 만들기 때문에 진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벌어들인 돈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당신은 이 글을 읽으셨으니 과거의 자신을 해체해서 당신의 세상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메인사진 출처

- 천안시축구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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