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산책하듯
본가를 내려갈 때마다, 집 주변에서 마주치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작은 반점하나 없이, 온 몸이 새까맣고, 두 눈동자까지 까매서, 지나칠 때마다 까망이라고 아무렇게나 부르고는 했다.
동네의 초록빛 풀 밭과 회색 길 위를 돌아다니면, 새까만 그림자가 돌아 다니듯, 사람들의 눈에 잘 띄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매번 걱정이 들었다. 동네 분들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사료와 물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여전히 도시는 위험하고, 계절은 가혹하니, 걱정이 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가고, 작년 초겨울 쯤 본가를 내려갔을 때, 그 아이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 있었다. 자신과 똑 닮은 새까만 꼬물이들 다섯마리와 함께 햇살 아래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아빠 고양이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다를까 아빠도 새까맸다. 또한 가득 채워진 플라스틱 용기가 전보다 몇개가 더 늘어나 있는 것을 보니, 동네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현실의 기적은 환상적이고 신비한 일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들을 알아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존재가 더 귀여운 존재를 잉태했을 때, 문득 계절의 공기가 바뀐 것을 느꼈을 때, 비온 뒤에 무지개를 발견했을 때, 내가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내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때와 같이 말이다.
까만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멀찍이서 사진과 동영상을 여러장 찍고, 시선을 놓지 못하고 바라보다보니, 문득 마음이 찡해졌다. 아직 초겨울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이번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부디 이 작고 귀여운 것들에게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 까망아. 너 정말 장하고 멋진 고양이야.
예쁜 아가들하고 추운 계절 잘 이겨내서, 아무렇지 않게 봄에 꼭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