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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n 20. 2016

일액

  눈으로 보이는 절제

가끔 이른 아침 식물들을 만나게 될 때면

식물 이파리 주변에 동글거리는 물방울이 가지런하게 나타나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슬이나 빗방울로 치기에는 너무 가지런해서 

이게 뭔가...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어여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처음이라면

아마 저절로 중얼거리게 것이다. 

세상에 이게 뭐지 참으로 신기하도다.

어떻게 이렇게 가지런하고 동그랗고 투명하고 맑고 깨끗하니.


식물의 일액현상이다.

뭐든 그렇지만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눈이 밝으려면....관심이 많아야 되고 

관심 없이 사물에 눈 밝기를 기대하지 말 일.  

특히 아주 사소한 일들에는 더욱 그렇다,


일액현상은 식물이

수분섭취.....일종의 과음(?)을 했을 때

몸에 불필요하게 많다 싶으면 살짝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다.

바닷가에 사는 풀들의 일액현상에는 염분도 있다고 하는데

이슬방울 같은 일액현상이 나타나고 

햇살에 물방울이 증발한 뒤 소금기...가 하얗게 남아있다고 하니,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는 것, 

설령 내일 가뭄이 다가온다 할지라도 오늘치만 생각하는 것,

딱 오늘 필요한 것만 지니는 것, 

괴로움 까지도.


식물이 지닌 지극히 아름다운 절제다. 

소유에 대한 절제만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절제조차  엿보이는 대목.

눈에 보이는 절제이구나.  

절제가 이리 아름답구나. 

참으로 섬세하도다.


대관령 휴양림에서  한참 무연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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