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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May 08. 2024

지금은 밴쿠버에 와있어요

1주차 일기 : 17/04/24 ~ 23/04/24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1년짜리 비자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2년짜리 비자를 준다니까, 우선 살아보고 현지 취업 혹은 영주권 가능성이 있다면 거주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보석보다 소중한 경험이 남는다. 그러기 위해 과정과 시간들을 조금 더 생생히 기록할 예정이다.


*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SanandLim


목표는 아래와 같다.

커리어 > 여행 > 경험/도전 > 영어실력 > 세이빙

최대 : 현지 취업 후 3년+ 근무 혹은 영주권 취득

중간 : 프리랜싱으로 커리어 유지

최소 :  경력과 상관 없는 파트타임으로라도 돈 벌고 영어 쓰고 개발공부 하고 포트폴리오 만든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영어 사용하는 근무환경으로 이직


계획은 다음과 같다.

4월 : 집 구하기, 푹 쉬기

5월 : 이력서/커버레터 작성, 알고리즘/코딩테스트 공부, 서버 잡 구하기, 링크드인/인디드/글라스도어 등 본업 지원 시작

6월 : 밴쿠버 여름 즐기기, 드림코딩아카데미/인프런 등 인강 들으며 공부, 오픈소스 기여를 위한 노력, 프리랜싱 잡 구직 시작

8월 : 현지 취업 시 밴쿠버 거주 유지 예정, 아닐 시 새스커툰으로 건너가 영주권 위한 다른 일 시작

10월 : 새스커툰 구직 성공 시 6개월+ 영주권 조건 쌓기, 아닐 시 밴쿠버로 돌아오거나 잡마켓이 가장 큰 토론토로 건너갈 예정

11월 : 몬트리올과 퀘벡의 단풍

12월 : 멕시코 칸쿤과 톨룸, 비자가 괜찮으면 쿠바 여행

1월 : 옐로나이프 오로라

2월 : 올랜도 디즈니월드

4월 : 귀국준비 혹은 캐나다 비자 연장




4/17(수)


인천공항으로 가는 터미널, 코팅 처리 돼 보이지도 않는 창문 밖에서 엄마와 아빠가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공항으로는 자매가 배웅을 나와주었다. 에어캐나다를 타고 밴쿠버로 곧바로 날아왔다. 워크퍼밋을 받았고, 우버에 트래블로그 카드를 등록한 뒤 Ride-App-Pickup 구역에서 차를 기다렸다.



햇살은 강하지 않고 겹벚꽃이 많이 피어있다. 선선하고 춥지 않고 덥지 않다. 멀리로는 산 꼭대기만 아주 조금 설산이다. 출발 전에도 지금도 설렌다. 그리고 같이 오기를 아주 잘했다. 나는 이제 하나보단 그 이상이 좋은 인간이고 하나는 언제든지 할 수 있으므로 그래도 둘이 좋다.

그렇게 막 내 도시다! 싶진 않은데 확실히 싫지는 않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에서 누군가는 언더컷 하고 누군가는 껌 씹으면서 다니는 거 보고 여기 눌러붙고 싶었다. 인종이 정말 다양한데 아시안이 많이 보인다. 좋겠다. 영어 더 열심히 하면 가능성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버에서 내렸다. 구글맵이 이상해서 다른 번지수를 우리 숙소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정원의 잔디를 관리하고 있던 백인 할아버지에게 Are you Scott? 하고 물어 보았다. 본인이 아니래서 우리는 지금 집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하자 몇 번지를 찾냐고 물어 보았다. 알고보니까 바로 도로 건너편이었다. 캐나다 바이브는 확실히 유쾌하고 평화롭다. 서로가 타인일 경우 그다지 오지랖이 크지 않고 무해한 것 같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동네 산책을 했다. 캐나다구스를 봤다. 까마귀가 죽은 새의 내장을 파먹는 걸 봤다. 이런 광경 처음인 것 같지만 다행이 멀리 있어서 징그럽진 않았다. 공 가지고 노는 깜찍한 강아지도 봤으니까 괜찮다. 햇빛이 너무 강렬 해서 썬글라스를 꼈는데도 눈이 부시다. 햇볕이 뜨겁지는 않은데 희한하다.

