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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l 14. 2016

서바수 숲길’ 14KM

둔+ 가리=둔가리 약수 숲길 중 제 1구간인

‘둔’은 평평한 산기슭을 말한다.

그러니까 살둔...은 살만한 산기슭이란 말이고

월둔 달둔은 혹 달 만한 달 같은 동네라는 뜻일까, 

사람이 살만한 계곡을 이르는 우리말로 '가리'가 있다.. 

연가리 적가리 아침가리...

아침가리는 아침만 겨우 빛이 들어오는 깊은 계곡이라니

아침 빛은 낮아서 ...

깊은 숲에도 들이차는가.... 

오래된 책에는 그곳이 난리를 피해 숨을만한 곳이라 하기도 다는데 

실제 전쟁이 나도 밖의 세상을 모른 채 살기도 했다는 깊은 곳이다.

이제 어디든 길이 뻥뻥 뚫려 있어 우리나라에 무슨 오지....하겠지만

마음속 오지가 아직 내 안에 가득한 것처럼

사람 발길 들이 차지 않는 곳이 왜 없을까. 

오랜만에 김휴림의 여행편지에서 인제 내린천을 끼고 걷는 

둔+ 가리=둔가리 약수 숲길 중 제 1구간인 

‘서바수 숲길’ 14KM를 걸었다.

방태산을 바라보고 내린천 끼고 걷는 길이었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가장 청정수 하천이라고 하는데

심한 가뭄 탓인지 물은 탁하고 느리게 흘러갔다. 

옛 조상들이 농사를 짓기 위하여 물을 끌어오던 수로를 걷는 길이다. 

아침 7시에 충무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미기동에서 시작 절골 기산동 매화동 서바수 숲길을 지나 현리에 다다르는 꽤나 긴 길이었다. 

더군다나 날씨는 상당히 더웠다. 

점심 준비...를 안한 탓에 휴게소에서 김밥을 사려 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자그마한 휴게소에는 김밥을 팔지 않았다. 

기찻길에 쓰였을 침목으로 데크를 만들어놓아서 

그 낡은 듯한 짙은 잿빛의 색감은 매우 좋았으나 

김밥을 팔지 않다니,...

더군다나 오늘은 무려 14킬로미터나 빡세게 걸어야 하는데...

아침을 잘 먹지 않으면서도 국수를 시켜...그것도 짧은 시간안에...

정말 흡입?? 인가를 했다. 

걷기를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점점 힘들어짐...

계속 오르막이긴 했지만 적어도 초반에 이럴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오지라... 

스텝 말대로 정말 그곳을 트래킹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길 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워낙 사람이 다니지 않아 실제로 

질경이 가득 난 길을 짓 밝고 걸어 가야하는 곳이 무수했다. 

그러니 함께 뭉쳐서 가야만 했는데 

아이고 낭패였다.

.삼십명도 안되는 일행 중에 남자는 두 명...

그중 젊은 아내가 자기 남편에게 짐을 맡기란다. ㅎㅎ

아이고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 힘들면 맡길게요. .  

마침 스텝들이 가져온 소화제가 있어 한 알 삼키고

내 뒤에 가장 신참인 스텝 한명을 거느린? 채 혼자 느리게 걸었다. 

다행히 오르막길이 끝나고

숲길이 나타나는데

그러니까 그 숲길은 마치 라텍스 위를 걷는 것 같았는데 

부드러운 흙과 오래된 낙엽이 함께 어우러진 푹신하고 탄력 있는 길.

신기하게도 그 길에 들어서자마자 머리 두통이 가셨다.

간헐적으로 나오던 하품도 그치고.....

약 기운 탓인지

길 탓인지.... 

초하의 숲은 싱그러웠고 나무들은 맹성한자의 겸손으로 고요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사람을 구경하지 못했을 

푸나무들은 우리가 신기한 듯 정지 한 채 

자신들의 이야기를 멈추고

낯선 이방인들을 주시하는 듯 했다.

아름답고 고요한 길이었다.

부드러운 흙은 사람의 발길이 오랜만이라는 듯

포근하게 발을 안아 주었고,. 

청랑한 숲의 향기라니....

그들만의 리그가 빚어낸 맑음의 향연...이 

내안 저 깊숙한 곳 까지 소쇄 시키는 듯 ...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현현을 절감하는 순간.....이 이어졌다.

나무가 지어내는, 

숲이 이루어가는, 향기로운 하모니...

표현치 못할 자연이 지닌 절대 고독이 

마치 다가오는 

아니 만져지는듯한 순간이었다.  

오래된 숲에 나있는 아주 오래된 길은 

깊고 어여쁘지만 

기실은 슬프다. 

아주 오래 전 누군가가...

낯선 숲에 들어섰을 것이다

젊은 남자다.

혹시 아이를 가진 아내가 산딸기를 먹고파 했을지도 모른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는 그는

더군다나 자신의 아이를 배속에 품은 아내 아닌가. 

깊은 한겨울에 어디 산딸기가 있으랴?...

아내를 사랑하는 젊은 남편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수 없어 홀로 산으로 들어선다.

숲은 젊은 남편의 속내처럼 적막하다. 

얼마나 헤매었을까....

꿈처럼 산딸기 나무가 나타난다.

어쩌면 흰눈 가운데 선연한 붉은 열매....

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새빨간 열매...

남편은 아내에게 줄 산딸기를 품에 안고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온다.

여보 여기 산딸기...

설령 청미래덩굴의 열매였을지라도 아내는 산딸기처럼 먹었을것이다. 

그 젊은 남편의 발자욱으로 만들어진 길 .....

꽃피는 봄날...

아내와 함께...다시 그 길을 걷었겠지. .

아내에게 속삭였을 것이다. 

저기 저기서...그 산딸기를 만났지 뭐야

속깊은 아내는 살짝 미소지으며 머릿속으로 청미래 덩굴을 생각?지만

여전히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꺼내지는 않는다. 

그해 가을쯤엔 아이를 등에 업은 아내와 단풍길 걸었을 것이고

몇 해뒤엔 자박거리며 걷는 아이에게도 

그 길을 걸으며 산딸기 이야기를 해주엇을 것이다

넌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겨울에 산딸기를 먹은.... 

젊은 아빠의 전설이 스며든 길 

작은 아가의 걸음도 이 길에 함께 있을 것이다. 

깊고 어여쁘지만 슬픈 이야기. 

길은 온통 사라지는것들을 품고 있다. 

산딸기는 붉고 달콤하다. 

젊은 아내처럼....고혹적이다.

나는 걷다가 만나는 산딸기를 가끔 따먹었다.

어여뻐서 따먹지 않을 수 없었다. 

먹는 것은 사랑스러움에 대한 찬가였다.

숲길을 지나

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

그리고 수로......

중에는 돌을 파서 만든 수로도 있었다. 

걷다가 동도네사람에게 지금 그길이 

'서바수 숲길'이라고 알려주기도 하며 ㅎㅎ

여섯시간을 걸었다.

장하다 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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