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을까요?(feat.브런치공감)

마음매력 단절 사회에서 마음매력 공감문화를 꽃피울 때

by 통통샤인머스캣

자살을 예방하려면,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며 마음매력과의 단절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약물치료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시킨 후, 어떻게든 고단한 현실을 살아갈만하다는 의미를 찾게 해 주어 현재를 살아가도록 하는 욕구를 끌어내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도 살아있다는 것이 괜찮은 선택임을 마음에 와 닿도록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회복된 이후에도 치료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안전망을 확립하는 공동체적 노력도 절실하다.


진료실에서 정신 치료적 면담이 이뤄질 때, 치료자는 독특한 개인의 삶의 환경과 조건에 따른 차이를 수용하고, 자신이 겪는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돕는다. 변화 동기의 기반이 되는 마음매력을 찾아줄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가 내 인생을 망가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의미에 주목하게 만들어 문제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게 만든다. 문제가 내 삶 속에 주는 긍정적인 의미의 선물을 찾다 보면, 자신의 삶을 보다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치료자는 내담자가 가진 긍정적 기억에 연결되도록 한다. 힘든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불현듯 연상되는 행복했었던 순간, 감사했던 순간이 떠오른다면, 그 순간에 조금 머무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좀 더 편안히 머물 수 있게 한다면, 내담자는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여유가 조금씩 생긴다. ‘아~ 그때는 그랬었는데.’ ‘아 그때는 나 참 멋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힘들다고, 내 인생 자체가 과연 살 가치가 없어진 것일까? 내가 가졌던 생각들과 내가 내린 결론은 정말 옳은 걸까? 나는 과연 죽어 마땅한 존재인가?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다 죽어야만 하는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없을까? 이렇게 삶을 포기하는 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일까? 내 가족이 진정 원하는 모습일까? 이렇게 죽는 것이 억울한 점이 없을까?’ 행복했던 나와 불행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데, 왜 나는 지금 불행한 존재라고 느끼는 걸까? 왜 행복했던 시절에는 하지 않았을 불행한 선택을 지금 하려 하는가? 왜 나는 이런 상태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거라고 믿는가?


물론 죽으려는 마음을 갖게 했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는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오로지 죽음밖에는 답이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치료자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담자의 문제를 더 잘 도울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올 거라 믿으면서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힘들지만 오늘도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고통의 시간을 그저 함께 하며, 오늘의 짐을 조금 가볍게 도와줄 뿐이다. 그런 접근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때때로 고통의 의미와 같은 마음매력을 찾기 위한 시도는 실의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작은 위로이자,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삶의 작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치료자가 내담자를 본질적으로 귀하게 여기고, 절망의 경험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한 인간이 가진 고뇌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뤄내는 정신적 태도에 대해 존중과 믿음을 보이면, 어느새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매력이 살아난다. 공감적인 치료적인 관계 안에서 내담자가 자신이 이뤄낸 성취와 성공경험과 같은 소중한 기억을 꺼내고, 고통스러운 현재에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자신의 아름다웠고 강인했던 순간의 내적 자아가 고통스러운 현시점에서 겹쳐지면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결국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마음매력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관점을 회복하고, ‘그래. 나는 소중한 존재였었다.’ ‘그래. 나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래. 나는 지금 이대로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며 긍정적인 감정을 보다 더 느끼며, 자신의 삶을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자신에 대한 지나치고 왜곡된 평가를 단번에 깨지는 못하더라도, 흔들어 볼 수 있다. ‘그래도 지금 내가 이렇게 죽어서는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이런 삶도 살만하다는 삶의 의미를 불현듯 인식할 때 찾아온다.


자신의 왜곡된 시선으로가 아닌 치료자의 따뜻한 시선을 빌려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마음이 생긴다. 죽음밖에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조차 버틸 힘과 용기가 생기고, 이 상황도 자신이 다스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정신적 태도를 갖춘 자율적 자아의 힘이 회복된다. 어느새 이렇게 살 수도 있음을 느끼며, 힘들어도 살만하다고 믿게 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죽음을 깊게 숙고하던 생사의 기로에서 자기 존재의 긍정성의 불씨를 살려내게 되는 것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꽃나무가 따뜻한 봄바람에 꽃봉오리를 피우고, 꽃잎을 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동안 죽은 것만 같았지만, 살아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힘들어도 살만하다면 조금 괜찮은 것이다.


일본 식민지와 분단과 6.25 전쟁을 겪고 난 후 급격한 산업화와 독재개발체제를 속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영향력 속에서 개인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경시하며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다. 우리가 만약 있는 그대로 우리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적 공기 안에서 호흡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났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저마다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각자의 개성이 지금보다 더 존중되는 문화로 체질개선을 이뤄낸다면, 또 어땠을까? 가정에서만큼이라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학교와 직장 공동체에서는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경험을 더 할 수 있게 된다면, 인생은 좀 더 살만한 느낌을 받고, 자살의 짙은 먹구름은 조금 걷히지 않을까.


달라이 라마는 매일 자신에 ‘다른 사람이 내게 주는 선물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물어보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감 속에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돌아보는 성숙한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살아갈 의미로 가득 차는 아름다운 곳이 되어있지 않을까. 힘든 가운데 버티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고통스러운 몸짓도 공동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될 수도 있다.


다 같이 함께 살아갈 의미를 배우는 고통 속에서도 살만한 사회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가치 중심적, 관계지향적인 마음매력의 공감문화가 부분적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정신분석가인 에릭 에릭슨은 ‘성숙은 차이를 인내하는 능력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발달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감과 사랑은 자기 긍정과 책임의식을 낳는다. 충분한 공감과 사랑을 받은 사람은 어려운 처지에서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문제와 환경이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문제를 다스리는 책임감을 발휘하면서도 문제와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결국 자신의 상황을 아름답게 다스려가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고 더 소중한 사람이다. 문제가 있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최소한의 믿음이다. 나는 나 자신을 괜찮게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내게 주어진 인생을 아름답게 잘 다스리고 있는가? 그렇게 살아가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공감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며 무언의 격려를 하고 있는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도 우리가 분명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나 자신과 세상을 더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면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내가 하는 일은 나름대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의미가 있는 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뤄가는 정신적 태도를 단련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그런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연대할 수 있을 때, 한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매력 공감문화가 우리 공동체에도 아름답게 꽃 피우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에 정성스럽게 글을 쓰고 계시는 모든 작가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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