횡단보도가 많이 없다. 차는 많다. 의외로 차들이 사람한테 엄청 양보하진 않는 거 같다. 땅도 넓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걸어 다니기는 정말 힘들겠다. 평지면 괜찮은데 오르막이랑 내리막이 너무 많다. 지불 구할 때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데 있는 곳이 정말 중요하겠다.


4/18(목)



에어비앤비로 예약해 약 2주간 살게 될 집을 나왔다. 마당에 있던 지피Zippy를 만났다. 강아지가 단 한 번도 짖지 않았고 나를 혓바닥으로 많이 핥았다.

스카이트레인 별 거 없다. 스크린도어 없는 거 빼곤 전철은 다 그게 그거다. 유럽보다 소매치기 걱정이 없으니 긴장이 별로 안 됐다. 인도애들인지 중동애들인진 몰라도 남자 둘이 가방으로 꽤 세게 부딪혔는데 사과 없이 퍼스널 스페이스만 제대로 유지했다. 다른 백인 남자는 지하철 내리려다가 내 다리 살짝 실수로 치고 Excuse me 래서 Sorry라고 하면서 비켜주니까 괜찮다는 식이었다.

나중에 사이언스 월드에서 집 갈 때 자전거 도로에서 우리가 길을 건너려니까 어느 백인 남자가 자전거를 멈춰주었다. 땡큐 하면서 웃으니까 같이 웃었다. 이렇게 말하긴 좀 애매하지만 오리지날 캐내디안들은 일반적으로 배려하고 중동과 인도 사람들이 배려가 부족한 문화인 것 같다.

밴쿠버는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기준 양손에 핸드폰을 든 사람이 거의 없다. 멈춰 있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걸어갈 때는 보통 폰보다 커피를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한국은 죄다 핸드폰을 한손에 쥐고 있는데 말이다.

서비스 캐나다 다운타운 지점에서 캐나다의 고용보험인 Sin Number를 발급 받았다. 이게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극악의 일처리로 웨이팅이 길다길래 각오했는데 의외로 두어 시간 가량 걸렸다. 사실 접수한 뒤 기다리다가 접수창구 직원이 박수를 치며 사람들을 주목 시키곤 앞에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이용해서 셀프신청 하라길래 그렇게 하던 중이었는데, 나중에 다른 직원이 Kim을 부르길래 당연히 내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이었으면 당연히 접수 후 셀프신청 혹은 대면신청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일처리가 빨리 끝날 테니까 말이다. 동행인과 "한국에 Kim이 얼마나 많은데 이름을 안 붙여 부르는 걸까?"라는 말도 했다. 근데 그게 무려 나였다. 조금 당황했지만 아직 셀프신청을 끝내지 않은 상태였으니 기왕이면 안전하게 관공서 직원에게 가서 대면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점심 먹고, 도서관 가서 라이브러리 카드 발급하고, 뷰잉 조건과 우선순위를 세웠다. 뷰잉은 살고자 하는 집이나 룸을 방문해 살피는 것으로 한국에서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전월세 자취 예정자도 부동산을 통해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다수라면 여기서는 집주인과 직접 연락하는 케이스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캐나다 밴쿠버 Science world에 와 봤는데 사람들 보트 타고 카약하고 자전거 타고 조깅 하는 거 보니까, 한국보다 확실히 인구 밀도가 낮고 바다가 푸르게 깨끗하고 공기가 정말 깨끗한 거 보니까 여기가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좋아졌다. 여기가 내가 생각한 캐나다다. 사람들한테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 하는 건 캐나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유럽이 조금 더 지내기 편한 거 같긴 하다. 아직까진 그렇다. 그래도 유럽은 소매치기나 인종차별이 많다. 캐나다에서는 마약 하는 인간들만 피해 다니면 되니까 긴장도는 훨씬 낮다.


