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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May 27. 2019

오직 플랫폼을 장악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애플의 쇼 타임은 지금부터

월간 디자인 5월호 기고글


지난 3월 25일, 애플은 'It’s Show Time’ 이벤트에서 신규 서비스들을 대거 소개했다. 

특히 몇 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Apple TV+’가 비로소 공개된 것. 스티븐 스필버그가 나와 ‘어메이징 스토리’의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심리와 정신 건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이야기하며 막을 내리는 구성은 좌중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경험했던 애플의 런칭 이벤트와 비교해보면 어딘가 수상쩍다. 당일 새롭게 발표된 하드웨어라고는 티타늄 신용카드 한 장이 전부. 나름의 기대를 모았던 Airpod2의 런칭은 행사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행사에 앞서 며칠 일찍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개시했다. 게다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던 무선 충전 패드 AirPower의 출시 취소 여부는 행사 이후에나 발표됐다. 

'Apple TV+’는 현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국가도 많지 않을뿐더러 자체 제작 콘텐츠도 미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공들여 발표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렇지만 이는 애플이 사용자들의 삶을 다시금 장악하겠다는 메시지이자 선봉에는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닌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두겠다는 선전포고다. 바로 뉴스플러스, 아케이드, 애플티브이 플러스 등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과 골드만삭스와 손잡은 크레딧 카드 서비스 애플 카드다.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크레딧 카드

팀 쿡이 들고 나온 애플 카드는 군더더기란 찾을 수 없는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과연 애플다웠다. 티타늄 소재가 동반하는 정교함이 각을 살리고 카드 칩에 새겨진 음각까지도 차별을 만든다. 플레이트 앞면에는 애플 로고와 사용자의 이름뿐, 골드만삭스와 마스터카드의 로고마저 뒷면으로 몰아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이미 가장 진화된 형태의 지갑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카드 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월렛 Wallet'과 ‘애플 패이 ApplePay'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금융 결재를 옆에서 보좌해 왔다면, 애플 카드는 사람들의 금융 생활을 돕는 것 너머 사용자의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 여기서 관건은 애플은 사용자들이 크레딧 카드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소비 습관, 생활 패턴, 생활 반경, 인간관계 등 지극히 개인적인 데이터까지 있는 족족 빨아들인다. 여기에 애플 카드는 온라인 거래뿐 아니라 애플 페이를 받지 않는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속 모든 데이터를 손안에 넣을 수 있다. 


애플 뉴스의 새로운 디자인과 매거진들


뉴스 플러스의 경우, 기존에 있던 애플 뉴스에서 매거진 영역을 대량 확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달에 9.99달러로 300여 개의 매거진을 구독할 수 있게 한 것. 디지털 솔루션에 취약한 기존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를 포섭하고 사용자의 취향과 패턴을 파악해 제공하는 맞춤 서비스이기도 하다. 

애플 아케이드

아케이드도 비슷하다. 구독 시스템 아래에서 디바이스를 막론하고 원하는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엑스박스가 구독형 모델 ‘엑스박스 게임 패스 Xbox Game Pass’를 도입한 후, 전체 유저의 게이밍 시간이 20% 이상 증가했고 40%가 넘는 게임들이 더 플레이되었다는 통계를 기록했던 바, 구독형 모델이 게임 산업에 일으키는 영향은 이미 증명됐다. 특히 애플의 게임 서비스는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만큼, 플레이 타임의 증가 및 다양한 게임 타이틀의 증가는 확실히 보장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티비 플러스는 사용자들의 일과 시간 이후 시간마저 애플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수준 높은 자체 제작 콘텐츠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로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집어삼키고 있는 넷플릭스의 그것이다. 애플 TV 플러스도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오리지널 및 제휴 콘텐츠들로 사용자들로 하여금 모든 여가 시간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이다. 다행히 이날 발표된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오프라 윈프리를 포섭해 시청률은 보장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삼성, 엘지, 소니 등 티비 제조사들과 제휴를 맺어, 애플 TV를 갖고 있지 않아도 모든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플 TV 플러스의 잠재력은 이미 감지된다. 


소비자의 완벽한 니즈는 넷플릭스와 애플의 제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그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애플의 사업 모델 안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다. (뉴욕 타임즈가 뉴스+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다.) 즉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결국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IT 시장의 섭리다. 현대인의 삶의 대부분인 미디어, 게임, 금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담보로 사용자의 생활 구석구석에 잠식하겠다는, 언제나 그래 왔던 애플의 이 목표는 지금까지 주력해왔던 하드웨어 경쟁에서 콘텐츠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측면에서 애플의 이번 발표는 앞으로 IT 업계의 방향과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키다.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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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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