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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Apr 01. 2016

내 영어 선생님은 격투가

격투기 & 아트

언어라는 장벽의 존재는 내가 이국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줄곧 따라다녔다. 역설적이게도 3년간의 유학생활은 나의 영어 실력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하였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유학생, 특히 한국에서 고등 교육 이상을 마치고 온 유학생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초등교육 혹은 그전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다.)


첫째로,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커뮤니케이션한다.
둘째로, 학과 이외의 부분에서 굳이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셋째로, 문화적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


나는 SVA에서 생활하며 지낼 때 이 세 가지 범주 모두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기준으로 산정하건대 80% 정도의 사람들은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살면 안 돼지의 차이는 명확하다. 


왜냐하면 학교라는(참으로 이상적인) 틀을 벗어나 사회에 내던져지는 순간 당신은 산 채로 사자 우리에 던져지는 톰슨가젤이 되는 되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의 충격을.


미국 직장 초창기 시절, 나는 종종 회의 울렁증에 시달려 결국에 묵언 수행을 하다시피 한때가 있었다. 하루는 새로 들어가는 회의를 마치고 방을 나가고 있었는데, 그 팀의 어떤 녀석이 날 보고 하는 말이, ‘You are the quietest person I have ever met.’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내 기본적인 성격은 외향적이고 한국인들 커뮤니티에서는 언제나 의사 개진이 가장 먼저인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미국 사회 안에서의 나를 보는 시각은 그저 말 없는 덩치 큰 동양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날부터 이 현실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어떤 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단순히 내가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나도 느끼고 남도 느끼게 달라지려면 노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내가 변해야 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의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였다.


01. 격투기

나는 사실 이종격투기의 마니아였다. 한국에서 정말 아무도 모를 때부터 혼자 좋아하고 일본의 ‘판크라스’ 미국의 ‘UFC’를 거의 초창기부터 독학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UFC 영어 경기 해설을 들어보자였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중간중간에 선수들의 움직임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형용사들은 내 입장에서 꽤나 재활용하기 좋은 것들이었다. 그러던 중 UFC의 해설가인 Joe Rogan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Joe Rogan Experience라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코미디언이기도 했는데, 그가 격투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서 진행하는 일종의 토크쇼였다. 인터넷 팟캐스트다 보니까 언어도 상당히 캐주얼했고, 주제들도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격투 기술들부터 우주 과학,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다루다 보니, 소위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러 현상들에 대한 견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의 팟캐스트는 상당히 진보적인 부분 혹은 격하고 터부시 되는 문제들까지 캐주얼하게 거론하고 있었고, 이것은 나에게 때로는 문화 충격 혹은 점진적 문화 통감의 관점에서 다가오게 되었다.



Joe Rogan의 팟캐스트 채널 가기 >>

02. 아트    

격투기 팟캐스트를 통해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 생활화되기 시작한 나는 이내 아트&디자인 팟캐스트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사실 팟캐스트라는 것의 장점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어떠한 Subject에 관한 Point of view를 가지며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어떠한 디자인에 대한 나의 관점과 Methadology(방법론)을 비즈니스의 포인트로 잡고 가야 하는 내 직업의 특성상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청취하게 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Design matters’였다. 

이 팟캐스트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너무나도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디자이너들, 아티스트들이 주인공인 팟캐스트이다. 자신들 작업의 주된 목적과 방향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하고, 무엇이 자기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발전시켜 가는지 등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조언들로 가득 찬 프로그램이었다.

하루는 ‘Brand New’ 콘퍼런스에 참여 후 집에 가려는데 Design Matters의 진행자 Debbie Millman과 마주쳐서 엄청 반가워 그녀를 멈춰 새우고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Design Matters 페이지 바로 가기 >>


시작은 되도록이면 캐주얼하게.

영어 공부라는 것은 사실 고정된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공부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지도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단순히 문장의 나열과 단어의 적용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데. 문맥과 흐름 그리고 관점과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들을 영어식으로 배우고 익숙해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영어의 습득을 나는 많은 분이 교과서 혹은 문제집이 아닌 조금 더 접근하기 쉬운 자신만의 취미 생활 혹은 재미난 것들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심화 단계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Stay tuned :)

PS. 아티클이 맘에 드셨다면. 라이크 및 공유 부탁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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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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