4/19(금)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밴쿠버 룸쉐어랑 테이크오버를 검색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 범블(BFF 모드)을 설치했고 도서관의 ESL프로그램이랑 밋업을 알아보았다.

혼자 왔으면 과거에 매몰되거나 생각이 너무 많거나 겁이 있었을 텐데 동행인과 같이 와서 의지도 되고 우리를 이끌어가기 위해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 할 수 있어서 좋다.



아침 해먹고 VPL (Vancouver Public Library) 다운타운 지점 왔다. 사소한 할 일들을 했다. 오늘은 피곤해서 도서관만 갔다가 집에 간다. 자기 전에는 영어공부를 잠시 했다.

벌써 캐나다에서 잠드는 3일차, 오늘도 역시나 바로 잠에 빠져드느라 몸이 움찔하는 걸 느꼈다. 코도 엄청 골았다고 한다. 중간에 새벽 3시 경 또 깨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아빠와 유럽여행을 했고(-8시간), 한국에서 약 3박 동안 쉬었다기에는 바쁜 나날들을 보냈고(0시간), 캐나다 밴쿠버로 왔으니(-16시간), 암만 적응력이 좋아도 몸이 아리까리해 할 거 같기는 하다. 이틀 정도 더 자면 시차적응 될 것 같다.


4/20(토)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인마트 중 하나인 한남마켓에 가서 김밥과 닭강정을 산다. 마트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캐나다 와서 역대급 소비를 했는데 풍족하다. 우리가 아시안이어도 한국인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직원들이 왠만하면 영어를 쓴다.

250번 버스를 타 보았다. 앞쪽은 한국처럼 누르는 <정지> 버튼이 있는데, 뒤쪽은 노란색 줄이 있고 그걸 당기면 멈추는 거랬다. 한국에서는 문과 최대한 떨어져야 하는데 여기서는 내릴 때 탑승객이 직접 문을 밀어야 한다. 때때로 기사가 문을 열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버스를 탈 때는 카드를 찍는데 내릴 때는 찍지 않고 그냥 내리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땡큐 라고 기사에게 말하고 내렸다.

데보니안 하버 공원에는 캐나다 그 어느 곳 보다 강아지가 많을 정도로 강아지가 많다. 대형견이 특히 많다. 정말 행복하군. 캐나다 강아지들은 공을 입에 물고 즐긴다. 그리고 웬만하면 짖지 않는다. 바다를 보니까 마음이 굉장히 평화롭다. 심지어 그 앞에 풀과 나무가 많다. 이게 바로 캐나다 바이브인가 보다. 스탠리 파크로 돗자리를 갖고 가고 싶었는데 비 소식이 있어서 입구컷이었다. 그래도 여기만으로 좋았다.

Ding Tea 에서 버블티를 사먹었다. 캐내디언들 사이에서는 타로 버블티가 흔한 게 아닌가 보다. 메뉴판에 hit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추후에 방문한 대놓고 중국어 가득한 버블티 가게에서는 타로버블티가 best menu였다. 아무튼 컬러풀 망고 밀크티를 먹었다. 망고 맛이 진하게 낫고 말 그대로 밀크티여서 밀크티 향도 좋았다. 생전 처음 보는 쫀쫀한 젤리 버블이 들어 있었다.


4/21(일)



캐나다 번호로 서로 전화를 주고 받으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내가 사용하는 회선을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 번호로 바꾼다.

2. 상대방이 사용하는 회선을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로 바꾼다.

3. 한국에서는 82라는 국가 번호를 입력 하지 않아도 되지만 캐나다에서는 1이라는 국가 번호를 입력 해서 저장 해야 된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외국인이라서인가? 한 폰에 국가번호가 두 개 있어서인가?


밴쿠버/새스커툰 개발자 구직정보를 찾았다. 원래는 토론토도 찾아 보려고 했는데 가장 큰 도시다 보니까 밴쿠버보다 잡이 더 많을 건 높은 확률로 당연하다. 어차피 아직은 토론토 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밴쿠버 개발자는 45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22개 가량 나온다. 새스커툰 개발자는 2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1개 정도 나온다. 새스커툰에서 본업 할 수 있으면 좋지만 확률이 낮고 시골이라 사실 팁잡 구하기도 쉽진 않을 테다. 물론 밴쿠버에서 본업 구하기보다는 쉬울 것 같다.

