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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22. 2022

2022년 05월 22일

초록을 거머쥔 우리

안녕안녕! 눈여겨둔 볕아, 집에 잘 도착해서 쉬고 있니?

오늘 너의 호칭은 잔나비의 신곡 <초록을거머쥔우리는>에서 따왔어. 너는 내가 눈여겨둔 볕이야.

양지 식물 뚜벅초 나도 집에 잘 와서 씻고 밥도 먹고 책도 읽고 네가 보내준 사진이랑 영상 하나하나 보면서 웃다가 내적 환호 지르다가 이렇게 편지를 써.


일주일 후에 예정된 만남을 당겨 오늘 급약속을 잡고, 인생 돈가스집에서 점심을 먹고, 초록이 무성한 카페에서 한참을 얘기 나누고.

행복이 이런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어가 행복일까, 그런 생각이 들어.

오늘 같은 날에는 아 이러려고 사는 거구나 싶어.

명문대, 대기업, 엄친아 배우자, 가화만사성 가정, 자식 농사, 집 몇 채 그런 거 말고.

좋은 걸 보면 떠올리고, 맛있는 걸 함께 먹고, 계절을 같이 보고 누리고,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거.


오늘은 행복이라고 일컫고, 그럼 너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문장 부호 느낌표 용례 4. 감정을 넣어 대답하거나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쓴다.

낭중지추! 댄싱머신! 초록 수집가! 힐링 가이드! 눈여겨둔 볕! 모드 루이스의 그림자가 없는 세상! 오월의 햇살 같은 꿈! Antifreeze! 꿈과 책과 힘과 벽!

그리고 초록을 거머쥔 우리!!!!!


현재가 왜 Present인지 너무 잘 알겠어. 오늘이 그렇고, 네가 딱 그래. 너는 선물이야. No one can do more!!!!!


가득 찬 감정이 찰랑찰랑 넘실거릴 때, 쌓아온 마음이 와르르 무너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읽고, 마냥 걷고, 노래를 부르고, 편지를 쓰고, 청소를 하고, 영화를 보고, 오래 씻고, 물건을 사고, 맛있는 것을 먹겠지.

그러고도 안 되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거야. 나는 네가 만나고 싶을 거야.

나는 키도 작고, 품도 작고, 가끔 생각도 짧고, 말도 짧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너한테 나도 나한테 너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


들어주는 것만도 힘이 된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아. 믿는 게 아니라 알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말한다고 그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 그치만 우리는 그 너머의 것을 주고받을 거잖아.

그것만도 누군가와 함께할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통창에 가득한 초록을 바라보며, 돌이 깔린 옥상을 누비며, 잔디에서 문워크(그것을 문워크라 칭할 수 있다면) , 집에 돌아오는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확신했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살아갈 힘을 살아갈 낙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살아갈 날이 아득하다가도 오늘 같은 날이면 기똥차게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리고 이런 지나친 낙관이 허무맹랑한 낭만이 나는 좋아. 함께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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