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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Feb 12. 2020

미국 대선 후보와 마약왕의 상관관계?

앤드류 양의 흥미로웠던 대선 행보


2020년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정치 이벤트가 있다.  

바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선거다. 지난 2016년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4년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로서, 첫 임기 중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했다고 평가받는 대통령들은 대부분 재선에 도전하는 중간 선거의 성격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워낙에 많은 이슈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며 활용하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선거판의 지형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20 대선을 앞둔 미국의 양대 정당은 그들의 차세대 대선 후보를 선별하기 위한 경선이 한창이다. 미국 대선 경선의 경우, 정치보다 쇼 비즈니스적 성격이 강하다.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레이스 속에서 누가 더 많은 사람의 부동 표심을 움켜쥐느냐 싸움이다. 그런 만큼 정말 난다 긴다 하는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지는데, 이 중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경쟁자가 있다. 


앤드류 양의 모습


그의 이름은 앤드류 양이다. 

그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뉴욕주에서 1975년 태어난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 불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만큼 거부의 반열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과 기타 언론사들에 따르면, 대략 1~4 백만 달러 (12억-45억 수준)의 재산이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재산 관계와 상관없이 그가 정치권에서 지닌 브랜드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치 초보라 할 수 있는 신인이 당내 경선에서 2020년 1월 기준 7위를 기록 중이다. (*참고, 2020년 2월 12일 기준으로 앤드류 양의 대선 캠프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의 경쟁 상대는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 의원 그리고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전 대선 후보 등과 같이 쟁쟁한 상대들이다. 심지어 그는 억만장자이자 언론사 사주인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보다도 순위가 높다. 그가 이러한 돌풍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첫째로, 앤드류 양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을 자처한다. 

굳이 트럼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민주당 내 경선만 보더라도 그는 언더독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명도 없는 언더독이 메인이벤트로 가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밑에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랭킹을 올리는 방법과 가장 힘 있는 사람에게 싸움을 걸어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있다. 앤드류 양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후자다. 그는 다윗을 자처하며 자기보다 훨씬 덩치 큰 골리앗 들과 싸움을 하는 중이다. 경선 토론이 있은 다음 날이면 그의 이름이 구글 검색 양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그의 전략은 꽤 효과가 있어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얼마 전 민주당에 우호적인 언론사로 불리는 MSNBC를 보이콧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경선 보도 과정에서 자신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얼핏 보면 생떼를 쓰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다민족 국가가 사는 미국에서의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은 기득권층(기존 민주당 경선 후보들과 언론사)에 위협을 그리고 유색인종 층에게는 결속력을 가져다주는 만큼 다분히 전략적으로 꺼낸 카드였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그는 기술 발전에 의한 인류 사회의 변화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는데, 자신이 수십 년씩 정치 경력을 쌓아 대선에 도전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둘째로, 앤드류 양은 현재 위치에 대한 현실적인 인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딩을 구축한다. 

그는 동양인이 수학에 강하다는 것을 캠페인의 중요 강점으로 사용한다. 기술과 경제 분야 모두 수학적 통계로 접근하며 후보들과 논쟁한다. 단순히 개인의 주장이 아닌 증명 가능한 숫자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동양인이 수학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흑인이면 농구를 잘할 것이라는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가진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마저도 그의 장점으로 끌어안았다. 


앤드류 양의 MATH 모자


그리고 수학을 지칭하는 ‘Mathematics'의 약자인 MATH를 전략적으로 브랜딩 화 하여 그의  한 축으로 사용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MATH의 발음인 매쓰는 종종 ‘Methamphetamine’이라고 하는 마약을 줄여 부르는 METH와 거의 같다. 브래이킹 배드(Breaking Bad)라고 하는 티브이 쇼가 있다. 평범했던 고등학교 선생이 마약왕이 되는 이야기의 이 쇼는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전 시즌 총합 평점이 96%에 이를 만큼 높은 인기와 작품성을 지닌 최고의 쇼로 평가받는다. 앤드류 양은 이 쇼에 나오는 대사와 장면을 자신의 캠페인에 활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단순히 인기 있는 쇼의 패러디 수준을 넘어 그는 대마초의 합법화에 대한 적극적으로 지지를 공공연히 표명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치료용과 여가용 사용 모두 합법화되어가는 추세다. 심지어 뉴욕주의 경우 그동안의 마리화나 관련 모든 범죄 기록을 말소시켰다. 더는 마리화나의 사용이 범죄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리화나는 입문용 마약(Gate way drug)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앤드류 양의 MATH 브랜딩은 기술과 데이터의 가능성을 믿는 합리적 중도와 대마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기대가 산업과 이를 지지하는 젊은 층에 모두 어필하는 속칭 힙(HIP)한 브랜딩이다. 


앤드류 양과 대마


셋째로, 앤드류 양은 그의 브랜드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가 대중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인지도를 서서히 얻어갈 때쯤, 그를 많은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켜준 전환점은 티브이 경선 혹은 콘퍼런스 강연 같은 전통적인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oe Rogan Experience)라고 하는 팟캐스트가 있다. 조 로건이라고 하는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방송인데, 천체물리학자부터 할리우드 스타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하는 전 세계 1위의 팟캐스트이다. 그는 바로 여기서 왜 지금 우리가 최신 기술과 데이터가 필요한지, 왜 트럼프가 아닌 자신과 같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거침없는 입담으로 토해냈다. 이 방송 이후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엘론 머스크의 지지를 얻은 앤드류 양


또한, 부유한 사람들 혹은 기업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전통적인 정치 후원금 모금 이벤트보다 온라인을 통해 지지자들의 후원 기금을 모으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난 11월 30일 새롭게 시작된 후원금 모금에서 단 하루 만에 만 팔천여 명의 지지자로부터 칠십오만 달러(한화로 9억 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 선거 캠페인 중의 재정적 독립을 통해 눈치 보지 않는 정치 행보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모드 앤드류 양이라는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앤드류 양의 돌풍이 얼마나 이어질지 혹은 거짓말처럼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실제로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만들어가는 돌풍의 중심에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내는 브랜딩의 전략적 적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딩의 원칙 중 맥락(Context)과 일관성(Consistency)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올바른 맥락을 찾기 위해선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할지 결정하고, 꾸준하게 일관된 행동과 메시지를 대중에게 보냄으로써 하나의 브랜딩을 완성할 수 있다. 브랜딩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브랜딩을 만난다면 그 가능성은 더 올라갈 것이다.  

(*참고, 2020년 2월 12일 기준으로 앤드류 양의 대선 캠프는 막을 내렸습니다.)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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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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