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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an 04. 2021

<복자에게>

김금희작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열두 시가 거의 되어서 잠이 든 것 같은데 다른 때보다 더 깊은 잠을 못 잔 것이다.

갱년기 시작도 한참 되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잠을 잘 못 이루고 순식간에 더워지고,

열은 마지막 남은 화를 활활 태우는 게 아닌가, 

열없이 화 없이 늙음으로 들어서라고?   

 

휴대전화를 가까이 두고 자는 것은 날씨와 시간 확인 때문이다.

하룻밤에도 두세 번 많으면 네다섯 번 잠이 깨서 날씨와 시간을 본다. 

영하 10도 어제보다는 높다. 

어쩌면 내가 하루 중 가장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날씨 보기 아닐까 싶다.

온도보다는 눈 구름 비....이런 것들에 대한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이다.

비나 눈은 같은 것이다. 온도에 따라 달라질 뿐, 

솔직해져 보자면ㅡ

나는 올해 작년보다는 더 솔직하게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다. 

사실은 나이 들어가며 사람들 사이에서도 앞과 뒤가 옆과 옆이, 

그다지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뭘 더 솔직??

이 나이 들어서 솔직하지 못할 게 무언가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이게 정의랄지 공정이랄 지와 부합되는 면이 많다 선명하지 않은 면들이,

ㅡ혹시 눈이 내릴까, 혹시 비가 올까, 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나이 들어 비나 눈을 기다린다면, 

그것도 허구한 날을, 물에 빠져 허우적 대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나 눈을 기다린다면, 

얼마나 허황한 일인가, 그래서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중 무궁화호 타고 전라도 한번 다녀와야 할 듯 싶다.

이번 주 내내 광주에는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이 단순한 문장은 어떤 화려한 수식이 깃든 서정적 문장보다 서정적이다.  

(눈 때문에 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세상에

한 시에 일어나 잠이 안와서, 잠 안올 때 아예 잠에서 벗어나는 일로  

읽다 둔 복자를, 아니 복자에게를 읽었다는 말을 시작하려 

이리 서설이 길다니,

아무리 따뜻한 이불속에서 읽는다고 할지라도

모두가 깊이 잠들어있을 시간에 소설책을 읽는 사람,

너무 쓸쓸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긴 했지만,

죄를 짓거나 남을 해하는 일 빼고는 세상사 거의가 다. 쓸쓸한 일이 아니겠는가,     


<복자에게>는 김금희의 장편 소설이다.

 230쪽 정도니 자그마한 장편이다. 

일단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삼분의 일쯤을 순식간에 읽고 놔둔 책인데 

다 읽고 나니 4시가 넘어 있었다. 날신 온도는 더 차가워져서 영하 12도 

복자는 ‘씩씩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속일 수 있기를 바라는 힘으로 어른이 되는 아이’이다.     

복자를 보면 ‘글의 주인공은 마음이 물러지고 

그것이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생선가게의 파리떼를 보면서 

그것들이 가게 주인의 아우라 같다고, 

그 파리떼가 생이 계속 된다는 증언을 하는 것 같다고,

제주 속담도 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해녀의 삶은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물 밖으로 나와 깊은숨을 사람, 

(삶이라고, 독수리 타법으로 사람을 치면 자주 삶이 된다) 

사표를 내고

상영을 목적으로 영화를 하지 않는 것은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하는 자세라는 문장도 있다.      

글 가운데서 매우 반짝였던 문장들인데,

글 밖으로 나서면 그 영롱함이 사라진다. 

사람도 서있는 곳이 중요하다는 전제가 되는 걸까,

빛이 있어서 어둠이 존재하고 

어둠 역시 빛 때문에 더욱 빛날 수도 있다는 비논리가 노리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제주 섬이라 제주의 풍광이 나오는데 

제주 여행 때마다 한가한 자연만 찾아다니는 객으로서 

익숙한 글이거나 어느 때는 마치 내가 쓴 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

정직한 사람들 

그래서 멋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글,

후벼파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고통받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고통은 쓸쓸함으로 귀결된다.       

제주에 살면서 밥을 먹다가 어떤 뉴스를 보고 그렇게 울었다는데.....

나는 울지 못해서 소설을 쓰지 못하는 걸까,

이 작가는 마음을 아주 자세히, 잘, 많이, 깊게, 들여다보고

그래선지 마음표현에 강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연정일지, 설렘일지, 

그런 것들을 드러내거나 설명하지 않아서 그 부분이 작가의 좋은 스킬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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