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頌

by 위영





화분에 분꽃 씨앗 몇 알을 심었다. 싹이 나고 자라나기 시작했다. 벗이 되기 시작했다.

식물과의 우정은 매우 지적이다.

유의 깊은 눈초리의 나를 심오한 저들만의 리그로 이끌어가거나

침묵하며 나를 더 깊은 사유의 시계로 인도한다.

벗이 되어할 일이 무엇인가... 혹시 벌레가 생길까 저어하면서도 사랑해서....

우유팩 씻은 물을 부어주고 영양제도 하나 사다가 꽂아 주었다.

무시무시하게 자라나기 시작한다.

삼십 배 육십 배 백배의 속도가 아니다. 어쩌면 광속의 세계다.

그런데도 언제나 그저 고요할 뿐이다.

분꽃의 움직임을 나는 절대 바라볼 수 없다.

내가 뒤돌아서면 움직이는 너. 깊이를 알 수 없는, 너는 풍랑 없는 바다이구나... 중얼거리게 하는 분꽃.

서늘한 바람 자락 몇 올 낮의 따가운 기운에 섞이면 해저 물 녘이다.

아마도 뜨락의 저 친구는 그 몇 올이 지닌 서늘한 기운에 몸을 여는 게 아닐까,

어느 순간 꽃봉오리가 살짝 여문다.

바야흐로 개벽이다.

여리면서도 환한 친구 아정한 그대!

밤과 낮의 사이에서 밤의 이정표가 되어주는가

여름 끝자락이니 아직 여름 꽃이지만

이상하게 분처럼.... 분향기처럼..... 분분히 살짝 가을 느낌 묻어난다.

혹 노년을 향하는 더듬거리는 걸음 발 맞춰줄 꽃인지도,

대낮의 이글거림이 아닌 이제야 삶을 조금 이해할 듯한, 이해하겠네, 그랬었어.,

사려 깊은 눈빛을 지닌.... 해저 물 녘의 꽃이니

어쩌면 이 우아한 벗은

아주 아주 오래전... 어렸을 때 내 안에 심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많은 꽃들이 바람에 날리거나 혼자 터져서 혹은 누군가의 정겨운 손길에 의해서 피어나는데....

나도 모르고 씨앗도 모른 채

내 안은 무지했거나 너무 동토였거나 하여 이제야 피어난 것.

‘핌’을 ‘바라보는 것’이 ‘핌’일 수도 있으니 환유적 기표,


이제

분꽃은 하염없이 피어나고 속절없이 져갈 것이다.

그리고 풀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다.

천지가 쓸쓸해지는 시간을 지나며 벼는 익어가고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는,

뭉게구름 타고 오는

처서의 중후이니

이 더 할 수 없이 청랑한 시간에

닫아두었던 빗장을 열고

거기다 우리 초연'해 보이는 분꽃을 들이는 거다.

어쩌면 분꽃은 포쇄별감

분꽃은

페루의 놀라움(marvel of Peru)이다.

분꽃이 피면 엄마는 조용히 저녁을 시작했다.


가을,

돌이킬 수 없는 가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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