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슬픈가요?
슬픔 따위가 무얼 대변할 수 있을까요?
고작 슬픔 따위로 무얼 증명할 수 있나요?
한낱 슬픔 따위로
그깟 슬픔 따위로
당신이 떠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양말 한짝에도
핵폭탄 같은 보고픔에
쓰나미 같은 그리움에
가슴을 쓸어요.
내겐 그 보고픔이 일상이 되었으니
죽을 것 같은 보고픔도
미칠 것 같은 그리움도
일상이 되었으니
더 이상 비상상황은 아니네요.
전시상황도 지속되고
재난상황도 익숙해지면
길들여지나봅니다.
노랗게 익은 벼들이 바람이 일렁이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예쁘다 말하는 당신이,
그 길을 함께 걷자고 팔을 잡아 끄는 당신이... 참 좋았어요.
당신이 했던 말들, 당신 모습들...
마트를 둘러보고, 시장을 걷고,
마주 잡은 손길, 기대어 오던 느낌... 감촉들..
새삼스러울 것 없는 그것들의 무게를 새삼 실감하고 있나봐요.
휴게소에서 별 것 아닌 간식을 골라 나누어 먹고,
밥을 먹고, 같이 걷고, 같이 잠들고, 같이 일어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목적으로 가지고,
같은 동선을 따라 같이 이동했던... 그 별것 아닌 일상이
마주 앉아 같이 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이
이토록 가슴 뭉ㅋ르한 행복일 줄 몰랐습니다.
오물오물 볼록한 볼로
위장의 수고를 분담하기 위한 거룩한 저작활동이
소화촉진을 장려코자 하는 저작근의 숭고한 움직임이
그토록 사랑스러울 줄 몰랐습니다.
그냥 갈려구요? 하는 물음이
밥 먹으러 가요, 하는 청유가
차 어디 있어요? 먼저 가 있어요, 하는 연대가
이토록 가슴 벅찰 줄 몰랐습니다.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길에 행복했습니다.
귓볼을 만지는 손길에 행복했습니다.
어깨에 기대는 머리결이 감미로웠습니다.
멜로디를 따라 하는 음성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평소에 동경하던 모습들이 적지 않았을텐데...
막상 길지 않은 시간 앞에서 하고픈 것들과의 상충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욕조에서 함께 따뜻한 물에,
당신을 안고 있는 느낌이 참 좋았는데...
한참을 더 그리 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마음이 바빠 당신을 재촉했어요.
좁은 차안에만 갇혀 있다가
좀 더 안락한 공간에 가면 해봐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그렇게 따뜻한 물에, 몸과 마음을 누이고
당신을 안아주고 어루만지고 씻어주는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더 오래 그리 있어도 좋았겠다 싶어요.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특별히 무엇이든 한대도
그냥 그 모든 것들이, 당신과 함께 하므로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참 많이 그리울 시간들이에요.
좀 더 보면 보는 대로
못 보면 못 보는 대로
보고픔은 까딱없다.
사랑을 시작할 때
아직은 너무 성급한 것 같아서,
더 큰 마음을 표현할 때 쓰려고,
뱉어버리면 마음이 성큼 앞서갈 것만 같아서,
꽁~ 다문 입 안에 가둔 채 굴리고 삼키던 말이야.
함께 한 모든 날들이 특별하고 좋았지만
오늘이 제일 좋았다는 말을 하려다,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니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지나간 나날들이 혹여 서운해할까 봐
어느 한날에 '최고!' 란 수식어를 달아주지 못하겠다는 당신.
문득문득 사랑해.
'사랑'이라고.
이미 여러 밤 전에 내 마음을 정했지만
당신에게는 한참 지난 후에 꺼내 보일 비장의 무기.
여기저기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앉았다 불쑥불쑥 튀어오르는 말 '사랑해.'
차가운 겨울 밤
차 뒷좌석에서 다리를 내어주곤
편히 누워 쉬라며 차가운 문에 바짝 붙어앉은 당신,
혹여 내가 깰까 봐 인형처럼 굳어버린 당신,
뒤척이며 깰 때 마다 나를 지키고 앉은 당신과의 눈맞춤,
꾸밈없이 터져나온 말 '사랑해'
잠시 말이 없다가,
못 들은 척 '뭐라고?' 묻는 당신.
귀여워 입이라도 맞추고 싶지만
입안에 가득 고인 고백을 삼키고
'코 찡긋', '어깨 으쓱' 괜한 표정을 지어 보였어.
'한번 더 듣고 싶었는데.
인심 좀 쓰지그래요~ '
아쉬운 표정 끝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사랑한다 말하는 당신에게
속수무책 또다시 터져 나온 말이야.
" 언제부터 사랑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부터 이 사랑 없이는 나도 없다는 걸 알아요?
크고 작은 기념일을 챙기며,
함께 하는 일상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며,
그렇게 함께 나이 들고 싶다고..
응, 나도... 조금은.. 기대해.
그럴 수 있을까 선을 넘는 상상에 이어지는
엉망진창 꼬일 대로 꼬여버린 관계들
풀어헤친 단추를 다시 끼우고, 끼우고, 끼우는 나야.
"나랑 같이 안살거에요?" 묻는 당신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어.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루고 추억하며
이 사랑과 함께 영원하고 싶다고,
고운 너를 지키고 예쁘게 보살피며 네 사람으로 살게 되기를 바란다는 당신.
이런 내 마음이 혹여 너를 답답하게 만들진 않을까,
당기기만 하면 끊어진다고
연애에 밀당은 필수라는 조언은 무용지물.
나를 당기고 안고 품고 쭐쭐 빨고도 모자라
그 순간들에도 그립고 보고파 애달픈 모습들
구멍난 항아리에 사랑을 채워달라 나만 바라보는 당신
너는 마치 햇살 같아.
너를 충분히 보지 못하면
난 불 꺼진 전구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야.
반짝일 수 없어.
너를 받아 너를 비추며 살고 싶어 나는.
손발을 맞춰서 착착착
당신이 '쿵'하면 나는 '짝'하며
쿵짝쿵짝 서로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듯 그렇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일어.
지금 나로선 도저히 안될 것 같은데
당신과 함께 산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나도 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돼.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당신을,
잘 자게 하고
잘 먹게 하고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건 힘들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