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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Mar 08. 2022

부부의 라이브 커머스

그립 - 아침엔 대구탕 / 네이버 쇼핑 라이브 - 낙지 한 마리 대구탕

며칠 동안 아침에 대구탕을 먹는 나의 방송은 딱 두 가지 기분으로 요약되었다.


 뻘쭘한 날 그리고 아주 뻘쭘한 날. 방송에 출연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겪게 될 그런 어색한 시간들이 매일 이어졌다.


 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뻘쭘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갈 때쯤, 아침에 함께 식사를 하는 친구도 생겼다. 물론, 친구라고 해서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밥을 먹을 때, 누군가 나의 방송을 보면서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졌다.


 난 대구탕 가게를 하면서, 매일 아침 대구탕을 먹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침식사로 뭘 먹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아침으로 뭘 먹는지 물어보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서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분명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나에게 보이지도 않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사람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나는 자연스레 음식을 상상하게 된다. 대구탕을 먹으면서도, 누군가가 먹는 음식을 상상하면 맛있는 음식을 볼 때 느끼는 그런 흐뭇한 기분을 느낀다.


 간단히 커피 한 잔과 빵을 드시는 분도 있고, 돼지불고기에 된장찌개와 나물무침을 곁들여 거하게 한 상 차려 아침식사를 하시는 분도 있다. 아침을 거르는 분도 있고, 라면이나, 밀크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처음엔 나 혼자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민망해서 상대방에게 아침식사는 하는지, 반찬은 어떤 걸 먹는지 물어봤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며 누군가가 나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사람이 아침을 먹는 일에 내가 일조를 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게 느껴졌다.(물론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도 아침을 먹을 것이고, 그 사람이 아침 식사를 하는 일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할지라도)


 어느 날부턴가, 뻘쭘함과 어색함만 존재하던 나의 아침 라이브 방송에, 보람과 즐거움도 공존을 하기 시작함을 느꼈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자랑 맞다!) 아침에 꾸준히 밥을 먹는다는 것은, 아니, 꼭 밥을 떠나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지금 나의 이런 습관은 좋은 습관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아침을 거른다고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이런 좋은 습관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나의 습관으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아침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


 당연히 처음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줄어든 매장 매출의 타개책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라이브 방송에 하나, 둘 다양한 의미가 스며들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마음을 먹으면 시작하게 되지만, 그것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그냥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가 담기게 된다.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나의 라이브 방송도 이제는 나만의 라이브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방송을 켜고, 끄고, 채널을 삭제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권한을 가진 것이 방송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이고 내 방송의 주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의 라이브 방송은 아침마다 방문을 하는 사람들, 가끔 지나가다 들리는 사람들, 인사를 남겨주는 사람들, 눈팅만 하는 사람들, 농담을 걸어주는 사람들, 제품에 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 잘못 눌러서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 등등 그 모든 사람들의 언어로 하는 방송이다. 점차 방송을 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나의 방송은 내 방송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진 방송이 된다. 난 그것이 좋다. 그렇게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전국에 있는 모두가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 강원에서 제주까지. 다양한 분들이  들어와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해 주고, 나쁜 일은 함께 걱정해주고 슬퍼해주는 곳.


 이웃과의 소통 부재 시대인 요즘.(층간 소음으로 인해 위, 아래 이웃은 남들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때론 서로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상으로 만나, 얼굴 한 번,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사이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한 정이 생기고, 친구가 생기고, 동료가 생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인간관계가 점차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만나는 인간관계가 점차 늘어나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고, 때론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고, 이런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빠르고, 급속히 확산되었다.


 지난 2022년 1월에 아내에게 라이브 방송을 한 번 해보지 않을래? 하고 슬쩍 물어봤다. 당연히 내가 처음 방송을 시작하던 2021년 7월에 이 말을 꺼냈다면 단칼에 거절을 했을 터였다. 그런데, 아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고 아, 전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동안 내가 방송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라이브 방송이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 아내도 라이브 방송에 대한 거부감(?) 부끄러움과 쑥스러움과 다양 복합한 감정들이 혼합이 된 그런 감정들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라이브 방송의 장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주 했고, 아내는 마침내 2월 4일 첫 라이브 방송을 찍었다. 방송은? 당연히 내가 처음에 느꼈던 그런 것들을 아내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활성화되지 않는 채팅창과 아무도 없는 것만 같은 방에서 홀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야 하는 그런 어색한 시간들. 첫 방송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나에게 한 말. 


