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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May 22. 2024

몇 년이 지나도 못 잊은 냐짱의 맛조개 요리

베트남 보름살기 07 : #나트랑 #콴톰티 #콩카페 #떠이66


오늘은 서핑 가는 날이다. Singlefin surfing school은 현지 서핑스쿨인데 카카오톡으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운동을 위해서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지만, 에너지를 위해서 충분히 먹어둬야 했다. 용과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영양소를 위하여 과일은 먹어야겠으니 매일 먹고 있다. 잘라져 있어서 껍질 안 까도 된다는 게 큰 메리트다.



호텔 앞에서 아침 7시에 서핑스쿨 픽업차량을 타야 했다. 차량이 미리 와있어서 5분 전에 탈 수 있었다. 아주 잠깐 그 전 시간으로 돌아가보자면, 골목을 나왔는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호객행위를 했다. 이미 예약된 차가 있다고 했는데 영어를 못 알아듣고 끈질기게 시도하셨다.


그들에게는 고객 하나가 처절한 생존이었을 테니 단호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으나 피곤하고 번거롭기는 했다. 아예 차 번호판 사진을 보여주니까 드디어 이해한 아저씨가 탄식하며 “Ah, my friend!”라고 해서 웃겼다. 그러고는 나보다 기사님이 먼저 내 픽업차량 운전자를 찾고 그쪽으로 가라고 말해주셨다. 어쨌든 친절하셨다.



조수석에 앉아서 바이다이비치로 서핑 하러 가는 길이다. 풍경이 예쁘다. 차량은 에어컨을 정말 빵빵하게 튼다. 뒤의 러시안 세 가족은 평범한 기온이라고 느꼈을까? 나는 살짝 추웠고, 베트남 현지인 운전자는 당연히 추운지 기침 몇 번 하고서 나중에 슬쩍 온도를 올렸다. 잘 됐다 싶었다. 인공바람은 별로다.


아름답다
평화롭다


파도를 실컷 탄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다. 사진 속 장소에서부터 내려가서 왼쪽으로 몇십 미터 더 걸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푸르게 빛났다. 감탄도 잠시, 보드 위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중심을 잡느라 정신 없이 바빴지만 말이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다. 픽업 때랑 같은 차량과 기사님을 배정 받았다. 도로에서는 틈만 나면 클락션이 울렸다. 베트남에선 경적이 상대를 향한 경고라기보다는 ‘나 지나간다.’같이 주의에 가까운 인삿말 같다. 아무튼 차를 타고 지나가던 길에, 희한한 베트남 남자를 보았다.


선글라스 낀 남자가 무단횡단 하면서 우리를 유혹하듯이 손목 스냅을 홱!하고 돌리더니 품쪽으로 본인 손을 끌어당겼다. ‘얘, 내가 지나가잖니. 잠깐 비켜.’라는 목소리가 귀에 들린 듯했다. 겁나 크게 터져서 "Who is he?"라고 하는 동안 운전하는 기사님도 이미 웃고 계셨다. 아니, 길을 왜 그렇게 건너?


Quan com ti


첫날 못 찾았던 Quan com ti를 건너편 길에서 발견했다. 구글맵에서 영어 메뉴판 사진을 봤는데, 방문했더니 내가 중화권 사람인 줄 알았는지 중국어 메뉴판을 줬다. 중국인 아니라고 영어 메뉴판 달라 했는데 이해를 못 하셨다. 비언어로 소통하자 싶어서 첫 번째 사진 가리켰더니 Com suron trung이라고 읽어주셨다. 따라 읽었더니 경쾌하게 웃으셨다.



그렇게 시킨 컴쏸쨩은 1분만에 빠르게 나왔다. 계란은 따뜻하지만 고기가 식어있는 걸로 보아 미리 해둔 음식 같다. 그래도 밥은 새 거고 국도 따뜻하다. 취향은 아니었지만 현지의 맛과 새로운 음식을 경험해본다는 의미로 먹었다.


