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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r 07. 2017

태항산



어느 소설가 선생께 들은 이야기 하나.  

늙은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다.

개구리 : 할아버지~~!

나무꾼 : 거, 거기 누구요?

개구리 : 저는 마법에 걸린 개구리예요

나무꾼 : 엇! 개구리가 말을??

개구리 : 저한테 입을 맞춰 주시면 사람으로 변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어요.

저는 원래 하늘에서 살던 선녀였거든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개구리를 집어 들어 나무에 걸어둔 옷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무를 하기 시작했다.

개구리 : 이봐요, 할아버지! 나한테 입을 맞춰 주시면 사람이 돼서 함께 살아드린다니까요!

나무꾼 : 쿵! 쿵!(무시하고 계속 나무를 벤다)

개구리 : 왜 내 말을 안 믿어요? 나는 진짜로 예쁜 선녀라고요!

나무꾼 : 물론 믿지.

개구리 : 그런데 왜 입을 맞춰 주지 않고 나를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거죠?

나무꾼 : 나는 예쁜 여자가 필요 없어. 너도 내 나이 돼 봐. 

사람하고 얘기하는 거보다 개구리와 얘기하는 게 더 재미있지

**

나이가 자연스레 가져다준 자유가 보이는 스토리다.

예쁜 여자보다 사람보다 개구리. 

개구리는 여행이기도 하다.  

  

여 행 사흘 째 

태항산맥의 봉우리 하나인 만선산을 올랐다. 

만선산은 단어대로 만 명의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구름이 산허리에 걸리면 기가 막히다고...

다행히 그날 구름은 허리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참 좋았다. 

중국의 그랜드 캐년인 태항산은

실제 오그랑데!!!! 보다 어느 부분 더 멋진 곳이었다.

그랜드 캐년이 멀리서 바라보며 오~~~~!!!!!! 한다면

태항산은 여기저기 그 속살을 밟으며 다녔고 

협곡 아래 있다가 산을 오르면 다시 또 그곳이 깊은 협곡이었다.

그리고 또 그곳을 오르면 역시 다시 협곡이 되는....

끝도 한도 없는 산...이었다..  

신선 두 세명도 아닌 만 명을 생각하다 

차암 그들의 과장이 땅덩어리처럼 거대하구나 싶었다. 

요재지이와 도 그렇지만 산해경의 나라니.

산해경은 원래 그림으로 된 책인데 나중에 글로 만든 책이다. 

글과 그림이 섞여 있는데

세상의 기이한 동물과 새들 이야기가 끝도 한도 없이 이어진다. 

하다못해 가슴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도 있다.

높은 사람은 그 구멍에 장대를 넣어서 모신다. ㅋㅋ 

기명자규아... 

자기를 부르는 소리로 우는 새들도 많이 나온다.

태항산 어디쯤

기명자규아하며 우는 새...

있을법하지 않는가....


태항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산도 무시무시하지만 

그  산에 길을 내고 돌을 뚫어대는 사람도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까마득한 절벽 위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살아가다니.... 


얼마 전에  <산이 울다>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태항산 어디 즈음  마을이 주인공이었다. 

물론 자연의 온도를 덥히는 사람이,  그리고 사람의 사랑이, 사람의 사랑이 이끌어내는 고뇌가 없을 리 없지만 

아름답고 고요한 

고독의 정점처럼 보이는 산은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확실한 주인공이며 주제였다.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태항산을 지나다니며 먼데 태항산을 건너다보며

난데없이 오래된 시조 한 구절이  절묘한 한수처럼 떠오르더니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험준한 산사이 사이를 걸어 다녔을 수많은 인걸들은 

겨우 산사이에 길을 만들며 사라져 갔다.

산은 인걸의 자취인 길을 안고 그들 모두를 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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