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대한필맨 Feb 23. 2020

다크호스가 될 축구선수들

축구선수 독서모임 '아웃라이어'

현대 사회는 점점 다양성을 수용하고 개개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거의 인간들은 표준화 계약을 통해서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상에 도달하는 사람을 찬양하고 부러워했다. 예를 들어서 수능시험 1등을 달성해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성공을 보장받은 사람처럼 대했다. 그리고 졸업 후에 사회가 인정하는 분야에 뛰어들어서 정상에 올라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 판사, 검사, 의사 등 정형화된 직업군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현재는 어떠한가. 판사, 검사, 의사는 여전히 인정받는 직업군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바래진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개개인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더 열광하고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가 쓴 <다크호스>에서는 개개인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에 따른 목표와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다크호스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다크호스란 과거 영국의 한 소설에서 나온 스토리가 독자들에게 공감을 사면서 널리 퍼졌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경마에 돈을 걸었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1등을 하자 다크호스라고 표현했다.


축구계에도 표준화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크호스 사고방식을 갖춘 선수가 오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어느 스포츠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계는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다. 어릴 적부터 합숙 생활을 했던 축구선수들은 단체생활에 익숙하다. 단체 생활은 공동체라는 인식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만, 개개인성을 퇴화시키기도 한다. 20202년 현재에도 많은 축구팀들이 합숙을 하고 있다. 합숙은 자연스럽게 선배와 후배 간의 상명하달 문화를 일으킨다. 선후배 관계는 군대 선임 후임 관계보다 더 깍듯하게 되면서 똥군기 문화가 짙어진다. 선수들을 매일 관리하는 지도자 입장에서는 상명하달 문화를 더 짙게 만들어서 선수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여자 친구를 만나다가 걸려서 삭발하는 경우, 선배에게 말대답했다가 단체 기합을 받는 경우가 지금도 일어난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뉴스


어느새 축구계는 고인물이 되어서 지도자 또는 선배들이 임의로 정한 규율에 따라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까 더욱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졌다. 축구선수라는 이유로 여자 친구를 만나서는 안 되고, 머리를 길러서는 안되고, 지도자의 허락 없이는 학교를 벗어날 수 도 없게 되었다. 만약 위의 행동을 행한 선수가 있다면 부적응자로 주홍글씨를 새겨버린다. 


그러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머리를 길게 기른다고, 학교를 벗어나서 외출을 즐긴다고 해서 축구 퍼포먼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억압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멘탈이 흔들릴 수가 있다. 


한국 축구계에서는 축구만 하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프로에 진입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유튜브를 시작한 선수들이 있다. 김보경, 이범수, 허준호 선수들은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구독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삐딱한 시선을 갖춘 부류들은 유튜브를 할 시간에 운동이나 더하라는 비난을 던진다. 웃긴 것은 본인은 정작 쉴 때 PC방을 가고 있다. 삐딱한 시선을 가진 부류들은 기존의 축구계의 관점에서 벗어난 선수들이 어색할 것이다. 축구만 해야 하는데 다른 것을 하니까 비판적 관점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선수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수들은 누구보다 더 훈련에 열정을 쏟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를 시도했다는 자체가 현재에 머물지 않고,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태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한 다크호스가 될 재목이다.


지난 해 빡독x축구선수에 참여한 축구선수들


축구선수들의 독서모임 <아웃라이어>도 같은 맥락이다. 훈련 외의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기존 축구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13명의 선수들이 단톡 방을 만들어서 자신이 읽은 책을 블로그에 써서 공유하고 있다. 1달, 1 책, 1 서평, 1 글쓰기를 하면서 여가 시간을 유의미하게 활용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온라인 토론도 한다. 보편적인 축구선수들은 PC방, 카페, 맛집, 여행, 한 잔(?)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웃라이어> 멤버들은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실력을 향상해서 은퇴 후에 대한 대비를 준비하고 있다. 다크호스 사고방식을 갖췄기에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웃라이어 멤버들이 다크호스의 의미에 맞는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태동기를 보내고 있지만 올 해에 꾸준히 이어가서 12월에 오프라인 모임을 이끌어낸다면 결과물의 파장이 더 커지리라 예상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줄 수 도 있다. 그 시간에 축구나 더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그 속도는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단체 생활의 문화도 희미해지고 개개인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짙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사회는 그렇게 변화하고 있으며 스포츠계는 조금 늦게 반응할 뿐이다.


유튜브, 독서, 글쓰기 등 축구 외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은 은퇴 후에 다크호스가 되는 첫 번째 옵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꾸준히 아웃라이어를 이끌 예정이다.







- <다크호스>


메인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코리아

매거진의 이전글 180조 자산가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