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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8. 2016

머위

그게  머위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 그립다는.




이즈음 머위 잎을 내내 사다먹어요.

삼 천원 짜리 한 봉다리 사다가 살 짝 데쳐

몇 잎은 쌈도 싸먹고 얼마쯤은 몇 번 칼집을 내어 된장에 무쳐 먹는 거죠.

우리 식구들 아무도 안 먹어요.

아이들은 쓰다고 인상 찌푸리는데 그래도 자주 사요.

이번에 친정집 친척 중 잔치가 있어서 전주에 내려갔어요.

다른 때 같으면 당연히 그 전날 쯤 엄마 집에 내려가

엄마랑 하루저녁 자고 다음 날 잔치를 봤을 텐데

그냥 아침에 ktx 타고 내려갔다가 오후에 그냥 올라왔어요.

엄마가 안계시니 고향이 고향이 아닌 것 같아요..

언제나 이 무렵이면 머위 순 따서 다듬어 보내주시면아주 잘 먹었는데.....

사먹는 머위순은 엄마가 준 머위순 보다 향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설마 그러겠어요. 느낌이겠지요. 엄마네 집 텃밭 뒤 안이 눈에 선해요.

머위가 가득 가득 자라나 있을 텐데..... (지인의 이야기 녹취)

 ~~*               




머위는 양지바른 곳보다 그늘을 더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아주 이른 봄이면 자라나기 시작하죠.

그러고 보면 집집마다 시골에는 머위가 자라는 것 같아요.

저 아주 어릴 때 살던 집 뒤꼍에도 그렇고

읍내에서 살 때는 집 밖....공터에서 무수하게 자라났었죠.

그리고 아부지 은퇴하시고 사시던 .

명실상부하게 나에게 ‘집’으로 각인된

나의 옛집 역시 여기저기 머위가 자라나곤 했지요.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들은 참 .....

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한 생김새긴 하죠.

뭉퉁거리는 품새가 꽃이라기보다는 무딘 공같아 보이기도 하고 미련해 보이거든요.

그러나 작은 꽃들,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그러니 접사가 되는 dslr을 지니게 될 때부터

머위 꽃이 꽃처럼 보이더군요.

하긴 이 세상에 꽃 아닌 꽃이 어디 있겠어요.

내 눈이 미치지 못하거나 볼 수 없는 거죠.

이른 봄꽃들처럼 머위도 꽃이 먼저 피어나고 순이 나요.

너울거리는 이파리....끝은 톱날처럼 삐죽빼죽해요.  

  

보성에서는 머위를 머굿대 혹은 모굿대라고 불렀어요.

이상하게 나 어릴 때는 머위순, 머위 이파리를 먹지는 않았어요. 흔해선지...

그래서 이름도 바로 머굿대 하지 않았을까..

근데 지금은 아주 이른 봄 머위가 자라나기 시작하면

바로 그 어린 순을 먹기 시작해요.

이즈음 뷔페집에도 가면 꼭 있죠.

된장쌈장이 들어간 머위나물 쌈밥이요.

여름이면 껑충하게 자라난 머굿대를 잘라서

살짝 삶아 껍질을 벗긴 다음

가늘게 찢어 된장에 새콤달콤 무쳐먹거나

울아부지 좋아하시던 생선, 서대나 병어 밑에 깔고 쪘어요.

어른들은 생선보다 머굿대가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재작년인가 보성아짐이 택배를 보내셨는데 세상에 무슨 뿌리가 가득한 거예요.

처음엔 무슨 약촌가...했죠.

"이것이 머굿대 뿌리다. 내가 느그 아짐한테 파서 좀 부치라고 했다. 앞마당에 심을라고...그늘지고 해서 암것도 잘 되지 않응께 머굿대나 심어놀라고...."

머위가 뿌리 번식을 하는거라는걸 그제야 알았죠.

며칠 전  처음으로 마당에 심어 논 머윗잎 조금 아프신 엄마대신 친구분이 따오셔서

데쳐서 쌈 싸먹었어요.

먹는 음식에 까다로운 남편은

아파트 마당에 자라난 머위 잎이라 안 먹는다고....글쎄 며칠 전에 소독을 했다는 거예요.

아니 나뭇잎도 없고 아직 벌레도 없는데 무슨 소독이냐고...해도 봤다는군요.

엄마랑 둘이 먹었어요.

물론 아이들도 이상한 냄새도 나고 쓰다며 안 먹죠.

머굿대 맛은

실제 젊은이들이  느낄 수 있는 맛은 아니죠.

향두 그렇구요.

머굿대 향은 뭔가 아는 사람만이 알아내는, 마치 보이나 보지못하는 향이기도 해요. 

쌉쏘름 하며 그래서  담백한, 

어쩌면 향이라기보다는 서늘한 체온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그늘에서 자라나, 그늘을 좋아하니까, 그늘을 아니까, 

결국 생을 살아본, 그늘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아지는 맛일까요?


생각해보니 머굿대 ...라고 한 것이 이해가 가네요. 

머리에 널다란 우산하나 쓰고 대처럼 쑥욱 자라나니까, 

오히려 대나무 보다 더 군더더기 없는 생김새라...모굿대라고 햇을거에요. . 

그렇게 모굿대가 자라나면 여름이죠. 

그늘 아래 자라나있는 모양이 시원해 보이면서도 

살짝 더위도 느껴지는 양면성이 있기도 해요.    

어수선하고 고단한 봄을 잘 보내려면 쓴 나물... 머위향으로 우선 마음을 축이라는

봄의 심의心意 일지도 모르겠어요.    


맛은 입안에서 그저 지나가는 순간의 존재가 아닐지도 몰라요.

몸 안 어딘가, 어느 세포 속엔가 저장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리움과 맞물리면....

혹은 그 맛이 그리움을 불러오는지도.....


그대

내게 머위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머위 이야기겠어요.

엄마 이야기지.,

엄마 그립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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