나 빼고는 매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직원이었는데 "에에에~"하는 높은 음정에 맞춰 노래를 계속 부르고 수다를 실컷 떠셨다. 흥이 넘치는 곳이었다. 계산하려 하자 여자분들 중 한 분이 앞 테이블에 있는 아저씨한테 돈 주면 된다고 했다. 에엥? 아저씨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서 손님인 줄 알았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주문 들어오면 바로 얹어주나보다
후식은 콩카페


하노이 당일치기 여행 때 못 먹은 코코넛스무디커피 먹으러 콩카페를 들렀다. 2층에 착석했다. 1층 계산대 옆으로 들어가도 자리가 있었지만 화장실 앞이라 지린내가 엄청 났다. 테이블 위로 아주 작은 개미들이 은근히 기어다녔다. 콩카페는 물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래도 베트남 다른 카페들처럼 다 먹고 그냥 나가면 직원분들이 자리를 치우신다.


이날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고민하다가 카페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축하 메세지를 써내려갔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니 친구의 아이가 다 클 때까지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행복하던 십대의 한 해를 함께 해준, 인생의 한 페이지를 같이 해준 사람이다. 그가 항상 행복하면 좋겠다. 최근에 연락이 닿았는데 친구도 애칭을 다정하게 불러주면서, 내가 외국에 있으니 한 말이겠지만 멀리 있어도 언제나 응원한다고 해주었다. 다시 한 번 고마웠다.



베트남 콩카페 코코넛스무디커피를 드디어 먹어보았다. 커피는 진하고 코코넛은 아무 맛이 없었다. CCCP coffee는 맹맹하면서도 달았는데 여긴 그냥 없을 무 맛이라 약간 실망했다. 커피와 코코넛을 섞으면 기울여도 잘 흐르지 않고 뻑뻑해서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한다.



3층 올라가는 계단이다. 사람이 많아지니까 직원이 개방했다. 콩카페에서 4시간 가량 인생계획을 작업했다. 음료는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직원분들의 서비스 정신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와이파이 암호를 물어봤는데 남성 직원분이 친절하게, 여기는 비번이 없고 연결했을 때 뜨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주문 받는 분도 몇 시간 째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카페를 나왔더니 해 지기 직전의 날이라 좋았다. 이런 순간은 어디서나 환영이다. 1년 365일 24시간,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데 날씨와 시간을 온전히 못 느끼게 하는 한국의 미세먼지는 참 싫다. 암튼 서핑 후 몸이 늘어져있단 생각은 했는데, 콩카페에서 몇 시간만에 일어서니까 다리가 아팠다. 팔만 아플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생각해보니까 파도를 거슬러 계속 걸었으니 다리도 아플 만했다.


세 번째 마트


이어폰을 찾았다! 이어폰 있냐는 질문에 첫 번째 마트는 단호하게 No, 두 번째로는 나트랑 시내 곳곳에 보이는 A mart 중 한 곳에 갔는데 남자 직원분이 “없어요.”라고 한국어로 대답해주셔서 웃었다. 세 번째인 여기서! 10만 동에 이어폰을 얻었다! 오랜 시간 건드리지 않았던 건지 곽 위에 먼지가 쌓여있었고, 요청도 안 했는데 직원분이 닦아주셔서 감사했다. 유선이어폰을 싸게 사서 한 철 쓰는 것도 묘미다. 드디어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


나트랑 온 첫날에 독특한 광경을 마주했었다. 마트 앞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음식을 실시간으로 요리해 팔고 있었던 거다. 뭔지 궁금했었는데 여기서 답을 찾았다. 간이형식으로 반쎄오를 파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치면 붕어빵이나 타코야끼 장사겠다.


