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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ug 04. 2017

연천에서



미세먼지 앱이 셀폰 바탕회면에 있습니다. 

8단계로 구분되어 있고 세계 보건기구 협약대로라 

보통 네 단계로 나누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측정과는 다릅니다. 

이브클라인 블루 판의 하트로 두 눈이 변화된 얼굴  <최고>는 어제 처음 봤습니다. 

글자대로 최고로 공기가 맑은 날이었지요. ‘

연천 군남리에서 말이죠.  

   

대개 입추 날 이른 아침이든지 그날 오후 바람이 살갗을 살짝  스칠 때

응? 하며 햇살을 바라볼 때가 있어요.

어제 연천 군남리에 있는 ’아름다운 집‘을 나설 때 였어요. 

숲 가운데...아니 산 가운데 있는 집이라 해도 맞을 곳이라...

온통 주위는 형형색색의 초록세상이었지요.

그 초록들 사이로 빛이 내리는데

그게 가을빛...습기 없고 그늘이 짙은.. 

마치 내가 나무라도 되듯이 내 가슴속으로도 내리 꽂히는 빛이

거기 있더라는 거지요.

아 오전과도 빛이 다르네.....

어제 오후 드디어 나만의 가을이 시작된 거지요.

연천군 군남리에서....  

  

그 아름다운 집을 가꾸는 이는 화가입니다. 

그러니 아름답게~~~ 가꿀 수밖에 없지요. 

아주 작고 하얀 그릇에 담겨있는 한 송이 분홍 패랭이 꽃,

원추리 꽃 한송이를  아주 길게 끊어 작은 유리병에 놓아 

거실 환한 유리창 앞에 두니

그게 참 화려한 꽃밭보다 더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부드럽고 순한....어디에 놓아도 하도 부드러워 

그저 참하게 어울리는 

스미듯 스며들 듯 그러나 확연히 존재하는  

그녀의 그림을 책꽂이에서 문 뒤에서 창문턱에서 찾아보는 재미는

여늬  갤러리와 견줄 수 없는 우아한 즐거움입니다.    

  

그녀의 삶은 점점 더 자연화 되어 가더군요.

그녀의 가족인 봄이와 새봄이가 아이를 낳았어요. 

봄이와 새봄이는 모녀사이에요.

새봄이는 두 살이 좀 넘었는데 이제 까지 

그녀와 떨어져 본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밭에 나가서 일을 하면 아무리 더워도 

그늘로 들어갈 생각도 않은 채 그녀 곁에만 있대요.

새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둔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새봄이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

 더운데 일 그만하세요.  하며 혀를 내밀고 그녀 곁에 서있는 걸까요.    

그래선지 새끼들을 키우는데 그저 이뻐만 한데요,. 

봄이는 나이가 들어선지 자기 새끼들에게 조금 더 엄격하다네요. 

 뭔가를 가르치려 들고 아니면 아니다는 표현을 하고...   

봄이는 조금 늙어선지 네 마리 ’새봄이는 다섯 마리를 낳았는데 

어제 눈이 뜬 봄이 새끼를 두 마리 지인에게 분양을 하더군요. 

봄이가 눈치를 챗는지 불안해 하니

고기를 주고 아이를 바구니에 넣어 데려왔어요. 

아나봐요.

고기를 후딱 먹고 나머지 두 마리를 차 바퀴 밑으로 데려갔어요.

나름 자신의 새기를 숨기면서 보호하려는 뜻이었겠지요.

새봄이가 새끼를 낳을 때 마당에 흘렸때요. 

봄이가 그 아기를 데려와서 다 씻어내고 자기 새끼처럼 돌봤다는군요.

그래서 불안했던 새봄이가 집 뒤안 풀밭에  새끼를 낳은 거예요. 

 깊은 밤 후래쉬를 들고

 새봄이 새끼를 찾으러 나선 이야기를 비롯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 커다란 집을 씩씩하게 이기고

시골사람에게 웬수같은 잡초와의 싸움도 이기고

마냥  씩씩하게 사는 그녀의 드라마는 정말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쫀득한 스토리가 배어있는 리얼 다큐멘터리였어요.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

   

집 주변을 슬슬 걸으며 

화가와 풀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쫑알거리는 나를 보고

같이 간 두 분의 지인께서

 “입만 살았다” 더군요. 

아 정말 그 살인적 팩트에 모두들 얼마나 많이 웃었던지....

정말 암것도 못하면서 아는 척 쫑알거리니 

하지만 입이라도 산 게 어디에요.

제가 그래도 보성 촌사람이니까요.  

  

보기에는 아주 여리고 순해 보이는 그녀가

손가락에 그림물감 묻히며 그림 만 그려도 충만한 삶을 살기에 족한 그녀가

자연 속에서

자연화 되어가며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입만 산> 저와는 격이 다른 삶이었어요.

앞으로 더욱 그녀의 그림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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