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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Jan 12. 2020

축구선수의 그림자. (부상)

병을 대하는 자세

2015년은 축구선수 김상필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2013년 프로 리그에 입단 후 2년 간 후보선수로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봤었다. 그러다가 현재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고 조진호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로 K-리그 클래식에서 뛸 수 있는 게 되었다. 까딱하다가 K3(당시 4부 리그)에서 뛰게 될 처지였던 나는 정말 하늘(조진호 감독님)이 주신 기회로 그 해에 총 1부 리그 정식 경기 24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당시 나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행운의 여신이 내게 손을 내밀어주긴 했지만, 2년 동안 노력한 나의 땀이 없었다면 행운의 여신이 내게 고개도 돌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90분 풀타임을 뛰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아니 늦출 수 없었다. 개인 운동량을 경기 뛰기 전과 똑같이 유지했다. 저녁마다 1시간 이상씩 고강도 훈련을 반복했었는데, 훈련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시 벤치로 밀릴 것 같은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먹구름 : 출처 네이버

그런데 그 불안함은 다르게 다가왔다. 몸 컨디션은 최고조로 높아지는 가운데 친정 팀이었던 FC서울과 경기를 앞뒀다. 당당히 이겨서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서글픈 시절을 보상받고 싶었다. 선발 명단에 들어갔고 몸을 푸는데 사고가 터졌다. 2인 1조 킥을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종아리를 세게 걷어찬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눕게 되었다. 곧바로 트레이너 형이 와서 나를 살폈고 이렇게 말했다.


상필아, 종아리 파열 된것 같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이제야 꽃을 피우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찰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다니...




최소 6주 이상 쉬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6주 후에 내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주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나는 그날 밤 한숨도 못 잤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라는 자책의 한 숨만 내쉴 뿐이었다. 정말 절망이란 단어를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 었다.


다행히도 당시 나는 젊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깡다구도 있었다. '부상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부상의 회복에 전념하자'라고 생각을 고쳐먹자고 다침 했다. 2년 간 후보선수를 견뎠는데 고작 6주를 못 견디겠는가.


근육 부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자세로 쉬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술을 멀리하고 잠을 잘 자야 했다. 주변에 근육 부상을 당하고도 음주를 해서 고질병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았었다. 화순 부모님 댁으로 내려가서 집에서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서 회복에 집중했다. 3주 정도 후부터는 실내 자전거를 구입해서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를 시작했다.




부상 복귀 후에도 기회를 받았고 총 24경기라는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약에 부상 후 멘탈이 무너져서 포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나의 기록은 부상 전에 뛴 기록인 10경기였을 것이다. 부상 복귀 이후에는 체력관리를 위해 컨디션 조절을 했다. 결코 운동량만으로 퍼포먼스 유지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부상이라는 그림자는 운동선수들에게 늘 드리워져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부상이 발생할지는 모른다. 창피하지만 나는 경기 전 몸 풀 때 2인 1로 킥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져서 부상을 당할 수가 있다. 그때 결단코 부상에 목메어서는 안 되다. 이미 벌어진 부상은 받아들이고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면 전성기가 끝난 것이다.
미래에 집중하면 전성기를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폴라리스> 중에서




만약 내가 가장 몸이 좋을 때 FC서울 친정팀과 경기를 뛰질 못했다는 아쉬움에 얽매여서 자책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근육은 부정적인 나의 감정으로 인해 더더욱 회복 속도는 느려지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안될 놈'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스스로 씌워서 고정형 사고방식에 갇히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진짜 안될 수 밖에 없이 만든다.


그 고비를 넘겼기에 6년이 흐른 2020년 현재에도 나는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달수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부상은 멀어지지 않았다. 발목 인대, 무릎 내측 인대, 눈썹 11 바늘 봉합, 햄스트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겪었다. 축구선수에게 부상은 그림자와 같다.

부상 : 출처 네이버


그림자는 빛이 있는 곳이면 늘 생긴다. 그림자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은 빛의 원천과 일직선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면 된다. (해가 중천에 뜬 정오의 그림자가 가장 작은 이치다.) 축구선수라면 축구선수라는 정체성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 한다. 부상을 높이는 술, 수면부족, 오랫동안 앉아있게 하는 게임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영양가 높은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과거 위대한 선수들 중에서는 부상을 넘어서 장애를 갖고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들이 있다.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서 다리의 길이가 3cm나 차이가 났던 '가린샤'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 팔을 잃은 외팔이 야구 선수 '피트 그레이'는 자신의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그 외에도 큰 부상을 겪고도 극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혹시 부상으로 위기에 봉착된 선수라면 이 글을 통해 용기를 얻기 바란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할 수 없다는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당신이 전자를 선택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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