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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ug 01. 2016

여름, 물렀거라!

횡설수설

칠월에는 소설을 꽤 읽었다. 

한참 소설을 멀리 했는데 이상하게 요즈음 소설이 당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나의 어느 정서와 상황이 소설을 배척하기도 하는데.. 

그 지점이 어느 곳인지는  선명하지 않지만 

의외로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 아주 빨리 읽히면서도

어떤 여유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잘 읽히지 않는 한병철의 글 ‘아름다움의 구원’ 같은 글은

오히려 아무때나 들고...전철이나 화장실에서도 열심히 머리 굴려가며 읽는데

소설은 한번 잡으면 놓기가 싫어선지 얼른 안잡아진다고나 할까,.  

모든 예술의 접점이 삶 들여다보기라면

소설은 그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남의 삶 들여다보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독서는 나를 벗어난 어느 곳으로 가는 여행이긴 한데

그 여행의 심도가 가장 깊은 곳이 소설일수 있다는 것.  

다른 의미에서 풀이해보자면 칠월은 시간적인 혹은 정서적인 여유가 좀 있었던 것일까,

혹은 나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시시한 글자를 찍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인지도 모른다. 

(나의 기록이 왜 시시한가? 나로 인해서 온 세상이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혹서가 혹은 혹서로 인한 지친 심경이 몰아냈던가....)


예전에 단편 소설집은 당연히 책 안에 수록된 단편소설중의 하나를 

책의 제목으로 택했는데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에는 그런 제목의 글이 없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도 마찬가지고....   

글이 지향하는 것 보다 책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일까,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는 글을 싸우듯이 쓴다는 뜻일까, 

아니면 글로 싸운다는 뜻일까, 

그의 작품에는 숱하게 동성연애자들이 등장해 오히려 이성애자가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거기다 동성애자를 이상하게 보거나 아이참, 하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는 사람은

이상한 놈에 무식한 놈에 저질 놈이 된다.

아 여자는 또 다른 단어를 뒤에 붙이면 되고...

동성애자 <소수>라는 거대 감투를 쓴....새로운 권력에 우리는 무조건 동조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지하고 염치없고 상식 없는 

가차없이 폐기해야만 하는 꼴통 보수에 인간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저질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난데없이 받았던 손가락질.....들이 

이미 그들의 등을 채찍으로 후려쳐 만신창이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 

일단 그 소수정예의 글들이 놀라울 만큼 지적이고 풍요롭다. 

그렇다고 해서 옳은 것일까?

아 그렇군, 옳다 그르다의 양극적인 이야기는 이제 촌스럽기도 할 터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들고 있던 차였다. 

신문에 그의 기사가 났는데 남편과 같이 왔다고 되어 있었다. 

남편? 아니 그럼 유발 하라리가 여자였다는 말이야? 하며 

다시 연보를 뒤적거리다 실소를 하고만...

사피엔스를 읽으며 아이고 참 수많은 구슬을 잘두 뀄네...도 놀라웠지만

그가 지닌 시선의 향방....의 다채로움에 관해서 놀라웠다.  

나처럼 둔감한 사람이 그저 에이라는 사실을 본다면 그는 에이의 옆, 에이의 귀퉁이 

에이의 뒷모습 옆의 사각지대등....사람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잘두 엮어서  

전면으로 포진해 내 전혀 새로운 각도의 인류서를 인간사를 인간을 읽어내게 했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미래의 상황이 되는 시점.  

   

‘아가씨’를 보다가...이게 무슨 영화인가, .

레즈비언들이 성행위를 어떻게 하는가를 알려주는 성학습영화인가.

(정말 새로운 정보가 많았다)


문득 내 젊은 시절 세다르 생고르....세네갈의 시인이며 초대 대통령이던.....

우리나라에도 그냥반 왔엇던가.....

그 사람의  사를 읽었고 알았다 해서

내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다수만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소수의 폭력도 지능적이고 날카롭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에도 안녕 주정뱅이는 없다 

대신 술에 대한 아주 감미로운 표현들이 즐비하다.

깡마르고...밥 대신 술을 먹을 것 같은....작가의 인상.....

그의 글  '역광'에서....눈이 멀어가는 소설가와 이제 새내기 소설가...와의 만남이 그려진다.

당연히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법도 등장하고....술은 물론이다. 

술을 앞에 두고 종류를 바꿔가며 술에 대한 예찬이 무르익는 가운데...

그가, ‘누굽니까? 당신은....’하며 그녀의 냄새를 맡는 장면이 사랑의 전부다.

그런데 우습게도 아 나도 저런 연애라면....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연애라니....

글만이 주는 순도 높은 체감온도가 아니더냐.   

 

정유정의 종의기원은

세 번을 고쳐 썼다는데 목적 지향주의가 지나치게 팽배해있다. 

인류의 2~3%인 사이코패스 그리고 그 상위 1%가 프레데터

순수 악인....을 그리기 위하여 작가의 모든 힘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버린 게 아닌가,  

유진이란 평범한 이름처럼 펑범함 속의 특이한 인간은 소설의 결말처럼 살아남았는데  

그의 전작보다 문학으로서 설자리를 잃어 버렸다.

     

2015년 2016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읽었으니 

젊은 판세를 조금은 맛보았다고 해되 되겠지.

그중의 김금희...너무 한낮의 연애가 눈에 띄었는데 작품집이 나와서....읽었다. 

그참 이제 삼십대의 젊은이가 그려내는 사람이...

그 사람의 때와 곳 그리고 행위들이 참으로 늙은 지점처럼 여겨졌다. 

아주 사소해서 매우 사소한 부분을 정밀하게 그려내서 전체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것도 생에 대한 모든 힘을 소진해버린 우리엄마...구십살 노인의 처한 사항처럼....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지점.

그런데 그 곳이 유별나게 모든 사람이 경험해봄직한 자리였다.  

그러니까. 젊은이 시선으로 어떻게 그렇게 절묘한 지점을 포착해낼 수 있는가....  


이장욱에 대해 양경언이란 평론가는 

삶에 대한 체념과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표정이 자리한 바로 거기에서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이 츨발한다는 점을 기가 막히게 짚어낸다고 썼다. 

역시 매우 평범한 사람 정귀보의 팩트속의 매우  비범한 이야기 ..... 

젊은 작가상 수상작에는 작가의 말과 평론이 한꼭지 씩 

뽕나무 오디처럼 붙어 있었는데

그게 또 읽을거리가 충분히 되었다.  

  

소설을 아주 열심히 읽다보니  동인문학상 후보작을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대출 불가능이라는 빨간 글씨가 나왔다.

이제 책을 잘 사지 않는다. 

사다니? 정리를 해도 충분한 시점인데...

이미 지니고 있는 책도  우리 힘을 벗어나 있는데

그러니 그냥 닥치는 대로 읽어야지. 

샤워한 후 

가만히 선풍기 틀어놓고

대자리 위에서 책을 읽으면 

朱夏,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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