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Mar 04. 2017

꽃의 편지






나를 사랑하신다고요. 

그래서 꽃을 성기라고..... 쉽게 말하는 분들에게 당신은 무지 화가 난다고요

화내지 마세요.. 사전에도 꽃은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이라고 맨 처음 나오니까.....

알긴 하지만 좀 그렇기도 하긴 해요.  

겨우 나를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까, 

하다못해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존재  아름답고 어여쁨.... 어느 종류는 매우 귀여움.

어여쁘나 빨리 시들어서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하는 존재. 

그도 아니라면 잘 꺾이니... 조심해야 할 것, 드문드문 몽환적인 향기가 배어 나와 홀리게도 함.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음.

때와 시를 아는 물질로서 매우 총명함.....

더할까요? 한없이 할 수도 있는데,

근데 겨우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이라니

그 하염없는 상상력의 부재에 대해 아연 키는 하죠. 

그렇다고 그렇게 화낼 일이야 없지 않아요?

가만, 당신이 화를 내는 이면에는 혹시 나에 대한 사랑을 빙자한 다른 뜻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누군가 당신 앞에 꽃을 빙자하여 감히 성기라는 단어를????? 그러니 더 분석해 보자면

나, 즉 꽃을 위한 분이 아니라 혹 그 성기라는 단어가

당신의 高尙한 지경 침해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나요.

그렇다면 그것 당신 나이쯤에 매우 촌스러운 양태 아니겠어요. 

성기는 너무나 확연한 존재인데 파르르..... 한다는 것,


언제나 사랑의 고백은 설레긴 하죠.

가끔 당신의 다정해 보이는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설마 사랑까지..... 

사실 그런 눈빛이야 언제나 내겐 흔하디 흔한 이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사실 당신이 내게 한 그 숱한 사랑의 표현들은 나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당신의 심정적 만족을 위한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누군가를 향한, 적절한 대상에게로 투영되지 못한, 대신 만만한 나에게로 꽂히는....
즉 당신에게 고이는, 결국 고이고야 마는,

사랑이라는 그 로맨틱한  감정을 나에게 분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벗어나는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조우!!!!라서

대개의 사람들은 길을 모르거든요.

자신을 벗어나는 길 말에요

미답의 길은 언제나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고 사실 험하기도 해요. 

그래서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드물게는 자살에 이르기도 하죠.   


사람에게만 자살충동이 있는 게 아니랍니다.
꽃들도 체념하며 낙망하며 너무나 심한 절망에 빠지면
일시적으로 세상만사에 눈을 감거나 경기를 일으키거나
그것도 안되면 그냥 죽기 위해 '화들짝' 꽃으로 피어나기도 해요.
'핌'이 사랑에 대한 보응이 아니라
그냥 죽기 위한 몸짓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화원의 주인이 맨날 물 주고 약 주고 먹을 것 주고
그러면 내 친구들은 아주 일찍 그 몸을 피워내 버립니다.

화원의 주인은 
얼씨구나 절씨구나 어깨춤을 추며
 친구들의 몸뚱어리를 싹둑싹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비어내지만
어쩌면
그네들 나의 벗들은 
꽃을 피어낸 그 순간에
이미 죽음의 세상으로 향해 있다는 거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그래 나 죽어버릴 거야!'
화들짝 몸을 열어 꽃을 피어낸다는 것......

화원의 꽃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기실 꽃은,

핌과 함께 저물어가는 길로 들어선 거죠.


사람들 가끔 '꽃' 자 넣어 만든 단어 맘에 들기도 해요.

꽃귀신... 어린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

꽃무덤... 젊어 죽은 아까운 사람의 무덤...

꽃구름.... 여러 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구름....

이글이글 타오르는 꽃불이라고도 하고

아 그것도 있어요.

신혼부부의 첫날밤 잠을 꽃잠이라고도 해요....

그러니 

용서해주기로 하죠.

식물의 방점인 나를,  꽃을 성기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말이죠..


<꽃이 푸에게>








작가의 이전글 규서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