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Mar 21. 2017

매화 송梅花頌

 


매화꽃 피면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 /매화더러 피지 말라고 했지요 /그냥, 지금처럼 

피우려고만 하라고요. // 매화꽃 환장하게 흐드러졌네 // 김용택

 

탐매 하던 옛 선비들이 매화에 대한 이 시를 읽으시면 어떠하실까?

아마도 제목에서부터 인상을 찌푸리실 지도,

환쟁이라니,

흐드러졌네 라니, 

감히 매형에게, 

어찌 그런 상스런 단어를 

매화를 의인화시켜서 매형에게 편지도 쓰시고

스스로 매화가 되어 

매화 편지까지 쓰신 퇴계 나으리께서 제일 먼저 나무라실지도, 

아니 조희룡 나으리도 만만찮으실 듯, 

그 냥반 그린 매화서 옥도를 보면 기개도 당차지만 성격도 괄괄해 보여.

文을 우선으로 치는 스승 앞에서

손재주도 중요하다며 기가 안 죽었다고 하니 다혈질이 아니었을까,

다혈질이 다감하기도 하지, 

스승과 다른 노선이었으면서도 스승을 잘 모셨다고 하니,

그러니 그분은 지팡이 치며 소리치실지도 모른다,  

아무리 시대가 다르다고 꽃을 느끼는 마음이 그다지도 박한 겐가 

더군다나 시인이란 사람이,  

그래도 피지 말라고 한 대목은 괜찮잖아요. 피우려고만 하라는 것요.

은근한 그 대목 상큼한 냉잇국 같기도 하잖아요. 대신 옆에서 주절거려줄까,

조희룡 선비 나으리  

그림을 끝낸 저녁 꿈을 꾸신다. 

꿈속에 어느 도사가 나타나셔 하시는 말씀

나부산에 오백 년을 사는 동안 매화만 그루를 심었다오. 

특별히 석 난간 옆의 세 번째 매화가 가장 기굴 해서 사랑하던 차 

어느 심히 비바람 부는 밤 사라져 버려 애통했는데

그대의 붓 끝에 끌려 왔을 줄 몰랐도다. 

이제 이 도사, 저 어여쁜 매화나무 아래 사흘만 자고 갈 터이니.....  


참참참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기막히질 않는가,

자신이 그림 매화나무를 이렇게 서정적으로 자찬 자화 할 수 있다니,

이런 이야기를 먼저 읽고

환장 흐드러진... 매화를 생각해보면 

나같이 무아 취인 사람도 격의 차이를 아니 느낄 수 없다.  


청람 하고 고상한 이 매화 이야기 속에 

은근슬쩍 섹시한 이야기도 숨어있다. 

나부산 

어떤 사람이 나부산에 올라 매화촌에서 하룻밤 잤다. 

꿈인지 생신지 매화나무 정령과 밤을 지새웠다.

매화나무 정령이라면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그래서 나부 지정을 사랑이라고도 보았으니 

서리 가운데 피는 매화의 고상 정절을 좋아하면서도 은근 그 가운데 사람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나도 작년 아니다 재작년인가 

단 한번 매화향기와 조우했다. 

비 오는 날이었다.. 

갤러리 기웃거리다가 청와대 길 쪽에 있는 민속박물관인가?

거기에 매화나무 몇 그루 있었다. 

적막할 정도로 온통 비어 있었다. 

비는 아주 가늘게 내리고 있었고,

아마도 사람이 없어서 향기 현현했을 것이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매화향기 그러니까 임포가 말한 암향!!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매화는 부자가 알 수 있는 꽃도 아니고 권력 있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꽃도 아니며 

젊은이가 알아낼 수 있는 꽃도 아니니 딱 나 아닌가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늙기조차 했으니,.....  

매화향기를 암향이라고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임포다.

매화를 처로 삼고 학을 자녀로 삼아 매처학자로 불린 냥반,

이 냥반은 시도 남길 것 없다 라며 쓰고 난 후 많이 없애버렸다고 한다.

하긴 그 정도는 해야 학을 아들로 삼아 심부름도 시킬 것이고 매화를 아내를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정선이 그린 임포       


퇴계가  매화를 좋아하게 된 배경에는 

품행이 방정한 두향이란 기생과의 열애도 깊이 작용을 했을 듯  

두향은 그와 사귄 후 평생 수절을 했다.

그러니까 수절에는 깊은 사랑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두향은 품행뿐 아니라 매화를 키우는 재주가 좋았다. 

퇴계와 헤어질 때 그녀가 키우던 매화나무를 주었고 퇴계는 그녀의 치마에 시를 적어주고.... 

퇴게는매화나무를 아꼈다.

세상 떠나기 전 설사를 할 때 매형 냄새나겠다. 옮겨라 했다는데

결국 연인 두향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두향은 중종조 시대의 사람이며, 단양 태생. 특히 거문고에 능하고 난과 매화를 사랑하였으며, 

퇴계 이황을 사모하였다.로 기록되어 있다.. 

사모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쓸쓸할지라도 외로울지라도 고독할지라도

참으로 즐거운 일 아닌가. 

대원군에 얽힌 매화 이야기도 있다. 

대원군의 사위 조면호의 형 조경호는 뜻이 곧아 대원군을 안 좋아했다고 한다. 

도와주려고 해도 도움받지 않을 것은 뻔한 일, 

그런데 조경호는 매화를 유별나게 좋아했고 그래서 매화에 대한 시가 유명했다.  

어찌 매화를 얼지 않게는 못할 것인가

올해도 또 언매화를 보는구나 

대원군은 매화를 얼지 않게 보호하라는 뜻으로 호 매전 삼천 냥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 배면을 살펴보면

대원군 나으리도 얼마나 멋진가,

가만 보자

결국

여기까지 글을 쓰다 보니

사람을 

사람답게 

사람 스러이 만든 것이

매화 아닌가.....


어제 강변북로에도 매화 피어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동네 매화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

나는 매화를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 모노노아와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