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0161003의 기록
어제부터 벼르고 벼르던 간짜장을 먹으러 왔다.
과외하는 동네가 동인천이라 차이나타운이 가까웠고 마침 5시 과외가 아이 집안 사정으로 취소된 참이었다.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라고 정평나 있었지만 가게 앞은 휑했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
뭐가 됐든 역시 줄을 섰다. 불꽃 튀는 점심 장사를 마치고 소강상태에 돌입한 식당 앞에서 한 커플은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애교를 부리며 다시 한번 짜장면 집에 불을 지피고 있었고 내 뒤로는 아재 세명이 담배를 태우며 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짝을 찾지 아니하고 간짜장만을 바라며 순애보를 걷는 사내. 네가 다가오면 나의 흑심 가득한 가슴으로 안아주마 하며 올블랙으로 맵시를 다듬은 사내. 그런 사내의 불을 지필 이가 간짜장 말고 더 있으랴.
이윽고 문이 열렸다. 홍대의 어느 일본식 카레집에 가면 한국인 직원들이 '이랏샤이 마세!'하고 인사한다. 그리고는 한국어로 주문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데 웃기다. 늘 나만 웃는 포인트다. 이 중국집은 중국인들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어눌한 한국말로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주방을 향해 중국어로 주문내역을 읊는다. 크으.. 어줍잖은 컨셉보단 신뢰감이 있다.
주문을 마치고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짜장면을 기다린다. 연인은 아직 짜장면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깨소금을 자꾸만 식탁 위에 흘리고 아재들은 방금 시킨 중국 술에 대해 아는 척 대잔치를 한다. 짜장면을 열렬히 바라는 사내는 죽은 핸드폰에 인공호흡을 하느라 콘센트를 연신 눈으로 훑는다. 눈동자로 짜장면 비비기 연습을 하는 셈이다.
이윽고 짜장면이 나오면,
아! 짜장면이 나왔다. 먹으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