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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Apr 28. 2016

베껴라. 늘리라.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저번 편에서 말한 것처럼, 영어공부의 시작은 캐쥬얼 하게 해야 한다.

딱딱하고 불편한 외국어로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건 옳지 않은 방식이다. 나는 예전에 우리 중고등학교 때 영어단어 외우듯이 하는 공부가 실전에서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반복 및 암기적 파해 법은 학습자의 흥미도 떨어트릴뿐더러, 그 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질 않는 부작용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소재들을 중심으로 물 흐르듯이 익혀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서양식 유머 & 상식들을 팟캐스트들을 통해서 많이 익힐 수 있었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회사에서 혹은 사적인 자리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맹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Joe Rogan의 경우 엄청 Cool하고 Progressive 한 코미디언이고 또 UFC 해설 위원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팟캐스트에는 엄청난 양의 비속어와 조금은 과한 주장 그리고 약간은 편향된 시각들도 담고 있었다. 그의 팟캐스트에 심취해 있던 어느 날 회사에서 동료랑 이야기하는데 내 말투에 나도 모르게 F-word(Fuck이 일종의 수사로 사용되는 속어)들이 엄청 섞여 있는 것 아닌가? 하마터면 클라이언트랑 회의 도중에도 농담으로 뱉을 뻔했다. 사실 미국에서도 친한 사람들은 다들 F-word들을 섞어서 많이 사용하긴 하나, 공적인 자리, 회의 혹은 클라이언트 미팅 등에서는 격조 있는 어휘들을 써야 한다. 더군다나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리드 하기 위해선 올바른 언어의 사용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비단 얼마만큼 말을 또박또박하는지, 문법에 맞게 사용하는지 등만을 포함하는 게 아니다. 당신의 인격과 지적 능력치에 대한 그들의 판단과 존중은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이란?

억양, 어휘, 제스쳐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적 의미다. 말을 한다는 행위가 일종의 정보 전달이라고 봤을 때, 이러한 총합적 정보전달의 과정은 전달자가 피전달자에게 공감각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이루어진다. 대략적인 분류를 들어보자면,

청각 : 어휘, 대화의 로직, 톤, 목소리
시각 : 몸동작 및 얼굴 표정, 옷차림
촉각 및 후각 : 바디 랭귀지 혹은 향기

이러한 것들도 고려해야만, 평상시 캐주얼한 대화를 넘어선,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내 답은 ‘베껴라.’이다.


그림을 그릴 때 그 누구도 처음부터 대가가 아니고,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첫 획부터 낼 수 없다. 일례로 천재 화가 피카소의 경우, 그의 초창기 작업은 정물 묘사 혹은 모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발점을 기초로 끊임없는 자기 각성이 종국에는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지 않던가? 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닮으면 좋을 것 같은 영어권의 Public Figure를 생각해 보았다.
그 답은 사실 너무 간단한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이자, Visionary, 그리고 Creative Director이다. 그의 임팩트있는 화법 그리고 빈틈없는 구성은 세계인들을 애플이라는 기업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회사에서 처음으로 1시간 정도 길이의 프리젠테이션을 영어로 진행했어야 했다. 사실 엄청난 맨붕에 빠졌다. 왜냐하면, 내가 한 디자인에 대해서 컬러는 뭐고 서체는 뭐고 하는 거로 10~20분 정도 하는 거야 문제 될 것도 없었지만, 1시간이란 시간을 원맨쇼로 하려면 청중의 귀를 끊임없이 사로잡을 수 있어야 했고, 구성 또한 치밀했어야 했다. 한마디로 그들을 리드 해야만 했다.

나는 우선 프리젠테이션 대본을 적어 보았다. 장문의 글이 완성되었다.


읽어 보았다. 이상했다.


카메라 앞에서 다시 읽어 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내 방 한쪽에 쟁여져 있던 책이 눈에 들어 왔다. Walter Isacs의 Steve Jobs였다. 이거다 싶었다. 그때부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을 스티브 잡스의 애플 프리젠테이션을 YouTube를 통해 보기 시작했다.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두 시간 세 시간 되는 프리젠테이션이 지겹지 않았다. 내가 맘에 드는 표현들과 구성들을 적으며 베끼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그가 자주 하는 revolutionary, tremendous 같은 형용사들부터 Such as, in fact, 같은 관용구들까지 닥치는 대로 노트에 적어대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는 내가 미리 적어 놓았던 프리젠테이션 스크립트에 단어만 바꿔가며 스티브의 표현 법들을 고쳐 나갔다.

다시 카메라 앞에서 홀로 프리젠테이션을 해보았다.

아까보다 나아졌으나, 아직 뭔가 모자랐다.


다시 유튜브 동영상 분석.


사실 그의 큰 강점 중의 하나는 밀땅이었다.
중간중간 어디서 말을 끊고 어디서 다시 시작하는지를 유심히 보았다. 중요한 말 전에 환기 그리고 강력한 단어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적용해 보았다. 또, 어떤 제스쳐를 어떤 슬라이드를 설명할 때 할지 다시 계산해 보았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어 가는 프리젠테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당일의 프리젠테이션은 꽤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실무에 계신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막상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는 오히려 쉽다. 잘 짜인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언어를 익혀 나가는 것 또한 일종의 아트를 체득해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본인이 흥미가 가는 것들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려 나가며 연습하고, 조금 탄력이 붙은 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혹은 디자이너의 발자취를 따라 실력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 이후에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본인의 스타일을 개발하는 데 힘을 쓰면 된다. 


당신이 영어를 익히는 데 있어서 기본기가 있고 어느 정도 탄력이 붙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아이돌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PS. 아티클이 맘에 드셨다면. 라이크 및 공유 부탁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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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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