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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엽 May 10. 2021

농심이 꼬꼬면을 포기한 이유

나쁜 상품은 없습니다. 알맞지 않는 상품이 있을 뿐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좋은 상품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자마다 생각과 방법이 다른 그저 방법론의 문제이므로 정답은 아니니 참고로만 생각해주세요!



나쁜 상품은 없다, 알맞지 않은 상품이 있을 뿐

  2011년,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는 라면 달인 콘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부모님이 이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셔서 같이 봤었죠. 여기서 요리사들과 국내 유명 라면회사 관계자분들의 심사 결과, 이경규님의 꼬꼬면이 1등 라면으로 선정되었죠. 라면 회사들 중에서는 팔도가 적극적인 구애를 통해 꼬꼬면을 상품화, 빨간 국물이 주류인 한국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바람을 만들면서 역대급 히트 라면 대열에 올라가게 되죠.


사진출처 : 매일경제


 그 당시 어렸던(대학생...) 이었던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왜 신라면을 하는 농심이 안하고 팔도가 꼬꼬면을 만들었을까? 당시 상품과 회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저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죠. 1등 기업이 저런 히트 상품을 보고 왜 만들려고 달려들지 않았을까? 바로 만들면 회사 매출도 늘고 좋을텐데?


 여기서 10년이 지난(벌써 ㅠㅠ) 지금도 프로그램의 다른 내용은 기억이 남지 않는데, 농심 담당자님의 말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만큼 강렬했죠.


이미 신라면과 같은 1위 라면 브랜드가 있는 상태에서, 시장성이 검증이 안된 유행성 상품을 내놓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사진출처 : 이투데이

 실제 2010년 당시 농심의 라면 점유율은 국내 라면 시장의 2/3에 육박하는 압도적 1위 기업이었습니다. 당시 농심 담당자에게도 꼬꼬면은 방송 유행성, 새로운 트렌드 두가지를 다 잡는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 었을겁니다. 하지만 농심이 이 제품을 개발한다면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CASE1. 꼬꼬면이 잘 안팔릴 경우

 제조 대기업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기획 - 제품개발 - 디자인 - 영업 등 과정을 위해 최소 분기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인력을 투자해야합니다. 그리고 공장 가동률이 높을 경우, 공장 작업 라인까지 다시 손봐야 할 수 있죠. 이렇게 큰 투자가 들어가는데 만약 신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지금도 빨간 국물은 압도적인 시장의 메인 상품이고 페러다임을 바꾸는 하얀 국물 상품을 내기에는 확신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 아래의 자료는 2011년 8월 꼬꼬면 출시 이후 약 1년간 반짝 유행한 하얀 국물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자료죠. 당시 팔도가 꼬꼬면의 매출 목표로 300억을 잡았다고 하는데, 신제품 하나로 300억 팔기가 쉬운 목표는 아니었죠.(물론 꼬꼬면은 히트를 쳤습니다.)

자료출처 : 매일경제(AC닐슨)

CASE2. 꼬꼬면이 잘 팔릴 경우

 신상품은 잘 팔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심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이 잘팔릴때에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한국 라면 시장은 2배 3배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이 아닌,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정해져 있는 성숙된 시장입니다. 라면가격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시장 소비량은 고정되어 있는 수준이죠. 


 이렇게 소비가 고정된 상태에서 1등 기업의 신상품이 잘 팔린다면? 국민 대부분이 이미 농심의 상품을 사먹고 있는 상태에서 신라면과 너구리를 사먹는 소비자가 꼬꼬면을 사먹는 비율이 높을까요? 진라면이나 다른 라면을 사먹고 있는 사람이 꼬꼬면의 라면을 사먹는 확률이 높을까요? 그렇다고 꼬꼬면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파스타 먹던 사람들이 라면을 사먹으러 가진 않을거 같구요. 이 현상을 마케팅에서 Carnivalization(한 기업의 신제품이 주력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이라고 합니다. 신제품을 냈지만 자사 주력 제품의 소비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서 신제품을 내고도 매출이 늘지 않고, 오히려 개발비용이 더 들어가 이익을 악화시키는 이상한 기현상이 일어나게 되는거죠.


 그렇다고 농심 담당자가 꼬꼬면을 별로인 상품으로 생각했을까요?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방송의 유행성, 신상품의 트렌드를 고려해 보았을 때 너무나도 탐나는 아이템이었을겁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1등 기업의 딜레마로, 농심에서는 만들 수 없는 라면이었죠. 시장 소비가 정해진 시장에서 1등 기업이 시도해야하는 신제품은 게임체인저로 절대적인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상품이나 자사의 1등 상품을 지키기 위한 시도여야하지, 애매한 신상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반면에 팔도는? 목숨걸어야죠.ㅎㅎ 시장점유율 4등 기업이 1등 기업 따라잡아야하는데. 팔도는 정말 공들여 꼬꼬면을 출시하였고 결국 두 회사 모두에게(?) 해피 엔딩으로 끝났던 2011년의 라면시장이었습니다. 꼬꼬면은 실제로 초대박... 



 아이디어는 다 좋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뿐
참 좋았지만, 실패했던 APPLE1


이처럼 좋은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과 문맥이 중요합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가 공들여서 기획하고 개발한 상품이 절대 나쁜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는 다들 너무 훌륭하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처음 만든 PC APPLE1은 펀치에 구멍을 뚫어 일일이 코딩하던 사람들의 불편을 없애주기 위해 코딩 결과를 바로 모니터로 보여주는 혁신적인 컴퓨터였지만 실패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제 사용하기에는 더 불편했죠.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구요. 


근데 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좋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야, 이제 더 이상 펀치에 구멍을 뚫지 않고 코딩 결과를 바로 모니터로 확인하는 컴퓨터를 만들면 어때?" "오 이것 참 쩌는걸?"


여러분의 모든 아이디어도 그렇습니다. 3겹을 더 추가해 도톰하게 만들어 흡수율을 높인 휴지, 음성 인식을 더 매끄럽게 하는 마이크 등등. 사소한 작은 아이어도 훌륭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머리가 좋으면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지만, 머리 좋은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에 비유하면 되겠네요.


다음 편에서는, 그럼 어떻게 소비자가 반응하는 아이템을 만들어 낼건지에 대한 "방법론적인"고민을 같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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