아무튼 우리의 단기목표는 '실패하더라도 도전에서 과정 안에서 행복과 경험을 쌓기'이고, 장기목표는 영주권도 좋지만 외국 경력을 쌓아 날씨가 따듯한 호주로 건너가는 거다. 그렇게 되면 내 경우 자연스레 제1목표인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할 테고 말이다.


우선은 밴쿠버에서 두 달 가량 더 지내보면서 여름에 새스커툰으로 지역이동 할지 아님 여기서 본업으로 구직 성공할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만약에 새스카툰으로 건너 가서 9월까지 취업을 못 한다면, 캐나다는 추운 나라라서 가을부터는 모든 마켓이 프로즌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는 겨울 시그널 잡이 있는 지역으로 가든가 (동결된 잡마켓에서 일자리 구하려고 가는 거지 영주권 확률 낮음) 토론토나 밴쿠버로 돌아와서 인구밀도 낮고 자극 없는 나라에서 일년 꽉 채워서 행복하게 생활한 뒤 한국으로 후회 없이 돌아가야겠다. 아니면 영국으로 가든가. 세계여행을 하든가.



Safeway라는 캐나다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를 들러보았다. 캐셔들이 전부 인도인이었다. 특히 여자가 많았다. 싼값에 사람 쓰는 건가 생각했다.

키칠라노 비치 석양 보러 간다. 캐나다 와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여기도 공공 화장실이 있다. 근데 비위 강한 동행인조차 극도로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나서 숨을 막고 볼일을 봤다고 했다. 그럼 난 진짜 토할까봐 안 갔다. 휴지와 탐폰은 무료로 비치 되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늦게 집 가는 건 처음이다. 밤 9시가 넘어도 지하철과 우리 숙소역인 른푸르역에 사람 많고 저 멀리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뛰고 있었다.

집에 와서 링크드인 지역을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했다. 그리고 오늘은 한인분들께 뷰잉 연락을 돌렸으니 내일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키지지, 크레이그리스트를 볼 예정이다.


4/22(월)


우밴유 9개, 크레이그리스트 12개, 홈스테이베이 6개, 홈스테이인 3개를 리스트업 해두었다.


결과적으로

- 홈스테이는 골라둔 호스트가 아니어도 먼저 연락 오면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기왕 북적북적하게 살아야 한다면 영어 쓰는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외국인 하우스메이트들만 있기를 원했다.

- 테이크오버는 아무래도 신용 등 증명이 필요하므로 1년짜리 워크 비자를 갖고 막 입국한 우리한테는 쉽지 않아 넘겼다.

- 룸쉐어 할 거면 우리 말고 한 명 정도의 하우스메이트를 원했다. 기본적으로 한식을 친숙히 여기고 깨끗하고 매너 좋은 한국인을 원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나는 집에서 할일들을 하고 동행인은 장 봐오라고 혼자 밖으로 내보낸 날이다. 이 넓은 땅에서 ‘사늬 엄마’ 없이 혼자 나간다고 하는 게 너무 웃겼다. 나도 조만간 혼자 나갈 일이 있을 것 같다. 5일 동안 붙어다녔으니까 이제는 각자 다시 독립해서 행동하되 협력하면 될 것 같다.

동행인의 캐나다 목표 중 하나는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거라고 했는데, 1시간 동안 나들이를 다녀 오면서 마트를 샅샅이 살피고 가장 먹고 싶은 건 과자가 아니라 과일이라고 위클리 세일 하는 후지사과 세 개를 샀다고 했다. 저녁에 먹은 사과는 맛이 정말 좋았다. 꿀사과보단 덜 달지만 무척 상큼했다.



