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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Sep 05. 2017

기사단장 죽이기

사서 딸내미 덕에 도서관에서 빌려보기 힘든 신간을 잘 보게 됩니다.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도 그래서 빨리 볼 수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보려면 언제가 될지 몰라요.

시간도 맞춰야 되고... 복잡하죠.

지난주  토날 아침 가져다주며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엄마 빨리 봐야 해’ 해서 

토요일 한 권 해치우고

오늘 아침까지 근 600페이지가 되는 

책 두 권을 쓱싹 해치웠습니다.  

어제 새벽 두 시까지 읽었으니까, 

눈만 시지 않다면 끝장을 보고 싶었으니까

엄청 재미는 있는 거죠. 

도대체 이런 이야기 뒤에 뭐가 오렸는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싫었어요.   


인세가 20억 내지 30억쯤 되지 않을까,....

이야기하더군요. 

출판사에서 책 두 권을 가지고 이십억을 벌려면 몇 권을 팔아야 하는지...

하긴 우리나라도 하루키스트들이 많아서 벌써 베스트셀러 일등을 달린다고 하더군요.

머 막강한 힘을 가진 문학 동네라는 출판사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몰에서 혹은 신문 잡지 선전부터/... 

대형 스크린 점령하듯이.... 몰아 대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문학동네 : 20여 개의 계열사 및 임프린트 브랜드로 구성된 문학 전문 출판그룹

문학동네는 문학 본연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자존을 지켜가는 출판사로서 1993년 12월 3일 창립되었다. 희망찬 미래를 책과 함께 가꾸어나가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한국 출판의 미래를 열어가는 자세로 신인 작가의 발굴과 당대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것을 중점 사업으로 한다. 이에 따라 1994년 11월 1일 문학 전문 계간지 《문학동네》를 창간하였다. 이듬해인 1995년 문학동네 소설상에 이어 1996년에는 문학동네 작가상을 제정했고, 문학동네 신인상 등 한국문학 발전을 위한 여러 공모전을 운영하며 문단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펌)  


문학동네는 말하자면 문학이란 동네의 재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20억 30억이란 엄청난 선인세를 지불하고 

기사단장.... 을 가져왔겠지요.    

몇 년 전 일큐84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밥하기도 싫었으니까 재미로 치면  상당히 괜찮죠.

그런데 이 <재미>란 게 말이죠. 

글의 작은 소스로는 충분해도 그게 목적이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콘 대본도 아닌 문학시장에서 말이죠.    

말장난 같지만

재미 속에는 절대 게미가 없어요.

게미는 전라도 말이긴 한데...

깊고 은근함... 얄팍한 조미료 맛으로는 절대 안 되는  

손맛과 시간의 맛이 버무려진....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한 아주 절묘한 맛이죠. 

게미는 원래 겉절이에 스며드는 맛이 아니에요.

즉석으로 해 먹는 나물무침 같은 요리에도 게미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아요.  

아주 오래된 묵은 김치 깻잎 장아찌 푹 삭힌 고들빼기 갓김치..

이런 시간이 필요한 요리에 스미는 맛이 게미죠..

문학도 시간이 필요한 요리라고 봐요. 

물론 어느 순간 시에 재능 있는 시인이

스윽슥 크로키하듯이 시를 쓰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시가 정녕 삶을 나타내는 거라면 

아마도 아주 오래오래 깊게 깊게 궁구 한 시인의 사념.... 의 틀에서 솟아나는걸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문학은 게미가 있어야지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원래 하루키는 연재소설을 써도 완성한 뒤에 내보낸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작가들처럼

내일 자 신문에 실릴 것 오늘 쓰는 그런 식이 아니고요.

(글도 화장실 가는 것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미리 화장실 가서 일 보려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마감 날......ㅋㅋ)

그러니 기사단장... 을 문학동네서 물론 충분히 검토했겠지요.

일본에서도 진즉 나왔다니까 그랬을 거예요.

무슨 노벨상을 겨냥해서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행보에 대해 

정말 겉절이 하듯이... 아니다 그런 대목에다 맛있는 겉절이는 좀 과하고

짓궂은 남자아이들  관심 있는 여자아이들 고무줄 끊거나 뒤에서 치마 들추는 것처럼

슬쩍 몇 페이지 미셀러니처럼 끼어 맞춘 걸로 

일본 극우들이  어쩌고 저쩌고...

그것도 혹시 마케팅의 일종 아닌가 싶기도 하다니까요.   


사실 일본에서는 아주 흔한 테마죠.

귀신들 염력 기 등등... 그런 조금 특이한 소재를 

이데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을 해놓으니 얼핏 신선해 보이죠. 

지하세계를 리얼리즘 체로 데리고 가니 그럴 듯 해 보이 기두 하구요.

근데 겨우 그런 작은 새로움에  

그런 수많은 인세를.. 

저는 하루키보다 문학동네에 화가 나더군요.

하루키 야... 쓰다 보면 고갈될 수도 있고  

고갈을 현란한 스킬로 포장할 수도 있고

근데 문학동네는 뭐랍니까,

문학을 하는 동네 사람들이 진짜와 가짜도 구별 못해서야....

아니 인세라도 적게 주고 가져와서 머 무협지 돌려 읽듯이 그리고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재미있는 책 팔면 누가 뭐랍니까?   

아니 이게 뭐지,  정말 짜증 나네  

화장실 오갈 데 마음 다른 사람처럼 만드는 것은 뭐니,

그 숱한 묘사를 해대던 멘시키는 뭐고...

피 뿌리며 죽어가던 기사단장.... 은 뭐여,

회를 뜨던 식칼은  어찌 요양원 화가 병실에 가 있대?  


기사단장 죽이기 = 현대판 무협지 

나 어렸을 때 동아일보에 연재하던 

작가도 제목도 모르는 무협지 

냉운헌이라는 주인공 이름만 기억나는 무협지..... 와 동급에 놓으면

그 무협지 쓰신 분이 화낼지도 몰라.

하긴 저두 문제죠. 


그렇게 재밌다며 아주 열심히 읽고 나서

마음이 순화되거나 고요 해지 거나 바람 부는 쪽으로 눈길을 주며 살며시 눈을 감는 게 아니라

책 두 권 읽고 화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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