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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Sep 16. 2016

울산 대왕암의 블루

윤슬







풍경에도 성품이 있을까? 

울산 대왕암에는 초추의 눈부신 양광이 푸르른 바닷물에 

수많은 윤슬을 지어내며 명멸하고 있었다. 

윤슬, 어느 달빛, 어느 물빛 위에선들 아름답지 않으랴먄 쪽빛 보다 더 푸르른, 

울산바다....위의 윤슬은 탄생과 소멸을 극적으로 윤회하며 바다를 온통 빛으로 만들었다. 

“윤슬이라니 그 생각이 나네요. .. 요즈음 과일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 나무 아래 반사필름을 깐다고 해요. 그러면 과일의 밑까지 고루 익게 된다는 거죠. 바닷가 해풍을 쐰 과일이 맛있는 이유가 저 윤슬에도 있겠네요. ”

“저 반짝임이 꽤 먼 거리를 간다고 하더라구요.

무수한 반짝임, 윤슬은 결국 햇살 반사니까 그럴듯해 보이는데요.”

해풍을 윤슬로 엮는 데 엄청 그 착상이 재미있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면 어떠랴,

상당히 그럴듯하고 친근하며 유려함이 엿보이는 새로운 논리인데...,  


산업도시를 지척에 두고서도 의연한 저 태고의 바다색. 

그러고 보니 블루....빙하의 블루부터 시작해서 하늘의 블루 바다의 블루(특히 그랑 블루) 

그리고 먼뎃산도....사실 블루다. 

그래서 블루는 정서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블루가 품고 있는 근원적인 우울감은 당연히 예술가에게 빛나는 영감을 줄테니까,. 

예술의 근원은 자연보다 그 자연을 느끼게 하는 외로움 탓일 테니까, 

그렇다면 풍경은 어쩌면 태생적 블루로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주는 예술적 성품을 지닌 게 아닌가. 

그러니 결국 낯선  풍경을 찾아 나서는 것은 

일상을 떠나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블루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블루를 지나 

오래된 소나무 숲을 따라 걷던 길 옆으로 내내 이어져오는 울산의 바다는 

블루의 속내를 생각하게 했다. 

 노르스름하기도 불그레하기도 한 황톳빛을 띈  대왕암과 

그 주변 솔숲 사이로  이어지는 바닷가 길에서 나타나는 형형의 바위들은 

씨 많은 호박처럼 단단하게 골이 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이사이 품을 열어 소나무를 자라나게 했다. 

오래된 소나무들은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면서 곧고 의연하게 자라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바다와 바위와 솔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절창! 

그러다가 할머니 바위를 만나게 되었다. 

산이든 숲이든 바위든 단순한 시선으로 지어낸  이름들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을 막아버리는 팬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그런데 이 할머니 바위를 보는 순간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바다를 향하여 , 하늘을 향하여 혹은 자신을 향하여 세상을 항하여 

호쾌한 웃음을 짓는 늙으신 할머니. 

그깟것 나처럼 하늘을  보거나 바다를 향해, 한번 웃어버리고 말렴, 

이렇게 말이다.  음하하하하~~~   

  

다음 주면 바라보게 될 이브클랭의 블루 니스의 바다는 어떤 상념의 블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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