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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11. 2022

퍼레이드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같다'는 표현은 수줍어서 그러는 것입니다

  '요시다 슈이치'

  1968년생, 일본 작가.

  내가 읽어본 『열대어』는  두 번째 작품이고, 이번에 읽은 『퍼레이드』는 세 번째 작품으로 2002년 야모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전에 읽은 『열대어』라는 작품을 보면서 똑같은 한 사람이 주연이냐 또는 조연이냐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열대어가 신호를 하는지 네온테트라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헤엄친다. 다이스케가 잠시 그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천천히 뒤돌아본 미쓰오가 "최근에 말야, 분간할 수 있게 됐어"라고 한다.
  "뭘?"
  "열대어 얼굴 말야."
  "열대어 얼굴?"
  "똑같아 보이지만, 역시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달라."
_열대어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넌 네가 아는 사토루바밖에 모른다는 말이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아는 사토루밖에 몰라. 그러니까 요스케나 고토도 그들이 아는 사토루밖에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도저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토루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야. 그런 사토루는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알겠어?"
_퍼레이드

 

  두 작품 속에서 인용한 글을 보면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작품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이지만 거기에는 각 등장인물들만의 뚜렷한 시각이 존재한다. 서로의 시각을 바라보는 어떤 사람은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고, 또 그 어떤 사람이 생각하는 자신과도 굉장히 다르다. 단일한 모습의 어떤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캐릭터는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 어떤 마음으로 다가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가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 공동의 일상을 그려 나갈 때, 거기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공허하면서도 따뜻함을 놓지 않는 작가인 것 같다.

  글을 읽다 보면,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특별한 사건 전개가 있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글을 만날 수 있는데,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글이 그렇다.

 

  『퍼레이드』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심쿵'했던 건 바로 이 장면.

  이 장면 하나만으로 나는 '스기모토 요스케'라는 인물이 좋아졌다.

  "나 말이야. 진지하게 사랑하는 것 같아, 기와코를."
  "사랑하는 거야? 사랑하는 것 같은 거야?"
  고토는 이상한 부분에 연연했다.
  "그러니까, '같다'는 건 수줍어서 그러는 거야"하고 나는 대답했다.

 

  아,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읽다가 중간에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별 거 아니겠지'하고 넘기지 마시고, 슬쩍 머리에 킵해놓고 읽다 보면 마지막에 가서 '역시'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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