캐나다의 스카이트레인(지상철) 밀레니엄라인이랑 엑스포라인은 진짜 구리다. 캐나다라인 처음 타봤는데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저 둘보단 넓고 쾌적하다. 신분당선 같다. 알고 보니까 한국이 만든 전철이라고 해서, 어쩐지 모국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뒤에 앉은 중국인이 과자를 떨어뜨려서 주변에 있던 아시안 여자 셋이 동시에 허리 숙여 주워 건네줬다. 멋쩍게 웃던 중국인이 땡큐도 아니고 씨에씨에라고 했다. 차암나. 저기요, 아시안이 모두 중국인은 아니랍니다.

독일에서도 중국인 아저씨가 아빠한테 "니하오."라고 갑자기 말 걸어서 당황한 아빠가 "음~" 하면서 고개 끄덕이고, 뒤늦게 다가온 내가 무슨 일 난 줄 알고 "뭐래?"라고 했었던 거 생각난다. 중국인 부인분께서도 나처럼 뒤늦게 남편한테 가서 상황 파악하고는 어색하게 웃고 멀어졌는데, 그래도 백인들이 인종차별 하려고 니하오나 곤니찌와 거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H-mart(한아름마트)에 왔다간다. 햇반 12개입을 샀고 동행인이 6끼를 먹을 수 있어서 든든하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흑인분이 음료를 흘렸는데 건너편 옆자리에서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던 백인 게이 중 하나가 그분께 다정하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이런 데에서 인류애를 찾는다. 타인과 당연하게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이 그리웠다.


4/23(화)


숙소에서 나올 때마다 공기 좋아서 놀란다. 오늘은 비 오기 전이라 구름이 많이 꼈는데 얇아서 잘 보이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확실한 건 이거, 한국의 봄가을 날씨다. 동행인은 1년 중에 가장 피크인 일주일씩일 때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어나서부터 구집을 했고, 브렌트우드에 가서 한인 텔러분께 통장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이 있다는 로히드를 탐방했다. 뱅커는 outdated된 한국 같댔는데, 땅이 워낙 넓어서 그런 느낌은 별로 안 들었다. 간판이 조금 옛 느낌이 나지만 이런 건 번화가가 아닌 이상 한국에도 여전히 많다. 정겨운 느낌에 가까웠다.



로히드몰 안의 鸡蛋仔 Bubble Waffle Cafe - Lougheed에 왔다. 아저씨 직원분이 중국어로 말 걸었다가 내가 영어 쓰니까 바로 영어로 돌렸는데 특유의 억양 때문에 알아들으려고 노력 좀 해야 했다. 우리의 첫 외식이다. 며칠 전 버블티 투고할 때는 직원이 알아서 카드리더기에서 No tip 누르고 결제해줘서 팁 안 줘도 됐었다. 여기는 for here이라 다르려나 싶었다. 다 먹으면 직접 카운터로 영수증 들고 가서 카드리더기 받아서 계산하면 된다.  줄지 말지 고를 때 yes를 택했더니 최소가 12%였다.

어제오늘 뷰잉한 집 주인분들이 두 분 다 60대 한인이셨다. 한 분은 40년 이상 캐나다에 거주하셨고, 다른 분은 포잡까지 하면서 여기에 정착하셨다고 한다. 정말 멋지시다. 아무튼 캐나다 어른들은 젊게 산다. 한국 어른들은 손주가 생기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행동하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손주가 있어도 그렇지 않고 개인으로써 존재한다. 스트레스 덜 받고 젊게 살아서 그런지 눈빛이 활기차고 젊어 보인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거니까 당연히 피부에는 주름이 있지만 한국 사람들보다 전체적으로 생기가 돈다. 이게 너무 신기하다. 젊은 사람도 동태가 아닌 생태 비율이 여기가 훨씬 크다.

앱스토어에서 아직 몇 가지 어플이 다운로드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어제는 아이폰 지역 설정, 오늘은 앱스토어 지역 설정을 캐나다로 변경했다. 투굿투고 어플이 이제 다운로드 된다. 어쨌든 집을 구해서 너무나도 기쁘다. 운이 좋아서 금방 집을 구했다. 며칠 동안 갖고 있던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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