"여보. 나 못 하겠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어? 본 사람들은 많은데?"


 아내의 방송을 본 사람이 수백 명이 되었는데, 나는 그동안 그립에서만 라이브 방송을 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글은 남기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내의 방송을 봤다고 생각했다.(나중에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는 이 숫자가 정말 적은 수의 사람들이 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립에서는 첫 방송을 하는 신인의 경우 시청자 수가 50명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반년이 넘게 방송을 하고 있고, 팔로워 천 명이 넘지만 방송을 하고 있을 때 보시는 분들은 100명도 안 될 때가 많다. 이제 3년 차 된 스타트업 기업(지금은 매각을 했지만)인 그립이 대기업 네이버의 시청자 수를 따라가기엔 아직 갈 길이 많이 멀다. 하지만,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그립에는 그립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그것은 어느 방을 가더라도 내가 아는 사람은 있다는 것.


 처음엔 모두가 생소한 사람들이지만, 어느 정도 그립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 방송, 저 방송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 방을 가더라도 내가 아는 사람 한 사람 정도는 만나게 되고, 거기서 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래서 그립에서는 물건을 사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온사인 상의 이웃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그립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사람들은 이것을 그립 중독증이라고 부른다.


 그립은 확실히 라이브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10명까지 지정할 수 있는 매니저 시스템. 선착순, 주사위, 초성게임 등. 라이브 방송 도중에 즐길 수 있는 게임도구들. 등등.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하시는 그리퍼(그립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을 그리퍼라고 부른다)분들의 자발적인 다양한 이벤트 행사들. 댄스와 노래와 기기괴괴 기묘한 변장까지. 정말 재밌는 문화(난 이것을 그립의 문화라 생각한다)가 있기에, 그립을 즐기는 분들은 다른 라이브 방송 시스템이 아주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립이 제일 괜찮고, 다른 라이브 방송은 안 괜찮냐? 당연히 아니다. 어떤 문화가 형성이 되면, 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좋은 놀잇거리가 되지만, 그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상한 것들이 될 수도 있다. 그립의 매니저 문화, 놀이문화가 새로 유입되는 유저들에겐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아 그립을 하지 않는 분들도 상당하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경우에는 정말 판매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놀이, 게임, 이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은 없고, 방송화면에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힌 창을 띄울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라이브를 보는 사람들은 굳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진행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웬만한 정보는 이 정보창을 읽으면 다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네이버의 경우는 누가 들어와도 어떤 닉네임이 들어오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립이나 쿠팡과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 입장을 하면 닉네임을 옆에 띄워주며 '***님이 입장하셨습니다'라고 알려주기에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닉네임을 읽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데,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현재 00명 입장중입니다'라고 밖에 알려주지 않는다.  방송을 보는 사람도 웬만한 정보는 정보창에서 다 읽고, 정말 궁금한 사항만 진행자에게 물어보고 만다.


닉네임을 읽을 수도 없고, 인사를 할 수도 없으니 확실히 대화가 적다. 


 첫 방송이 끝나고, 아내는 의기소침했지만, 2021년 한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고, 대답도 해주지 않아, 대구탕만 꾸역꾸역 먹던 나의 첫 방송부터 아내가 곁에서 지켜봐 왔기에, 서로 응원하며 열심히 해보자고 노력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방송을 하고 있다.



그립과 네이버 쇼핑 라이브.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이용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립을 이용할 수도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이젠 구매도 상세페이지와 리뷰 몇 개만 보고 구매를 하던 정적인 구매에서, 라이브 방송을 보고, 질문을 던지고 구매를 하는 동적인 구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방송을 하는 우리는 물건을 판매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라이브 방송을 보며 구입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대부분 구매한 물품에 만족을 한다.


 내가 매일 대구탕을 먹으며 하는 아침 식사 방송이, 누군가가 아침을 먹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아주 값진 보람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계속될 우리 부부의 라이브 방송 글을 보고서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라이브 방송을 하는 계기가 된다면, 정말 글을 쓴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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