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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Dec 16. 2017

세번째 살인

고레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m \\ 우리 나라 애칭으로 고감독의 개봉영화를 어제 보러갔습니다.

‘세 번째 살인’....이라는

가족영화에서 탈피를 하겠다고...하던데

여전히 살인이라는 소재를 들어 쓴 가족이야기더군요.

제가 그사람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곰곰 생각해 봤더니 

안정적인 서늘함이에요. 

서늘함은 성찰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 있으면서도

거기 어딘가에 아주 인간 본래의 이기적 집요함 증오나 감추어진 사람 같은 게 

살짝 스미어 나오는 거죠. 

모든 적나라함에는 아름다움이 없어요. 

적어도 제 생각에는 그래요. 

숨어있는 어떤 것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숨기고

독자 혹은 견자는 그것을 찾아내는 거죠.

그 오고가는 길에 예술이 있지 않나 싶기두 하구요.

여전히 클리세는 엿보이긴 했어요.

인제 성폭행이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친족 그것도 아버지에 의한 스토리가 많죠. 

그게 자극적이니까, 분노나 증오를 자아내기 쉬우니까,

저런 쳐 죽일놈....일단 감상자가 그길로 들어서면 설득하기가 쉬우니까

이상하게 첫 장면에 살인이 나오고

발 저는 어린소녀가 나올 때 아버지에 의한 성폭행? 연상이 되길래

설마 그길? 했는데 

그길로 들어서서....아,  글쿤, 하다가

하긴 사람 사는 길에 무슨 얼마나 다른 방법이 있으랴, 생각도 했어요.

물론 고감독 다운 섬세한 장면 연출력,

감옥 면회 장소를 집중적으로 찍으면서 

그 간결한 장소에 주인공 두 사람의 얼굴만을 들이대며

서로에게 서로가 있다는.... 변증법은 참신하기도 했고

결론 내리지 않으면서 생각하게 하는 스토리는 괜찮더군요. 

1800년 대 후쿠사이가 후지산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제목중의  하나가

 ‘청명한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었거든요.

겨우 정교한 복사를 벗어나 인상을 그리던 유럽 사람들에게  

 후쿠사이의 이런 그림,

 대담하게 생략되거나 간결하게 표현되는 어찌 보면 해체되는 

더군다나 먼 동방의.....색을 뒤집어쓴 이 낯섬이라니....

그의 유명한 파도그림...<시나가와 파도뒤로 보이는 후지산>.....은

거대한  파도 뒤에 후지산은 아주 작게 숨어있어요.

그러니까 후쿠사이는 제목에서도 굉장한 은유를 사용한 거죠. 

엄청나게 큰  후지산을 그려놓고 후지산이란 제목대신 

청명한 아침과 시원한 바람....을 붙였고

바다의 제왕처럼 파도를 표현해놓은 그림 뒤에 

보일락 말락 그려 논 후지산을 제목으로 내세우는...

히로카즈 감독의 쥘락펼락하는 연출과  스토리에서

후쿠사이의 그림이 슬쩍 보였다고나 할까,     

이제는 혼자 영화보고 그림보고 미술관이 아주 익숙해요.

어제도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와 함께...생각이 들다가 

시간 맞추랴, 가서 사람 맞추랴, 혼자 휙 갔어요. 

의외로 극장에두 혼자가 많더군요. 

하긴 지난번 성시연의 말러를 들으러 아람누리엘 갔는데 앞뒤 옆옆옆 들이  

다 혼자 온 사람들이더군요.     

갈수록 수다도 좋긴 해요.  

수다는 정말 사람과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사람 만나 수다부리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가끔 지인들과 맛있는 것 먹고 차 마시면서 수다부리고 오면 

집에 들어와서 부엌일을 아주 잘해요. 

젊을 때는 혼자만으로도 에너지가 충분했는데

인제 살짝 사람들에게서도 에너지를 얻게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지난번 제주도에 가서 남편과 함께 아라리오 미술관에 갔을 때

서늘한 초겨울 제주도 미술관에 무슨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텅텅 빈  아라리오 미술관에서 마음 놓고 서로 생각수다를 펼치니 괜찮더라구요.  

물론 제가 좀 더 많이 따들긴 하지만요. ㅎ

사람이 좋다......하면서도

지하철이나 사람들 모인데서 나이든 사람들의 보기 싫은 모습을 보게 되면

고독을 이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시골에 가서 조용히 살까....

생각도 해보는데 

지금도 이렇게 헤메니즘에 빠져 사는데 나이가 들면

더 외로울텐데.... 더 고독할텐데...에너지가 없어지면서 고독을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려고 숲으로 간 소로우는 특별한 사람이겠죠.    

경의선을 타고 오면 화정부터 옛날 기찻길을 달려요. 

그 때부터 지하철이 아니라 기차가 되는 거죠.

작년만 해도 겨울 들판 황무했어요.

여전히 작년처럼 그렇죠. 

누우런 들판 색 바랜 억새들

드문드문 버려진 채소들...그리고 철길 주변의 늘푸른 소나무들...

늘푸른 나무라 하여 낙엽이 없는 것은 아니죠.

그래도 참 이 추운 겨울에 저 푸르른 빛이라니 

그윽하고 담대하다. 그대.....하면서 새삼 바라보게 되고....

들판위에 가끔 서있는 나무들은 다 헐벗고 그 아래는 농사짓다 나온 

비닐이나 허접쓰레기가 뭉쳐있기도 하죠.

그런데도 괜찮다. 괜찮네 겨울.....들판...

춥긴 하지만 그래도 쉬고 있어선지 여여해 보이고 

봄을 기약하는 희망이 엿보이고

겨울나무처럼 겨울들판도 세상과 맨몸으로 맞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들처럼....보였다고나 할까요.

괜찮네, 괜찮아....

그러고보니 요즈음 아주 잘쓰는 단어가 이 <괜찮네>네요.

좋아요. 보다 뭉근하고 이쁘다 보다 은근하고 맛있어...보다

깊은 칭찬 같기도 해서 말이지요. 

그 말을 듣는 당신도 그 말을 하는 나도 

숨을 자리가 넉넉하기도 하구요.    

어느 사람에게는 살인마지만

어느 사람에게는 구원일수도 있는....

그 알 수 없는 자리를 히로카즈 감독은 눈여겨 본 듯 했어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실들이 그렇죠.

실체와 그림자처럼    

MBC PD수첩을 보며

돌아온 자들의 한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한을 가지고 남아있는 자들에 대해 지나치게 냉혹하더군요.

사실은 보는 동안 엄청 재미나고 흥미롭기는 했지만,

글도 지나치게 잼있고 흥미로우면 고아할 수는 없죠.  

티비는 티비만의 언어가 있을 텐데 그 언어를 마치 잊어버린 것처럼 

적나라하게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오히려 더 깊은 성찰로 여겨 졌을텐데....       

그 사람 참 괜찮은 생을 살았어....... 

이런 말 듣기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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