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매 순간 산책하듯

by 상현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던 그 첫 발의 기억.
몇 개의 계절이 스쳐가고, 사소한 공기조차 달라졌지만,
나는 생각보다 비슷한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자유롭게 시원하고 쓸쓸했던, 아득하고 막막해서 설레였던,


소중했던 이번 여정은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어.
배낭을 풀고,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짐을 챙기고 나면,
바로 다시 떠날거야. 새로운 풍경을 만나러.

벌써 7개월 전, 유일한 퇴사 계획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목적이 사라진 여정에, 나는 잠시 갈 곳을 잃고 표류했다.

하지만 먼 길을 떠나지 않고도, 지금의 순간이 어떤 소중한 여행이 되길 바랬다.매일 다른 내가 다른 길을 걷는다.

작은 여정이 끝이 나면,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된다.

그래서 매 순간 평범한 것들에 아주 두렵기도, 벅차게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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