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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Nov 29. 2017

제주 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소식을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

혼자 버스를 타고 걸어 다니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싶더군요. 

그냥 내 동네처럼 그렇게 느긋하게...

제주의 바람 속을 ... 하늘가를...그리고 돌무더기...돌담 밭담...그런 것들.....

이제 그것을  아주 조금 느껴요,.  

돌 하나가 자연의 아주 견고한 작품이란 것을,

작품이란 것이 오직 하나! 라는 것에

굉장히 많은 깊은 넓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다 하나! 라는 것을....

이런 생각은 굉장히 공평하면서도 깊지만 

또 살짝 슬픈 생각이기도 하지요. 

아주 중요한 무엇이다가도 갑자기 모래알갱이가 되어버리는, 

삶의 끝과 시작이 함께 버무려 있어서 모호해지고 ....

모호함은 삶이라는 길에서 자주 만나는 운명일지 숙명일지 벗일지...그러하니까, 

재처럼 허물어지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니까,  

무엇을 하든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지만 그게 그다지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살짝 감이 온다 한들 유약하기 그지없어서

늙음이 흩뿌리는 안개 같은 것일 수도 있으리. 생각하다가

결국 소소한 것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답 없는 문제 앞에서 슬쩍 발을 빼기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으니까요.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소소함이죠.

다가오는 것들에게 나를 맡기는...      

‘비엔날레도 보고 여기저기 슬슬 돌아다녀봅시다.’

은퇴를 해선지 순(?)해진 남편이 좋다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일들이 없는 주간으로 11월 셋째 주가 택해지고

우선 비행기 표를 싸게 끊고 난 후 호텔검색을 했죠.  

당연히 가격이 아주 중요하죠. 

전에 친구들과 제주도 패키지를 갓을 때 묵었던 호텔이 아주 저렴하게 나와 있더군요. 

예전에는 화려했을 호텔이지만 지금은 오래되어서 젊은 아이들에게는 인기 없을 곳,

도심한가운데 있어서 편리했고 적당히 낡은 우리 모습 같기도 해서 괜찮았어요. 

다 낡은 내외, 내외할 것도 없는 내외니까,   

첫날은 비엔날레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괜찮으면 버스로 여유 있게 다녀보자

버스 타는 것도 여행이고 낯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여행  아니겠는가, 

순순히 의견일치를 봤어요.   

문제는 식사더군요. 

매끼마다 제주도 맛집을 찾는 것도 문제고 찾앗다 한들  즐겁게 구경하다가 

맛집을 찾아서 다시 나서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패키지여행이 아주 편하죠,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데요. 

고심해서 택한다 한들 그게 또 무슨 최선일거며

최선이단들 한 끼 넘기는 건데요.   

아주 작은 쿠커를 하나 샀어요. 

호텔에 있는 커피폿에 중국 사람들이 양말을 삶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룽지와 즉석국 햇반 약간의 밑반찬 그리고 라면 ....

호텔조식과 호텔 석식은 아주 훌륭했어요. 

일단 우리 부부 약간 지나친 청결도 체크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편했고 

둘 만이니 더욱 편했고 느긋해서도 좋았어요.  

낮에는 맛집을 찾아가서 거하게 먹으니 아침저녁 단순한 밑반찬도 좋더군요. 

첫날은 비엔날레 셔틀을 타고 다니다가 

현대미술관 주변에 점심 먹을 식당이 없어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결국 다음 셔틀을 타고 나와서 점저를 먹었어요.  

그래서 당장 제일 작은 차 모닝을 렌트를 했는데 

둘만 타니까 의자를 뒤까지 주욱 밀어놓고 다니니 좁기는커녕 넓더라구요. 

주차하기도 편하고 브레이크는 얼마나 센스티브 하던지...ㅎㅎ 

우리 이다음에 차 바꿀 때 모닝할까? 까지 했으니 

물론 당연히 저렴하죠. 

우리 차에 비해서 사이드 미러 작은 것 하나만 조금 그랬고, 



‘혼자보다 든든하고 마음이 편하긴 하는데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

자연과 미술이 채워주겠지요?’

지인들에게 김포비행장에서 카톡을 날리고 떠났어요.

다행히 바램대로 

내외할 것도 없는 낡은 내외의 제주도 엿새 여행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첫날 점심식사를 제 때 못한 것만 빼면 말이죠.

남편의 대학원 동기들로 이루어진 밴드에 제가 특별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지난번 부부동반 중국여행을 다녀온 뒤였지요. 

(어딜 가나 이놈의 잉끼는 쪼매 있어서 ㅋㅋ)

제주도 여행시 몇 번 우리 사진을 그곳에 올리곤 했는데

호텔조식(?)을 하며

이런 스타일 없는 모습도 올려야 정직한 거 아냐?

하길래 그랬죠. 

‘이미 친한 사람들께는 우리만의 호텔조식을 다 사진 찍어 보냈지만 

이게 꼭 스타일 없는 것만은 아닌 

내외할 것 없는 내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양식이죠.’ ^^*       


  

요즈음 제가 개발한 라테입니다. 

우유를 머그잔에 반 조금 넘게 담아 전자레인지에 2분정도 뎁힙니다. 

그 우유에 인스턴트 커피 한 스푼 그리고 꿀 가루 한두 스푼... 달달하게 넣습니다. 

우유도 마시고 달달한 것도 취하게 되니 

집에서 마시는 것 치고는 제 입맛에는 괜찮습니다. 

입맛이라야...보성 촌사람이니 

나물 맛 식별하는 거와 수돗물에 들어간 약품냄새에나 민감하지 

그닥 예민하지 않으니 그 또한 괜찮습니다.  

거기다 두 손으로 컵을 감싸게 되니 기분이 아늑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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