떠이 66
찰칵


맛도 좋고 친절한 떠이 66은 베트남 하면 가장 먼저 기억나는 식당이다. 여기서 맛본 맛조개 맛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못 잊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맛조개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일단 시세를 살펴보자면, 2020년 초 기준으로 타이거맥주 캔이 17,000동이고 병이 15,000동이라고 한다. 병보다 캔이 더 비싸다니 뭔가 특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Chay Toi랑 Nuong Muoi Ot 중에 뭐가 사람들이 말하는 칠리새우인 줄 몰라서 직원분께 둘 중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Chay Toi를 추천해주셨다. 그걸로 먹었다. 위에 노랑스티커 280,000동은 Small size고 380,000동은 Big size다. 별 말 안 하면 스몰로 나오는 듯하지만 떠이66에 가실 분은 주문을 정확히 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새우랑 맛조개 둘 다 500g으로 시켰다.



소금과 칠리볶음밥을 주문하고 나서야 앞장을 못 보고 넘겼다는 걸 깨달았다. 뒤늦게라도 펴봤는데, 맛있어 보이는 계란볶음밥이랑 마늘볶음밥이 내가 주문한 음식과 같은 가격인 5만 동이라 아쉬웠다. 아참, 한국인들이 많은지 한국어 메뉴판이 있었다.


스몰사이즈 칠리새우


새우도 맛있다. 식기 전에 후다닥 먹어야 했다. 등쪽이 까져있어서 발라먹기 편했다. 밥양이 어마어마하다. 볶음밥이 산처럼 쌓여있다. 에엥? 근데 주문한 것과 다르게 계란볶음밥이 나왔다. 잘못 나온 것 같은데 어차피 가격도 같고 먹고 싶었던 거라 이득이었다.



파와 기름에 어쩌고 맛조개인데 고소하고 맛나다. 그냥 먹어도 간장에 찍어도 칠리소스에 찍어도 다 어울린다. 이 맛을 어떻게 더 묘사할 수가 없어서 아쉽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 정신없이 먹어치우게 된다.



클리어했다. 볶음밥 두어 숟가락을 제외하고 모든 음식을 혼자 깨끗하게 싹싹 비워 먹었다. 양이 진짜 푸짐하다. 나는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보통 10분 컷인데, 되게 부지런히 먹었는데도 다 먹고 나니까 25분 정도나 먹었다.


계산하려고 빌지 받았는데 새우가 Big size 가격으로 돼있길래 내가 먹은 게 Big 맞냐고 여쭤봤다. 직원 두 분이 아니라고 Small이라고 하고 계산지 보고는 놀라면서 다시 정정해서 가져오셨다. 305,000동 나왔는데 작은 단위 돈이 없어서 40만 동을 드렸다. 직원분이 말없이 5,000동을 깎아서 10만 동으로 돌려주셨다. 와우, 감동적이다.


아참, 밥 먹는 중에 옆 테이블 한국아재가 진상을 부려 내가 다 부끄러웠다. 성격이 원래 그런 건지 술기운이 올라온 건지 직원이랑 서로 의사소통 잘 안 되는지 한국어 섞어서 고래고래 뭐라 하는데, 이렇게 친절한 분들한테 어떻게 그러는지 모르겠다. 목소리 낮추고 차분하게 대화를 할 것이지, 어우. 한국망신 다 시킨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서 해변을 향해 가는 중이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오른쪽에는 지금과 딱 맞는 분위기의 노래가 누군가의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고, 왼쪽에서는 오늘도 요가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놔서 이대로도 좋았다. 그래도 목표한대로 이어폰을 끼고 취향인 곡들을 들으니까 이것도 또 좋았다. 10여 곡 정도 흘려들었다.



요가하던 사람이 와서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처음에 중국어로 말 걸어서 영어로 대답하니까 "아…! 안녕하세요." 하고 꺼내서 준 거다. 아까는 백인남자가 나한테 "곤니찌와."라고 하던데 내가 흘끗 보고 무시하니까 급하게 옆에 있던 본인 부인한테 말 거는 척을 했었다.



오늘 참 보람찼다. 지금까지는 나트랑 사람들이 모두 좋았다. 못해도 보통이거나 그 이상이다.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쁜 경험이 많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고 이번처럼 좋은 경험이 많으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거다.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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