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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Feb 02. 2020

오르막 길(Feat. 필맨)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산

현재 우리 팀은 남해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하루에 두 탕씩 훈련을 하면서 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하고 있다. 몸이 지쳐서 쓰러질 때쯤 주말이 돌아왔다. 주말이 되면 왠지 마음이 들뜬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휴식이 쥐어지기 전에 관문이 있었다.


금산 정상 정복


오전에 선수단 전원이 금산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왔다. 50분 정도의 짧은 코스이지만 중간 경사가 높아서 스쿼드 3000개를 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힘들었다. 나는 두 명의 선수와 함께 선수 그룹으로 도착했다. 운동 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도착한 금산 정상의 절경은 그 값을 했다. 단체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모여서 찍고, 셀카도 찍으면서 순간을 저장했다.


그리고 올라왔던 길 그대로를 따라서 내려갔다. 이번에는 가장 꼴찌로 내려갔다. 내 무릎은 소중하기 때문에.


선두 그룹! 가장 앞 부터 필맨, 럭꼬, 허스타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아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 일지 몰라.

윤종신의 <오르막길> (feat. 정인) 가사 중에서...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인생은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있다. 산의 정상은 목표를 비유하며 등산은 그 과정을 뜻한다. <오르막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압권이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꾸준히 올라간다면 결국 정상에서 만날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재 나는 내 삶이 오르막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사에 감정이입에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정복한 금산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길이 잘 닦여있었다. 약간만 주의하면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정상까지 무리 없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만약에 아무도 정복하지 않은 정상을 간다면 어땠을까. 길 자체도 없었을뿐더러 위험요소가 많아졌을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길도 잃게 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이다. 



인생은 산 너머 산이라는 말도 누군가 갔던 길보다 아무도 가지 았았던 길을 비유하지 않았을까. 나의 비전도 아직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크다. 또한 단 하나의 산이 아닌 산 너머 산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한다. 내가 찾던 정상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찾는 비전. 즉 정상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산을 올라가 봐야 한다. 그 산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갔던 곳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산을 빠르게 올라가서 확인하고 다음 산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다. 인생의 산에서는 멘토나 스승을 통해서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이미 그 길을 가본 사람은 빠른 길과 템포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빠르게 올라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도움이 된다. 오늘 내가 선수 그룹에서 올라갔듯이 말이다. 반대로 천천히 가려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그에 맞는 시간에 도착할 것이다.


정말 인생은 산이라는 말이 딱인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의 산을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을 한다. 누군가는 혼자서 천천히 오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중턱을 정상으로 착각해서 내려가기도 한다.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고, 중간중간 수분과 당 보충이 필요하다. 오르막길을 지나 정상에 서면 대부분 절경에 매료되고 해냈다는 성취감에 취한다. 하지만 오르막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리막길이다. 등산 사고는 오르막보다 내리막 일 때가 더 높다. 이유는 보폭과 속도다. 오르막일 때는 힘들다 보니 보폭이 좁고 천천히 올라가지만, 내리막일 때는 중력의 힘을 받아서 속도를 붙이고 보폭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힘이 덜 들고 편할 때가 방심하기 딱 좋을 때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이 풀린 내리막일 때 더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오르막길의 가사처럼 정상에 가까워질 때쯤이면 자신의 호흡 소리만 들리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쯤이 되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고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정상이란 목표는 어느새 흐릿해지고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현재 나는 굉장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그래서 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비전이라는 정상을 찾을 거라는 기대만 있을 뿐이다. 24시간을 꾹꾹 누르면서 살아가다 보니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집중하게 된다. 


한 걸음, 그저 한걸음 일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

윤종신의 <오르막길> (feat. 정인) 가사 중에서...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꿈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확률이 높다. 행복은 목표를 이룬  따라오는 감정이다. 꿈이라는 개념 자체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의 최고봉이다. 꿈을 이루면 당연히 행복해지기 때문에 무엇을 통해 행복해지겠다고 대답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보통 평범하게 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반론을 많이 듣는다. 평범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가가지도 이루기도 쉽지 않은 꿈인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 <폴라리스> 중에서


인생의 산을 목표도 없이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힘들 때 포기하거나, 휴식을 넘어서 머물러 버리는 경우가 많다. 왜 이 힘든 순간을 겪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어떤 정상을 가고 싶은지부터 설정하고 나아가길 바란다. 정상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주어진 보상이라는 것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금산의 정상을 점령했듯이 K-리그 3의 정상도 정복하는 천안시 축구단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우승 가즈아~


2020 K-리그 3 우승을 위한 CCFC 단체샷





-메인사진

    https://pixabay.com/users/free-photos-24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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