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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회는 없어?

나는 왜 망설이기만 하는지...

가지 않은 길.


학창 시절에 자주 등장하는 시.


누군가 이 위대한 시인의 시를 장시간 구구절절 나름대로 해석해 가며, 거기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었을 때 시인이 대답했다.


- 그거 그냥 산책했던 걸 끄적인 것뿐이요.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이 위대한 시인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있었을 것이다.


오래된 길.jpg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어떤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한다는 의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찬물을 마실까, 정수를 마실까, 온수를 섞어 마실까?


밥을 먹을까, 빵을 먹을까, 죽을 먹을까, 아니면 굶을까?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자전거를 탈까 아니면 일찍 나서서 걸어갈까?


점심은 뭐 먹을까?


누구와 먹을까?


저녁은 먹을까, 굶을까? 등등...


우리의 하루는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선택처럼, 인생이라는 길에서 우리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한쪽은 탁 트이고 잘 닦여서, 누가 봐도 편안해 보이는 길. 저기 아주 멀리까지 길의 끝까지 훤히 보이는 길.


다른 쪽은 길이 굽어지고, 울퉁불퉁해서 그곳이 어디로 이어질지 도통 알 수 없는 길.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기에 그 길을 걸어보기가 두렵다.


그러기에 대부분은 잘 닦이고, 끝이 어딘지 보이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순탄한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울퉁불퉁하고 굽어진 길은, 잘 닦인 길과 잘 닦이지 않은 길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 닦인 넓은 길을 걸어가는 중간중간 고개를 슬며시 돌릴 때마다, 그때 걸어가보지 못했던 그 길이 나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마주했을 땐, 끝을 알 수 없는 그 길이 두렵기만 했지만, 몇 번 마주치다 보니 두려움 곁에 호기심도 함께 자리를 잡는다.


끝이 보여 좋다고 생각했던 길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끝이 뻔히 보이기에, 정말 저기가 나의 최종 종착지인가 싶은 갑갑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길을 걸을수록 굽어진 길은 더욱 자주 눈에 띄고, 불쑥불쑥 그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지만, 이미 평탄히 걸어온 길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평탄히 걸어온 그 길엔 곁에서 같이 나란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곁에서 함께 걸어가며 서로를 응원하던 사람들이, 이 길을 벗어나, 굽어진 길로 걸어가는 순간,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로 돌아서게 될까 봐.



- 그래서? 그게 두려워 그냥 계속 걷겠다고?


- 그래. 저런 길은 걸어보지 않아도 뻔해. 고생만 실컷 하다가 비웃음만 잔뜩 사겠지.


- 그 뻔한걸 네가 어떻게 아냐고. 걸어본 적도 없는 네가.


-....


알 수 없다.


걸어보기 전까진 그 길이 어떤 길인지.


행복을 손에 쥐는 것은 불행에 안주하는 것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굽어진 길을 걸어볼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행복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된다. 굽어진 길을 걷지 않아도.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당장 떠오르겠지만,


다음에....

다음에....

라며 미루겠지만,


그다음에도 현실적인 문제는 늘 똑같이 존재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tree.jpg



나무를 가장 심기 좋은 때는 20년 전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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