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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하 Aug 19. 2024

환기의 필요성

나만의 처방전

부모님 설득과 돈 문제가 얼추 해결이 되고 나는 일하는 시간 제외하고는 약 7개월간 나의 그림체를 찾고 그리고 인스타 및 각종 사이트 및 블로그를 쓰는 것을 반복했다. 또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2달에 한 번씩 나가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굿즈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는데 직접 주문제작을 해보고 상품을 받아보는 게 퍽 즐거웠다. 또한 조금씩이라도 판매가 된다는 것에 즐거웠는데 처음이다 보니 포장재들이나 주문제작을 넣을 때 실수 등으로 인해 예산보다 더 쓰게 되어서 지금 바로 밀어붙이기엔 도박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포장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해보자 싶어 친구들에게 여러 번 선물을 주고 피드백을 받고 하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게 나의 단점이자 장점인 낮은 목표의 성취감을 이 때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너무 높은 단계로 설정해 버린 탓인지 2-3개월 하다가 다음에 여유 있을 때 해보자라며 잠시 미뤄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림을 계속 그렸는데.. 그냥 계속 그리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삼일에 한 번 그림을 완성해 sns에 올리던 것이 일주일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까지 가게 되었다.


이때 나는 문제가 뭔지 몰랐었다.

'쨌든 그림은 그리고 있었고 그렇다고 그림을 안 그린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또 다른 발전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나는 환기시키고 원동력을 얻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굿즈를 스티커에서 키링을 좀 더 파고들다 에어팟케이스, 폰케이스를 유화느낌을 내는 나만의 디자인을 찾고 만들며 아이디어스에 작가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디어스는 사진만 올려도 되는 곳이 아니었는데 나는 이렇게까지 꼼꼼히 본다고 판단을 못해서 제품사진만 딸랑 내버리니 이틀 삼일 만에 탈락메일이 왔었고,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제작 후 피피티를 만들어 넣어야 할 것 같아서 준비 중이긴 한데 내 폰케이스와 키링, 에어팟 케이스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 것일까 생각도 들면서 굳이 비싼 돈 내고 안 살 것 같아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디자인을 다시 고민 중이다.


무언가에 가치를 매겨 판다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 사람들이 사는 건데

내가 봐도 아직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들었다.


지금도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곤 있지만 폰케이스나 에어팟케이스는 나의 그림체와 느낌의 일러스트로 제작하는 것이 아닌 유화나이프로 물감의 터치감을 표현한 것이라 자꾸 '이게 내 느낌이 아닌데,,' 싶어 고민이 되고 있다.


그래서 난 고민에 빠졌고 내가 원하는 굿즈는 무엇일까 싶으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준비 중인 기간만 6개월이다.


그 사이에 나는 조금 나 자신에게 실망이 들면서 현타가 왔다.


내가 너무 나약한 것 같고 창의성이 없는 것 같아 속상했다.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은 놓고 싶진 않아서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첫 실망은 거름을 쌓자고 생각이 들었고, 이미 지나간 6개월은 내 스스로 버티기 위해 지나온 시간이기에 후회는 하지 말자고.


그럼 여기서 내 상황에서의 처방전은 지금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하고 있는 일, 그림과 글에 대한 고민에 관한 것 총 2가지의 큰 틀에서 필요한데 일은 일 특성상 내가 불안함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나아가고 싶은 일을 덮을 만큼의 방해를 받으면 안 되고, 이를 상쇄시키고 중간의 텐션으로 다시 올려줄 수 있는 그런 처방전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일에서의 나의 문제점은 뭘까.

내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함에서 오는 무력감. 강한 상명하복에서 오는 미약한 분노. 자유롭지 못하지만 나에게 강요하는 책임감. 결정적인 것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들을 맡으면서 그 일에 대해 제대로 처리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이 일들은 어쩔 수 없이 강요되고 조직생활에서 특히 폐쇄적인 성향을 지닌 조직이라면 더욱더 평균화된 일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에서 오는 나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긴장감의 처방전은 그림과 굿즈, 글을 돈이라는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 만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조금씩 낮은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게 되면 낮은 목표들이 모여 큰 목표로 도달하여 내가 원한 글과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의 감정이 일로 인해 화남, 분노, 억울한 감정이 들 때마다 미래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마음을 안정화시키고 나의 주제인 따뜻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그림들을 그리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마음을 글로, 일기로 다스리고 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너무 나를 몰랐고, 성장시킬 기회를 주지도 않고 한없이 나약한 온실 속 화초로 살아온 만큼 나는 끝없는 굴레처럼 처음인 것들에 실망하고 무기력하고 다시 나아가고를 반복해야 한다. 이것이 나를 단단해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


그럼 그림과 글에서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고질적으로 그림은 사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들을 그리거나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남기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친구를 만나도 남기고 싶은 것이 없었고, 아이팬슬을 잡아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없었다. 이는 나에게 마음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난 처방전으로 혼자만의 여행이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보았다.


이 처방전은 나에게 너무나 확실한 약이었다.


혼자 서점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와 책들을 읽어보고 고른 뒤 조용한 카페에 들러 따뜻한 밀크티와 함께 책을 읽으며 공감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노래방에 혼자 가 소리를 지르며 속에 있는 화를 풀거나, 모자만 푹 눌러쓴 채 에어팟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팝송, 발라드, 아이돌노래들을 돌려 들으며 숲 속이나 사람이 없는 곳들을 걷는 다던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혼자 여행을 떠나 땀 흘리며 등산을 하고 전경을 바라보거나, 탁 트인 전망대를 바라보고 보송하고 선선한 느낌이 드는 달큰한 공기를 맡으며 눈을 감아보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주변에 꽃들도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들었던 발라드 가수 목소리가 맴돌아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그 장면을 그려본다던가, 먹었던 것들 중 맛있었던 것들을 그린다던 가.


조금씩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일기형식의 인스타툰도 금방금방 그리게 되었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되돌아보고 그것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여유. 이 것들이 너무나 강력한 약이자 처방전이었다.


이제는 다시 무력감이 찾아오면 이 2가지 처방전을 다시 나에게 내리면 된다.


그때에는 이 처방전이 맞지 않으면 또 나를 깊숙이 되돌아보며 진실로 필요한 처방전을 또 찾으면 되지 않을까?


지금도 너무나도 나약하지만 한 단계 성장해 나간 느낌이 드는 것이 나쁘지 않다.


이렇게나 중간중간 환기를 시켜주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발전의 전조 단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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